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뒤 공세 자제...'동료시민·격차 해소' 메시지 부각 효과
중도 외연 확장하나...'김건희 특검 재표결' 난관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동훈 효과'를 누리던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야공세를 자제하는 한편 이 대표 피습의 원인으로 지목된 '양극단의 정치'를 경계하며 중도 외연 확장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론의 시선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쏠리면서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 컨벤션효과가 일찍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공격'에 집중돼 가려졌던 한 위원장의 '외연 확장'이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6일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대중 정부에서 있었던 '금 모으기 운동' 참여 경험을 언급하며 "지역과 진영에 상관없이 이 나라가 하나가 되는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은, 그리고 저는 바로 그 마음으로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 김 전 대통령께서 계셨다면 꼭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며 '호남'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무소속 의원을 만나 입당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이 의원과 오찬 뒤 취재진과 만나 "이 의원에게 저와 같이 가달라고, 저희와 함께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다"며 입당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해서 동료시민의 삶을 좀 더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10가지 중에서 9가지 이견이 있더라도 한 가지 생각이 같은 분들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많이 모여서 같이 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제가 숙고를 해야 되겠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한 위원장의 목표, 비전이 꼭 실현되면 대한민국이 국민에게 선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나라의 정치 발전에도 상당히 기여하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이재명 사당',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당'으로 변질됐다"며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586 운동권 정치 청산'을 내걸고 민주당과의 전선을 구축해 왔다. '97세대' 한 위원장의 존재감과 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했지만 '공격'에 치중하면서 확장성을 스스로 좁혔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취임 초에도 중도 확장 메시지를 냈는데 '운동권 청산'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면서 "공세를 자제하면서 오히려 방향성이 드러나고 있다. 한계로 지적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성도 여기서 드러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 대표 피습으로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한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달렸다. 총선 전략을 제시하고 극우세력과 선을 긋는 등 지금까지 대처를 잘 해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대표 언급을 자제하고부터 한 위원장의 메시지가 부각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전략으로 '격차 해소'를 제시했는데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는 구체적으로 경기도민의 서울 출·퇴근 고충을 언급하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격차로 '교통'을 꼽았다.
한 위원장은 극단적인 주장에도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이 대표 피습의 원인으로 양극단의 정치 대립이, 이를 부추긴 원인으로 극단적인 주장이 지목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 "국민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 혐오의 언행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수십 년간 내려온 합리적 생각들을 밀어내고 주류가 되어버린, 소위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 전체주의' 같은 건 우리 국민의힘에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면서 정치 대립의 원인으로 민주당의 팬덤정치를 겨냥했다.
앞서 4일에는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보수진영에서 여전하다'는 질문에 "세상에 굉장히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 견해 하나하나를 모두 완전히 말살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부작용이 있다"면서도 "국민의힘 공식 입장은 5·18 정신이 민주주의를 지킨 헌법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스윙보터'로 꼽히는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중도 혹은 스윙보터가 이곳에 많이 계신다. 중도층이 우리가 마음을 잡아야 할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이슈에서 중간 지점을 선택하는 건 답이 아니다"라며 "어떤 이슈에선 오른쪽에서, 어떤 이슈에선 그보다 왼쪽에서 정답을 찾을 것이다. 이를 통해 중도에 계시는 우리 동료시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인 그는 "앞선 세대가 청춘과 열정을 바쳐 기적같이 이뤄낸 산업화의 밥을 먹고, 민주화의 시를 배우면서 성장했다. 그 결실만 누린 셈이지만, 산업화와 민주화 둘 중에서 어떤 게 우위인지 말하라고 강요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상호배타적으로 여기지 않았다"면서 86그룹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은 여전히 한 위원장의 중도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다. 이 대표 피습 사건으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지만 특검법 재표결 일정을 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특검법에 대해 "총선용 악법"이라고 맹비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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