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장 충격적 사건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송파을 출마…당선되면 '디지털 성범죄 근절' 앞장 설 것"
[더팩트ㅣ송파구=송다영 기자]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근데 저는 진심으로 한동훈 위원장이 앞으로 잘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약 80일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비대위 경력자' 박지현(27)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첫 마디는 진심 어린 충고였다. 그는 여야가 '적대적 공존'이 아닌 '무한 쇄신 경쟁'으로 총선을 이롭게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잘해야 민주당도 잘할 겁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70~90년대생의 젊은 비대위원을 배치하겠다고 하는데, (젊어도) 다 검찰이면 새로운 모습이 아니잖아요. (한 비대위원장이) 지역구든 전략공천이든 여성과 청년을 많이 배치하는 모습으로 (여당과 야당이) 혁신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팩트>는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인근 카페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약 60분 간 이야기를 나눴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을 지역구에 출마할 거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확장성을 키우고,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기에 자신이 적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출마 준비는 잘 되어가냐 물으니 "왜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하기 어렵다는 건지 너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정말 싸다 해도 사무실 월세가 500만 원이라고 하더라. 금전적인 부분의 한계가 크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다들 박지현이 부자인 줄 안다'라고 하자 그는 "어디서는 제가 '서울 광진구에 빌딩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돈 많아서 정치한다'는 말은 젊은 여성 정치인을 폄훼하려는) 일부의 '공작'이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비대위원장은 "저보고 '편의점 알바나 하라'는 말도 많이들 하는데, 저 정말 별의별 알바 다 해 봤다. 화장실 청소, 패밀리 레스토랑, 약국, 호프집 등 어지간한 거 다 해 봤다"라며 "(생각해 보니)편의점은 안 해 봤다. 그래서 좀 해봐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박지현 금수저 설'을 농담 섞인 해명으로 받아쳤다.
송파을 지역은 현역으로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송기호 지역위원장이 예비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내부 경쟁자인 송 위원장에 대해서는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50대 남성 법조인인 송 위원장이 '국민의 축소 집단'이라는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성을 얼마나 띄고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는'여성·청년'이라는 자신의 대표성이 국회에 입혀져야 "국회에 대변되지 못하는 더 많은 국민들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 의원을 향해서는 "지역에서 평가도 좋으시다고 들었다. 좋은 경쟁자와 붙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배 의원처럼 저도)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한 비대위원장의 국민의힘 등판으로 한층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비대위원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 △불체포특권 포기자 한정 공천 등을 공언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해 박 전 비대위원장은 "컨벤션 효과일 수 있지만, 한 비대위원장 등판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까 생각했을 때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라고 본다"며 "(최근에는) '이재명 체제' 이후 처음으로 대권주자 1위를 한 비대위원장에게 뺏기지 않았나. 이제는 이 대표가 이전과는 다른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다"라고 이 대표 사퇴 이후 민주당의 '비대위 전환'을 언급했다. 단 "공천을 다 끝내고서가 아닌 실질적 (공천) 권한까지 넘기는 비대위여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이 대표가 강조하는 '통합'일 것"이라며 구체적 조건도 제시했다.
새해엔 누군가 민주당를 떠날 예정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사실상 신당 창당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박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들이 거대 양당에 피로도가 높아 지겨워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국민들의 신당 요구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비전이 보이는 정당을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이 전 대표의 신당은 호소력이 없을 것"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 이 대표를 반대하는 모습만으로는 (이 전 대표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2023년 일어난 정치권에 일어난 일 중 본인에게 가장 큰 사건으로 다가온 것은 무엇이냐 묻자,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던 것을 꼽았다.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결과라는 점, 그리고 적대적 양당 체제가 절정을 찍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것을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죠.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전 단식을 하고, (체포동의안 포기 약속을 뒤집어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내며 리더십을 잃어가는 모습도 정말 안타까웠고요. 결국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잖아요. 정치는 한 사람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을 지켜야 하는 거잖아요. 민주당이 누구를 지켜야 하는지 당에서 더 치열한 고민을 하고 국민들에게 나아갔으면 합니다."
박지현의 2024년도 목표는 '국회의원 당선'이다. 비대위원장을 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다. 그는 "제가 정치에 들어온 이유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이었는데, 국회에 입성하면 관련해 주도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싶다"며 "텔레그램 성범죄만 해도 해외 사례를 보면 수사 기관의 영역을 넘어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한 사례가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 국가의 존재를 명확히 보여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낙선하면 또 송파을에 도전할 것인지'에 대해선 "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송파에 나오겠다고 한 이상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주민들께 보답하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합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벌써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지역에서는 예쁨 많이 받고 위안을 드릴 수 있는 손녀딸 같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여의도에서는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커야겠다는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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