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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동관 탄핵안' 극한 대치…민생법안·예산안 뒷전

  • 정치 | 2023-12-01 00:00

민주, 與 반발 속 1일 본회의서 탄핵안 강행 처리 계획
연말 정국 급랭…민생 법안 쌓인 법사위 공전 길어질 수도


더불어민주당은 1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의장실 앞에서 탄핵안 상정과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 규탄 구호를 외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의장실 앞에서 탄핵안 상정과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 규탄 구호를 외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설상미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얼룩지고 있다. 예산 정국에서 탄핵 정국 흐름으로 빠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를 재추진하자, 의석수에서 야권에 밀리는 국민의힘은 밤샘 농성 등 여론전으로 일전을 치를 태세다. 여야의 대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회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재발의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민주당은 1일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회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사실상 민주당이 단독으로 탄핵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위원장의 탄핵 사유에 대해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원회를 본인 포함해 단 두 명의 상임위원으로만 진행해서 지난 16일까지 모두 29건 안건을 의결했다"며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제 기구로 둔 설립 취지와 방송법을 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손 검사에 대해 '고발 사주' 의혹, 이 검사는 자녀 위장전입 의혹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탄핵 사유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이날 열릴 예정인 본회의까지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본회의가 이틀 연속 열린다면 168석의 민주당은 여당이 표결에 불참해도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안의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들의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10·29 이태원 참사로 탄핵 소추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재가 기각하면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부결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부결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강대식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소야대의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은커녕 민주당이 의석수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마냥 당하기만 있는 상황이라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고 했다. 이어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이 기각됐을 당시에도 '안 되면 말고'식 아니었나"라면서 "(민주당이) 책임지겠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도 "정치적으로 해임건의안 등 방법이 많은데도 (민주당이) 탄핵까지 하려는 것은 (이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서 "이는 한마디로 겁박이며 헌법상의 모든 권한과 힘을 동원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세력은 무조건 다 패겠다는 깡패 근성"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수단인 탄핵까지 총동원하는 것은 민주당이 악수를 둔 것"이라며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탄핵 남발' 논란을 무릅쓰고 또다시 탄핵 카드를 꺼내든 속내는 정치적 실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상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에 대해 적절하다는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탄핵은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만 가능한데, 민주당이 이를 알고도 방통위의 기능 상실을 노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전환돼 의결기구 기능할 수 없게 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여당 처지에서는 국정 발목잡기로 보여도, 야당 처지에서는 대통령이 독재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일 것"이라며 "탄핵안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위원장과 검사 2인에 대해 국민이 볼 때도 문제가 많다는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여론을 얻을 기회로 볼 것이다. 역풍이 아니라 순풍"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두 달간 법사위 처리 법안도 한 건도 없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법사위 정상화를 촉구했다. /남용희 기자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탄핵안을 남발한다는 인상은 줄 수 있겠지만, 여론을 봐야 한다. 이 위원장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이미 우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사 2인의 경우 손 검사는 내년 1월 선고에서 무죄가 나오면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지만 유죄가 나온다면 민주당은 전혀 부담이 안 될 것이다. 다만, 이 검사의 경우에는 검찰 수사를 받는 검사인데 탄핵을 남발했다는 평가를 들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여러 민생 법안의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야가 탄핵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본회의 전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열렸던 전체회의는 20분 만에 끝났다. 심사할 안건이 정해지지 않아 심사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22일 회의도 24분 만에 종료됐다. 민주당이 개회요구서를 제출해 회의가 열렸으나, 일부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후 산회됐다.

탄핵안 처리로 여야의 대치가 더욱 날카로워진다면 공전 중인 법사위의 파행도 길어질 전망이다.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351건이다. 다만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7일 최대한 많은 법안을 처리하고, 내년 1~3월은 총선으로 거의 회의 개최가 불가능하기에 12월 임시국회 과정에서 현재 타 상임위 법안 전부를 처리하자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제가 소병훈 야당 간사에게 7일 법사위를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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