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싸늘해진 부산·경남(PK) 민심 달래기?
김기현 판정승에…'뼈 있는 말' 남기고 떠난 인요한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조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재계 총수들이 부산에서 '분식 먹방'을 선보였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싸늘해진 부산·경남(PK)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와 별개로 부산을 글로벌 거점 도시로 만들겠다"며 가덕도 신공항 조기개항 등 지역현안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여당 총선 대비용 행보에 산업 현장에서 '글로벌 경영'을 고민하기 바쁠 재벌 총수들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했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이민정책인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설립 추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총선 출마설'로 보수 유권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 장관이다. 그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당 의원총회에 등장하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울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조기 해체 수순을 밟으며 뒷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헌 개정을 의결 과정에서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나치당'이라고 비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란에 북한 인공기가 게재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외교부는 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외교부와 COP28 의장실에 항의하고, 즉각 정정을 요구했다. UAE측은 정부에 '단순 실수'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 재계 총수와 위로 먹방?...빈대떡 나눔 1순위는 이재용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2030 세계박람회 유치 후 처음으로 부산에 내려가 국제시장에서 떡볶이 먹방(?)을 선보였다지.
-정치인들이 국민과 소통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시장을 찾는 건 흔한 일이긴 해. 그런데 이번에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이례적으로 기업 총수들까지 전통시장에서 서민음식 먹방을 함께해서였던 것 같아. 재벌 회장님들은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같은 음식은 안 먹을 것 같다는 환상(?)이 있잖아.
-누가 함께했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윤 대통령과 동행했어.
-윤 대통령은 그냥 한 젓가락 맛만 보는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서 더 화제를 모았어. 윤 대통령은 떡볶이를 먹으면서 "떡이 아주 쫄깃쫄깃한 게"라고 평하고, 시장 내 분식집 사장님에게 "아주머니 저거 빈대떡 아닌가요. 저 빈대떡 좀 잘라 주실래요? 한 점 먹게?"라고 먼저 묻기도 했어. 한 상인이 "대통령님 맛있습니까"라고 묻자 "엄청 맛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고.
-이번 '분식 회동'에서 재밌는 장면도 있어. 윤 대통령이 빈대떡을 받아 옆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이 회장에게 제일 먼저 하나 얹어주더라고. 이어 박 시장, 조 회장, 구회장, 김 부회장 순이었어. 윤 대통령이 오른손잡이니까 오른쪽에 위치한 이들한테 먼저 준 게 자연스럽긴 한데. 바로 옆에 있던 박 시장보다 이 회장에게 먼저 준 건 애정을 좀 더 담았다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웃음). 이 회장은 현장에서 "대통령님 잘 먹겠습니다" "맛있네요" "사장님 저 오뎅(어묵) 국물 좀"이라며 적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어.
-이렇게 기업 총수들까지 데려간 배경은 뭐야?
-윤 대통령이 시장에서 한 말에 모든 게 담겨 있어. 윤 대통령은 "부산 더 발전시키겠다.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 엑스포 전시장 들어올 자리에 외국기업 국내기업 더 많이 유치하겠다"며 "부산 청년들에게 더 좋은 기회와 희망을 만들어내겠다. 힘내시라.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어.
-정부가 전력을 다했던 엑스포 유치가 역대급 실패로 귀결돼 부산 여론이 동요하니까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이 일정을 기획한 셈이지. 대기업도 부산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고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메시지를 내고 싶었던 것 같아. 윤 대통령은 시장 방문 전 가진 간담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과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 숙원 사업도 조속히 이룰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어.
-경제위기 상황에 대기업 총수들이 2030 엑스포 유치전에 동원되는 것도 모자라 '민심 달래기용' 국내 정치 이벤트에까지 불려나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와. 시식하는 모습이 다소 불편해 보이긴 했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느낌의 상당히 경직되고 어색한 표정이 포착되기도 했거든. 윤 대통령이 '분식 먹방'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박람회 유치 참패'를 가릴 순 없어.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고 철저한 반성과 원인 분석을 하면 좋겠어.
◆김기현 대표에 기운 윤심?…'뼈 있는 말' 남기고 떠난 인요한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결국 7일 조기 해산을 선언했지?
-맞아. 원래 오는 24일까지 활동하기로 했었지만 사실상 조기 해체됐어.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내용으로 한 혁신안을 두고 지도부와 갈등 끝에 손을 든 셈이지.
-그런데 마지막 회의에서 인 위원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며?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김 대표님께도 감사하다"며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큰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했어. 혁신위는 그동안 당 안팎으로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비판을 받아왔거든. 거취는 개인의 정치적인 결단이고 적절한 시점에 선언하는건데 너무 몰아붙인다고 말이야.
-김기현 대표는 '용퇴론'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힘겨루기는 '김기현 판정승'으로 끝났네. 결정적인 건 결국 '윤심(尹心)'이었어. 5일 윤 대통령은 김 대표 등 당4역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거든. 윤 대통령이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왔지.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국민의힘은 이례적으로 사진을 공개했는데, 윤 대통령 옆에 김 대표가 앉은 '투샷'이 참 의미심장하더라.
-그다음 날인 6일,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국회에서 만나서 약 15분 정도 짧은 대화를 나눴어. 원론적인 입장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였지만 인 위원장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지. 면담이 끝나고 나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 대답하지 않았어. 그리고 다음 날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하더라. 마지막 회의 분위기는 어땠어?
-착잡해 보였다고 할까. 회의 전 당사에 들어가는 혁신위원들은 다소 당혹스러운 모습이었어. 일부 혁신위원은 공개적으로 지도부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 임장미 혁신위원은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희생에 대해 생각했고 움직임이 있었는지 (지도부가) 다시 한번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라고 했어.
-결국 김기현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와. 그러나 당 지도부에 '혁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어. '빈손 혁신위'의 책임은 결국 혁신위를 발족시킨 김 대표에 있는거니까. 당내에선 총선에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 그 때문이었을까. 윤 대통령은 8일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고 해. 윤 대통령이 인 위원장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간 혁신위 활동에 격려를 보냈다고 전해져.
◆ 사문서 위조에 감시 의혹까지…국가인권위원회,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조사 착수
-인권위가 조 의원을 대상으로 직장내 괴롭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지.
-맞아. 조 의원은 부당 해고된 후 복직된 A 씨에 대해 양천구 의원들을 동원해 감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A 씨는 지난해 6월 조 의원실에서 인턴 비서관으로 일하던 도중 돌연 해고됐어. 이후 A 씨는 '조 의원과 의원실 직원들이 자신의 사직원을 대필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를 제소했지. 노동위는 "A 씨를 2023년 11월 23일 자로 복직시키고 계약 만료일인 12월 31일까지 근무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어. 의원실의 부당 해고를 인정한 거지. A 씨는 지역사무실에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 A 씨 출근을 앞두고 조 의원실 관계자와 구의원들이 나눈 회의 녹취록이 드러났어.
-녹취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데?
-복직한 A 씨를 다 같이 돌아가면서 감시하자는 내용이 담겼어. "A 씨가 나와 있으면 구의원님들이 허튼 짓을 못하게 해야 될 것 아니냐", "구의원님들이 나와서 ‘내가 출근하는 것을 지키고 있구나’ 등 이런 건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가서도 본인(A씨)이 태업한 것에 대해 사례를 충분히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등이야. A 씨를 감시하려는 계획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거지. 조 의원이 감시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추측 가능한 대목도 나와. 조 의원실 보좌관 B 씨는 "(양천구)서울시 의원이 자기는 (A씨 감시)근무를 못하겠다고 아침에 저한테 뭐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조수진) 의원님하고 직접 얘기하라고 그랬다"고 말했어. 의정활동에 힘쏟아야 할 구의원들이 A 씨 하나 감시하겠다고 다들 모여 회의한 게 한심하지.
-조 의원이 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던데.
-지난달 29일 A 씨가 불송치이의서를 제출하면서 조 의원은 검찰 수사를 다시 받게 됐어. 앞서 A 씨는 사직서를 허위로 위조해 면직시켰다며 사문서 위조 등으로 고소했는데, 경찰은 지난달 6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조 의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거든. 다만 경찰은 자필서명을 위조해 사임원을 직접 작성한 실무자에게는 위조 혐의가 있다고 봤어. A 씨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반발했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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