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추진력은 강점,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건 단점
韓 논리적이지만 '싸움꾼' 이미지도
李 확실한 '尹 대항마' 당 대표로는 '글쎄'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치가 실종된 한해였다. 대화와 협상, '협치'를 찾아볼 수 없었고 극단으로 치달은 정쟁 속에 한해가 지났다. 눈에 띈 건 '인물'이었다. 끝과 끝으로 나뉜 진영, 그 중심의 인물들. 단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각자가 큰 과제를 안고 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질 만큼 당장 윤 대통령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국정운영 기조 변화' 요구가 높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제 막 정치에 '데뷔'한 한 위원장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여당의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역시 낮은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눈앞에 놓인 과제다. 당내에선 가장 예민한 문제인 '공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여당의 수장으로서 야당과의 관계는 큰 난관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이런 어려움 속에서 어떤 정치력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안고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을 이루는 건 필수적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분열의 위기에서 그는 통합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까.
<더팩트>는 정치 전문가들과 이들의 지난 1년을 분석·평가하며 보완 방법을 고민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 김수민 시사평론가, 박상병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최수영 정치평론가(가나다순)가 참여했다.
◆ 尹, '추진력'과 '강한 리더십'은 강점인가 약점인가
윤 대통령의 강점으로 '돌파력'과 '추진력'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김준일·박상병·신율·최수영). 현직 대통령으로서 당 장악력이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됐다. 김수민 평론가는 "여당 장악력이 상당히 강하므로 결심하는 대로 당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장성철 소장은 "강한 리더십"을 꼽으면서도 "강점이라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소통이 부족하고 독단적인 모습은 약점으로 지적됐다(김준일·박상병·신율). 김준일 에디터는 약점으로 "고집"을 꼽으며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통치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윤 대통령의 추진력보다 강압성이 두드러졌던 한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정관계에서는 이런 모습을 드러내 당무 개입 논란, 수직적인 당정관계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당의 위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례로 당내 높은 반대 여론에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보궐선거 후보로 공천한 건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당대회 당시 당 주류인 친윤계를 통해 낮은 지지율의 김기현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던 과정도 여론의 반감을 샀다.
정치 경험의 부족과 참모진 등에서의 인사 편중, 배우자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위기 요인으로 언급됐다. 김수민 평론가는 "배우자 리스크의 우려가 있고 특정 인사에 의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국민의힘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여전히 의식하는 것 같다. 지지층 이탈 우려 때문에 다채로운 전략을 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적과 동지, 내 편과 네 편의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윤 대통령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이미지의 검사였는데 자기 사람들을 감싸는 모습으로 그런 이미지를 잃었다. 집권의 명분을 잃었다"며 "특히 김건희 여사 양평 땅 문제 등에서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인사' 문제다. 인재와 참모진 부족을 자주 노출했고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재활용도 잦았다. 올해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등용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것도 부족한 인재풀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우자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윤 대통령은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특검)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약 70%가 특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성철 소장은 "너무 화를 많이 낸다. '격노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며 "자주 격노하면 참모들이 결국 제대로 조언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롭고 공정한 검사' 이미지를 상실한 것도 약점"이라고 덧붙였다.
보완할 방법으로는 "인사"가 제시됐다. 김준일 에디터는 "대통령을 달래며 설득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유능한 참모들의 발탁"을, 최수영 평론가는 "검증된 전문가 그룹의 중용"을 들었다.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방안으로는 "특별감찰관 임명"(김수민·신율)이 나왔다. 신율 교수는 "최소한 민정수석실과 특별감찰관, 그리고 제2부속실은 부활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김건희 특검 수용"과 "여당에 이니셔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 韓, '스마트함'과 '싸움닭' 이미지 사이...정치인으로는 '물음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강점은 "스마트함"(김준일·김수민·박상병·최수영)으로 꼽혔다. 김수민 평론가는 "자로 잰 듯한 타격과 메시지 구사, 그리고 윤 대통령과 달리 박식하고 막힘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인물이라는 참신함과 기대감"(장성철), "윤 대통령과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박상병)도 나왔다.
약점은 "정치경험의 부족"(김수민·신율·장성철)과 "윤 대통령과의 관계"(김수민·박상병·장성철)가 꼽혔다. 박상병 평론가는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낙인 효과가 최대 약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경질적인 이미지와 거만해보이는 태도"(김준일), "말이 너무 많고 싸움꾼 이미지"(박상병), "야당과 너무 각세우는 이미지"(최수영)도 지적됐다.
장관 당시 한 위원장의 화법은 주목의 대상이 됐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도 "이걸 물어보면 왜 제가 곤란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야말로 이재명 대표 옹호하기 바쁘니 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 거냐"고 비꼬았다. '암컷'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최강욱 전 의원이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라고 맞서자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는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수직적인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정관계 개선은 비대위원장이 된 한 위원장의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뜻과 다른 말을 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악법'이라 지칭한다든가,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을 회피한 모습은 윤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여주기 부족했다.
보완 방법으로는 "'김건희 리스크'의 처리방안 제시"(김수민·장성철), "윤 대통령과의 차별성 부각"(박상병)과 함께 "공격적인 화법 완화"(김준일)도 제시됐다.
신율 교수는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즉,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완전히 뒤로 물러나고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국민 대다수가 특검을 찬성하는데 한 전 장관은 이를 '악법'이라 규정했다. 이래서는 민심을 얻을 수가 없다"며 "자칫하면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만 받았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있을 정무적인 판단과 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李, 강점은 '강고한 팬덤의 절대적 지지·확실한 당권 장악'...무엇을 위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점으로는 "두터운 팬덤, 강고한 지지층"(김준일·신율·최수영)이 나왔다. 김수민 평론가는 "윤 대통령과 (강점이) 비슷하다. 당 장악력이 크고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내력과 생존력"(박상병·장성철)도 나왔다. 장성철 소장은 "1년 7개월 동안 검찰, 권력에 괴롭힘을 당했는데 꿋꿋하게 버텼다"고 했다. "정치적 돌파력과 순발력"(박상병·신율) 등 여러 강점이 제기되는 한편 아쉬움도 나왔다. 김준일 에디터는 과거 이 대표가 "사이다"로 불린 점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제1야당 대표라는 점을 빼곤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약점이 "사법리스크"(김준일·김수민·박상병·신율·장성철·최수영)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평론가는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당내 입지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주 최대 3회 재판을 받고 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집중하기 힘든 상황임이 분명하다. 강성 팬덤의 절대적인 지지와 친명계의 엄호가 있지만 이는 당내 갈등을 촉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리더십과 관련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기적인 모습"(김수민·장성철), "포용력과 확장성의 부재"(김준일·장성철)도 지적됐다. 김수민 평론가는 "(이 대표가) '김대중·노무현과 다르다'는 한 문장에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고 짚었다. "양보와 손해를 싫어한다는 인상"이라며 "선거제도 개혁 파기 등에서 나타나는 정책적 진실성 문제, 강성 지지층의 폭력적 행위 등이 모두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장성철 소장은 "무능력·무책임·무계획의 3무(無) 당 대표"라고 비판했다. 그는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야당 당 대표라는 직위를 이용했을 뿐 민주당 대표로서의 역할은 하나도 한 것이 없다"며 "내년 총선 승리 전략도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으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비명계 등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고 포용력있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완 방법으로는 "기득권 내려놓기"(김준일·김수민)가 나왔다. 김준일 에디터는 "대부분의 민주당 리더가 그랬듯이 과감한 기득권 내려놓기,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구체적으로 "연말·연초 '대표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재판 일정이 잦기 때문에 당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다"며 "어차피 당내 장악력이 크고 자신에게 대항할 주자도 없는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통합 행보"(박상병·장성철)도 나왔다. 장성철 소장은 "이 전 총리, 비명계를 적극적으로 만나서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리스크에 대해서 신율 교수는 "자력으로 보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최수영 평론가는 "당과 분리해 개인이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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