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유튜브 라이브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병립형 운 떼
당내 "위성정당 방지·연동형 선거제는 본인 대선 공약" 비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안을 두고 당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공약을 어기고 정당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선거제 개편을 두고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과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선거 결과를 연동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준연동형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지난 총선 당시 도입된 준연동형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미래통합당)은 각각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판받기도 했다.
그간 선거제 개편에 관해 침묵을 지켜왔던 이 대표는 '현실성'을 내세워 사실상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 선거는 '생존'의 문제이므로,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려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1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립형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준연동형 선거제 하에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민주당이 의석을 26석 뒤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며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들도 이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 정무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29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에 대해 "여러 면이 있지만 제도의 결정 과정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부분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의 역사적인 퇴행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게 국민적 요구"라며 "그것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선거 제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임하겠다는 건 용납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연동형의 경우 여당과의 협상이 어렵기도 하고, 여당에서는 분명히 위성정당을 만들 텐데 이기는 선거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준연동형 선거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정치 개혁을 말하며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공약으로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이 병립형 선거제도를 택할 시에는 이 대표가 국민과 한 약속을 1년 만에 스스로 어겨 정당 신뢰를 훼손했다는 당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송재호·이학영·장철민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연동형 비례와 위성정당 방지로, 다당제 연합정치의 틀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음 대선에도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당 지도부에 우려를 표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도 이날 본인의 SNS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얘기"라며 "옳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하면 이길 수도 없다. 소탐대실의 길"이라고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탄희 의원은 '용인정 불출마·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수해야 한다고 초강수를 던졌다. 전날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선거제와 위성정당 금지, 지도부의 결단을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우리 당의 본질을 지키자. 당장의 이익보다 대의와 가치를 선택하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선거제 개편 관련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미루기로 했다. 국회 법사위원회가 미가동돼 본회의 안건이 줄어 의총을 두 번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본회의 이후 진행되는 의총에서는 선거제도를 두고 의원들 사이 자유발언 등 장시간 난상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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