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새해 벽두 흉기 습격당해
서울대병원에 유튜버·지지자 인산인해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푸른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의 해가 밝았다.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새해 벽두부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현장 일정을 소화하는 중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력 정치인을 향한 범죄에 정치권은 패닉에 빠졌다. 민주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까지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권이 강행 처리한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대표의 쾌유를 빌은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을 두고 '총선용 악법'이자 '이 대표의 방탄 목적'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의 의전과 일정 수행 등을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과거 노인 비하성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 대한노인회를 찾았다. 김은경 당시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에 일명 '사진 따귀'를 때렸던 대한노인회장은 한 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기자에게 도움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왜 갑자기?'…구호 반대에 머쓱해진 민주당 의총
-이번 주, 민주당은 지난 2일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대표 일로 한동안 패닉에 빠졌지.
-이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던 중 지지자로 위장한 60대 남성 김 모 씨에게 흉기 습격을 당해 목을 찔렸지.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다음,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지금은 안정을 취하며 회복하고 있어.
-다음 날인 3일 오전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어. 의원총회 사회를 맡았던 이동주 의원은 입장문을 읽은 후 "함께 구호를 외치겠다"라고 말하자 일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어.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슨 구호냐", "구호 외치지 말라"라는 항의가 즉각 쏟아졌지. 이 의원은 즉각 "그럼 구호는 안 하는 걸로 하겠다"라며 의총 종료를 선언했어.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한 허위 사실과 음모론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당 대책기구를 만들고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야. 4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이 대표의 피습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성창경TV △이봉규TV △아포유 △뻑가 △가로세로연구소 △종이의TV 등 6곳의 유튜브 채널을 방송통신심위위원회에 심의 신청 했어.
-이 대표는 현재 일반 병동으로 이송돼 미음 등을 섭취하고 있고,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고 전해졌어. 이 대표 주치의 등에 따르면, 외상 특성상 추가 감염이나 수술 합병증 발생 우려 탓에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해서 퇴원 시기는 미정이라고 해. 민주당은 이 대표의 회복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무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어.
◆李 피습 그 후…서울대병원에 몰려든 유튜버들 난동
-이 대표 피습으로 정치권이 멈춰버렸네.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열상, 나무젓가락 흉기설, 이재명 습격 피의자 민주당원설 등 온갖 음모론이 제기됐어. 결국 이 대표를 집도했던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좌측 목 뒤끝 흉쇄유돌근 위로 1.4cm 자상이 있었다"고 설명했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만약에 정말 잘못해서 한 5㎜만 안쪽으로 들어간 후 그 자리에서 당장 꿰매지 못했으면 바로 사망"이라고 했어. 수술은 끝냈지만 합병증 우려도 큰 데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그런데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으로 몰려들었다며.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엔 취재진, 유튜버와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어. 한 유튜버는 병원 앞에서 이 대표 회복 기원 방송을 하면서 병원 곳곳을 다니기도 했어. 이날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 대표 면회가 불가한 상황인데도 병원에 찾아왔던 날이거든. 한 유튜버는 김 전 총리를 향해 "왜 왔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 김 전 총리가 병원에 도착하면서 몰려든 인파로 인해 지나가는 환자들 모두 당황스러운 눈치였어.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라 중증 환자들이 많잖아. 몇몇 보호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피해 가기도 하더라고.
-현장에서 불편한 상황도 많았겠는데.
-맞아. 이 대표 피습으로 지지자들이 모두 예민한 상황인 것 같더라고.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유튜버는 취재 기자들을 향해 "기사를 제대로 써라"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어. 기자들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경호원들도 브리핑 현장에 투입됐어. 이 대표가 하루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야.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대표 회복을 기원해 주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 아닐까.
◆尹, "이재명 쾌유 기원" 즉석 발언...대장동 특검엔 "李 방탄 악법"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도 즉각 위로 메시지를 내고 신속한 진상규명과 이 대표 치료 지원을 지시했어. 과거 2006년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 커터칼 피습 사건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했지. 윤 대통령의 메시지 중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고?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이 대표를 향해 "우리 모두 정말 하나 된 마음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같은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된다"면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는데, '피해자'라는 표현은 준비한 원고에는 없었던 즉석 발언이었다고 해. 대통령실 참모들은 당일 아침 회의 때까지도 이 대표에 대한 메시지 수위를 고민했지만 결정한 건 없었다는 거야. 대통령실은 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한오섭 정무수석을 보내 이 대표를 위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야.
-올해 신년 인사회에 이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잖아. 윤 대통령이 쌍특검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불참 여부를 검토 중이긴 했는데, 공교롭게도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종적으로 불참하게 된 거고. 윤 대통령으로선 이 대표와 만나 소통하는 그림을 보이고 싶었을 텐데, 직접 위로 발언을 하면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을 전달하려고 했던 거 같아. 또 진영을 떠나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 행위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라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도 이 정도 수위의 메시지는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해.
-피습 사건으로 정치권이 뒤숭숭해진 만큼 쌍특검 거부권 행사 시점도 미루지 않을까 했는데, 예고한 대로 윤 대통령은 정부 이송 즉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네.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 20여 분 만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와서 "헌법상 의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회에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어. 특히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특검법'에 대해 이 비서실장은 "이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면서 "(특검이 실시되면) 친야 성향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예상된다"고 반대 이유를 강한 표현을 써가며 말했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윤 대통령과 결혼 전 사인일 때 있었던 일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련자를 소환하지 못했던 것인 데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허위 브리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부하게 된 이유로 들었어. 또 민주당은 가족 수사 관련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입장인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어.
-대통령실은 그동안 '제2부속실 설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설치를 검토해 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네.
-맞아.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김 여사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나오자 대통령 배우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어. 대통령 배우자로서 최소한의 업무만 할 테니 제2부속실이 불필요하다는 취지였어.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사는 광폭 행보를 해왔고 논란도 이어지면서 '이럴 바엔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제도권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야. 특히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부정 여론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 내에서도 입장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여. 다만 여사 논란에 대한 국민 우려를 해소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와야 할 듯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