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지율 10개월 만에 최고치…'한동훈 효과'는 어디까지?
정치 개혁안, 탈권위 행보 '호평'
'낙하산 논란'...고비는 공천?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4월 10일 이후에 제 인생은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1월 2일) "꽃 피는 봄이 오면 우리 모두 반드시 승리합시다." (1월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부터 진행한 전국 신년인사회를 17일 마무리했다. 한 위원장은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침체한 여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 위원장은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가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여당 안팎에서는 한 위원장의 '큰 그림'이 계획대로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위원장은 전국을 돌며 정치 개혁안을 차례로 언급했고, 더불어민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며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 동시에 일반 시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탈권위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다만 특정인에 대한 낙하산 공천을 시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곧바로 전국 순회 일정을 시작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대전과 대구를 거쳐 광주·충북(4일), 경기도(5일), 강원도(8일), 경남(10일), 충남(14일), 인천(16일), 서울(17일)을 찾았다. 한 위원장은 첫 신년인사회에서 "4월 10일 이후 제 인생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당 총선 승리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보였고, 마지막 일정에서는 "꽃 피는 봄이 오면 우리 모두 반드시 승리하자"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한 위원장은 전국을 돌 때마다 지역 연고를 내세웠다. 당내에서는 지역적 기반이 없는 정치 신인이 전국 단위 선거를 이끌게 된 만큼, 이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한 위원장은 충북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충북에서의 학창 시절을 언급했고, 부산을 찾았을 때는 자신의 첫 좌천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에서는 부친과 모친이 모두 강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정치를 처음 시작해 우려도 있었지만 총선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략을 잘 구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정치 개혁안을 각 지역에서 발표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여론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 맞춰 개혁안을 소개하면서 야당보다 먼저 이슈를 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위원장은 경남도당에서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는다면 재판 기간 받은 세비를 전액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시당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250명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 위원장은 불체포 특권 포기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으로 재보궐선거가 열린다면 공천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을 향해 "답해라"라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오랜 기간 요구했던 일을 전국을 돌며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민주당보다 빠르게 사안을 선점해 여론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의 전국 일정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8~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9.6%로 집계됐다. 해당 지지율은 지난해 3월 2주 차 조사 결과(41.5%)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 개인에 대한 지지도 역시 최고치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실시한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위원장은 22%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같은 조사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가장 높은 결과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 위원장의 탈권위적 행보도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충북도당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대한 까닭에 예매한 기차표를 취소했다. 한 위원장은 또 충북 단양에 위치한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시민들의 셀카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정치 입문 직전 대구를 방문해 시민들과 3시간가량 사진 촬영에 응하느라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한 바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전국 순회 일정 가운데 발표한 특정인의 선거구 출마는 악재라는 지적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마지막 일정인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하며 마포을 지역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곳에 늘 김경율이 있었다"며 김 비대위원을 띄웠다. 이에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과 함께 원외 관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한 원외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지금의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배경에는 당을 끝까지 지켰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이 가장 어려웠을 때부터 당을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당에서 정한 공천 절차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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