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대위원장으로 시선…김한길·한동훈·원희룡 등 거론
하태경 "선당후사에 경의...신뢰 주는 당으로 혁신해야"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거취 압박을 받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결국 사퇴했다. 당내에선 "혁신의 물꼬가 텄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김 대표 사퇴론으로 인한 당 내홍이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전환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는 김한길 현 국민통합위원장 등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고사성어)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전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 전 대표는 만남이 끝난 뒤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나와 "김 대표가 지금 본인이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춰지는 상황 자체에 화가 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저희 조합만이 박근혜정부 이래 (선거에서) 승리한 조합"이라고 김 대표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 게 김 대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전투에서 졌는데 지휘관은 지금 멀쩡하게 네덜란드에 계시고 군단장 정도를 (선거 패배의) 원흉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궐위 상태가 된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일(14일) 중진 연석회의를 거쳐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친윤계 주류가 물러나며 당내 권력구도 재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비대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으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까지 사퇴론을 묵살하는 듯했다. 이날 혁신위의 마지막 보고를 앞두고 책임론이 분출하는 상황에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득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 '사퇴를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친윤계 초선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김 대표 사퇴를 촉구한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 비주류 중진 의원들을 향해 "자살특공대", "퇴출 대상자"라고 맹비난하며 '김기현 체제' 사수에 나섰다.
사퇴 결정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전날(12일)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김장연대'를 형성하며 김 대표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윤심(尹心)'을 바탕으로 한 연대의 한 축이 물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윤심은 김 대표 사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 대표를 향한 거취 압박이 거세지며 김 대표는 이날까지 잠행을 이어왔다.
김 대표 사퇴론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에 혁신위원회 출범으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혁신안을 거부하며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충돌했고 이는 혁신위의 조기 해산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구성 등으로 또 한 번 위기 돌파를 시도했으나 곧바로 터진 '총선 참패' 내부 보고서가 악재가 됐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의석 중 6곳만 우세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알려지자 김 대표 책임론이 쏟아져 나왔다.
김 대표 사퇴에 대해 당내에서는 먼저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 대표를 '더불어민주당의 X맨'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던 하태경 의원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김기현 대표의 선당후사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제는 새로운 리더십을 조속히 구성해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는 당으로 혁신하자"고 촉구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사퇴를) 하더라도 모양새가 괜찮아야 하는데 이건 갑자기 맥락 없이, (대통령과)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대통령 출장 갈 때 일 처리 마치려는 모양새로 가버렸다"며 "이게 하나의 관행처럼, 버릇처럼 되면 큰일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대표 때문에 보궐선거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대통령이 이준석·안철수·나경원·유승민·홍준표와 일 못하고 김 대표와도 일 못한다면 누구랑 할 수 있겠나"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김 대표의 사퇴는 용산 직할 체제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자신을 당대표로 낙점해 준 윤 대통령의 지시만을 쫓다가 결국 팽당하는 김 대표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며 "김 대표를 대신할 비대위원장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 한 사람 용산을 향해 바른 소리 하지 못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며 "이제 용산이 준비한 비대위원장이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봤다. 그러면서 "그 결과는 껍데기만 남은 국민의힘이고 윤석열 측근 검사들이 주축이 된 '검찰당'일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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