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키링 제작부터 입법 촉구 요청까지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시 '역대 최초'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김건희 여사는 올해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문화외교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종횡무진 활동했다. 영부인들 중 '최초' 행보도 돋보였다. 주가 조작 관여 의혹부터 명품 가방 수수 의혹까지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역대급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연내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예고하고 있어 대통령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사의 행보는 올해 상반기부터 과감해졌다. 자신을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내부정보 이용 혐의', '대학 강사 허위 경력 의혹'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 '허위경력 해명 거짓말 의혹' 등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다. 대통령 배우자는 그 지위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 법률이 없지만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김 여사는 지난 1년 조용한 '퍼스트레이디'에 국한되지 않고 적극적인 행보로 윤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기준 올해 김 여사의 단독 공개 일정(해외 순방 일정, 배우자 프로그램 일정 제외)만 총 57건이다. 이 가운데 역대 영부인들과 비교해 '최초'로 기록된 행보 중심으로 살펴봤다.
◆'전시 기획자' 이력 살려 키링 제작 참여
김 여사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 가운데 첫 '기업인' 출신이다. 지난 7월 '제2회 여성기업주간 개막식'에 참석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로부터 여성기업인 명예 멘토로 위촉되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는 "저 또한 문화예술 분야의 기업인으로 불철주야 열심히, 치열하게 일한 경험이 있다"면서 여성경제인들을 격려한 바 있다.
전시 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를 10여 년간 운영했던 만큼 디자인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디자인계 신년인사회에, 지난 11월에는 '디자인코리아 2023' 개막식에도 참석하며 디자인 산업계의 발전을 직접 응원했다.
특히 김 여사는 2030부산박람회 유치를 염원하는 뜻을 담은 일명 '부산 키링'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특정 행사 홍보물 제작에 대통령 배우자가 나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키링'은 지난 6월 제172차 BIE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순방을 떠날 때 가방에 달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이후 해외로 출국할 때마다 김 여사의 가방에는 항상 '키링'이 함께였다. 키링에는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 'HIP KOREA'라고 적힌 문구와 함께 부산을 상징하는 바다 파도 그림이 담겼다. 김 여사는 각국 주요 인사들에게 키링을 직접 나눠주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해왔다.
◆"개 식용 금지해야"...법안 통과 목소리 내기도
애견인이기도 한 김 여사는 '동물 보호' 분야 공개 일정도 적극적으로 소화했다. 지난 4월에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해 야생동물 구조 및 치료·재활 현황을 살폈고, 지난 10월에는 청주동물원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반려견들과 함께 지난 5월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해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기도 했다.
특히 김 여사는 다소 민감한 이슈인 '개 식용 종식'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도 꾸준히 내왔는데, 이 역시 역대 영부인 중 처음이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나 개 식용 문화 종식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드러냈고, 지난 8월에는 이른바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장을 비공개 일정으로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또 이달 네덜란드 국빈 방문 기간에는 현지의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이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입법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美 핵잠수함 탑승...한미 여군 장병들과 환담도
김 여사는 미국의 핵잠수함을 방문한 첫 번째 대통령 배우자이기도 하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19일 부산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에 윤 대통령과 함께 승함했다. 미국의 핵잠수함의 방한 자체도 1981년 이후 42년 만이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 후속조치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당시 대통령실은 배경을 밝혔다. 김 여사는 핵잠수함 승함 이후 해군작전사령부 네이비 클럽에서 한미 여군 장병들과 별도로 환담도 가졌다.
◆커지는 '김건희 리스크'..."앞으로는 신중 모드로"
김 여사의 또 다른 '최초'는 처가와 본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이 깊다. 우선 모친인 최은순 씨가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실형 1년을 확정받았다. 최 씨는 2013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모두 349억 원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가 인정됐다. 현직 대통령 장모의 실형 확정은 헌정사상 최초다.
김 여사 본인도 '최초'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과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로는 처음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국회에서 여사 이름을 딴 '특검법'이 발의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오는 2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예정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안은 김 여사가 2009년~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는지를 수사하는 게 핵심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 여사를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이 공개한 김 여사의 명품 파우치 수수 의혹 영상까지 논란이 되면서 "김건희 리스크가 현실화 했다"는 여권 안팎 부정 여론도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는 '김건희 특검법'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내년 총선 때까지 김 여사가 행보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김 여사의 행보는 상당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가 양극단의 정치를 하는 가운데, 중도층이나 2040 젊은 층은 새로운 영부인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되고 (김건희 특검)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 여사 논란은) 정치 쟁점화가 됐다. 이제는 논란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온 데다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부담 요인이 된다. 1년 전하고는 달라진 것"이라며 "민심이 악화하는 등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고, 행보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모든 면에서 신중하고 절제하는 모드로 가야 한다. 김 여사는 뭘 해도 지금은 마이너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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