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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표 정치개혁, 하나 마나 한 얘기?…"진부해"

  • 정치 | 2024-01-22 00:00

이미 법안 발의됐거나 당헌·당규 적시된 내용
헌법개정 사항·근거없는 포퓰리즘..."실현 가능성 낮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지난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예방 당시. /이동률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지난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예방 당시.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개혁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등을 통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 귀책으로 인한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에 이은 다섯 번째 정치개혁안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수년 전부터 나왔던 내용으로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으며 '정치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나온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에는 '하나 마나 한 얘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새로울 것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2014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 153명은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창당위원장은 19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너무 심각한 뒷북"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판기념회 시한이 이미 할 수 있는 법정시한이 지났다"며 "왜 법정시한 전에 이런 이야기를 안 하셨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돈 받을 거 다 받고 나서 일부러 이렇게 뒷북 치시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몇십 년 전부터 논의되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앞서 발표한 정치개혁안도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을 발표했지만 이미 지난 6월 김기현 전 대표가 '의원 정수 10% 감축'을 당론으로 추진한 바 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도 지난해 11월 2호 혁신안으로 같은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었으나 모두 흐지부지됐다.

특히 정치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250명이면 충분하다'는 논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천 위원장은 "국회의원 50명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감축하는지, 그리고 왜 50명인지 설명이 없다"며 "포퓰리즘으로 갈 거면 왜 화끈하게 100명 못 줄이느냐"고 일갈했다.

'특권 폐지'라는 한 위원장의 약속과도 배치된다. 의원정수가 줄어들면 소수에게 권한이 몰리며 특권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적어질수록 의원 개인의 기득권과 권력은 강해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또 학계 등 전문가들은 반대로 '의원정수 확대'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인구 대비 부족한 의원 수 △비대해진 행정부 견제 필요성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 등이 그 이유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6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치학자 10명 중 9~10명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답할 것"이라며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학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펴낸 보고서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인구당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식상한 정치개혁안보다 구체적인 민생 아젠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지난 18일 오후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이 담긴 국민택배를 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로 들어가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전문가들은 식상한 정치개혁안보다 구체적인 민생 아젠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지난 18일 오후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이 담긴 국민택배를 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로 들어가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당 귀책사유로 인한 보궐선거 무공천'은 이미 여야 모두 당헌·당규에 적시된 내용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39조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 또한 당헌 제96조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단,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 때마다 대부분의 당에서 약속하는 내용"이라며 "사과가 선행됐다면 신뢰성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했다. 이는 18%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대패한 이유로 지적되기도 했다.

'금고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의 경우 이미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4월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국회의원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은 한 위원장의 발표 이후 지난 10일 "법안은 이미 발의돼 있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법제화하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수도 없이 약속해 온 사안이라 국민들께 큰 감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당 혁신위원회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내놓았다. 이재명 대표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를 선언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는 헌법개정 사항으로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헌법 제44조에는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불체포특권 포기는 정치적 선언을 통한 자발적인 포기로 이뤄졌다. 국민의힘 또한 당 소속 의원들의 서약서를 받는 데 그쳤다.

'한동훈표 정치개혁'에는 '선거용'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과 차별화하면서 정치개혁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실현 불가능한 얘기를 꺼내며 실현되지 못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릴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민주당은 이 이슈에서 다른 소리 하면서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는 등 정치개혁안을 발표할 때마다 민주당을 향해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개혁은 원래 민주당이 주도하던 의제였는데 한 위원장이 이를 선점하면서 '민주당보다 진보적이다, 더 개혁적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도층을 흡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 같은 경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차례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며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못하고 있는 걸 드러내면서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포퓰리즘성 공약에 실제 유권자가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전례가 있다. 국민의힘이 특별법을 발의하며 당론으로 추진했던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지난 18일 주민투표가 무산되며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를 추진하던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도 지난 12월 21일을 끝으로 활동이 멈춘 상태다.

최수영 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은 구태와 구악,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신진과 개혁'이란 대립구도를 부각하는 것"이라며 "다만 실현 가능성이 작고 담론이나 선언에서 그친다면 한동훈표 정치개혁에는 '뜬구름 잡기'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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