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조응천·김종민·윤영찬 '원칙과 상식' 출범
"흥정하나" "소수의견" "공천 노린 것" 회의론 다수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당내 모임 '원칙과 상식'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세력화에 나섰다. 이를 두고 '친명계'는 이들 의견이 소수일 뿐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특히 당 일각에선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행동과 공천권을 연관 지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민주당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으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이 필요하다며 12월까지 한 달 내로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을 달라고 촉구했다. 비명계가 아닌 '혁신계'로 칭해달라고 자처한 이들은 '의원들의 강성 친명 유튜브 출연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하기 전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결사체' 명분을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이 '사당(私黨)화'되는 것을 지양하고, 이 대표도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과감하게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이 대표가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에서 사퇴하며 팬덤과의 거리를 두는 것,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강성 정치 유튜브에 출연하면 공천 등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 출연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앞서 각종 매체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강성 지지층들은 네 사람을 민주당의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쓰는 멸칭)으로 칭하며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 전화 테러 △의원 개인 휴대전화 문자·전화 테러 및 SNS 댓글 테러 △지역 사무소 앞 비방 현수막 게시 등으로 공격해 왔다. 강성 지지층들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 당시 네 사람 등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당시 가결에 투표한 것을 두고 '낙선 운동'을 온오프라인으로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2월 응답'을 제시한 이들은 탈당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다. 윤 의원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 "4명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의 주장이 관철될지 관심이 쏠리지만 당내에선 회의론이 나온다. 먼저 이들의 주장이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한 작년 8월 이후로 별로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분들은 늘 개인적으로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의사를 밝혀온 사람들 아닌가.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자기들이 조건을 걸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는 건데, 그건 흥정이지 정치가 아니다"라며 "그냥 이재명이 싫으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칙과 상식' 의견에 동조하는 동료 의원들이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당 지도부에 자신의 공천이 달려 '밥그릇 걱정'이 급한 의원들 입장에서는, 집단행동으로 당 지도부에 비판적인 주장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름을 공개하고 연명하지 않더라도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은 있다"고 말했지만, 윤 의원은 '참여 의사를 피력한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에 "먼저 마음에 맞고 의사소통했던 분들끼리 발차를 했다. (중략) 앞으로의 참여 여부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확장하는 방향으로(하겠다)"라며 김 의원과 온도차를 보였다.
또, 당내에서는 이들이 당 지도부와 극명한 대립 구도를 선점한 것이 '단수공천'을 받기 위한 포석 아니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총선 전에 강하게 항의하는 사람일수록 공천을 준다는 암묵적 규칙 같은 게 있다"라며 "네 명 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공천을 노리고 있는 지역이다. 결국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이뤄 '단수공천'을 달라고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조 의원은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공천을 받으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총선 승리하자'고 이 자리에서 얘기하면 된다. 그럼 공천을 무지하게 쉽게 받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모임 결성 후 토의를 통해서 방향성을 정하고,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소수의견'에 불과할지라도, 이들의 주장이 계속될 경우 당 지도부에서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네 명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당 혁신'을 주장하며 지도부에 주장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당 분열을 부추기는 걸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친명계 우원식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친명, 비명이 따로 있을 수 없고,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와 맞서 싸우는데 친명, 비명이 따로 있을 수 없다"라며 "지금 친명, 비명이니 구분하며 편 가르는 논쟁을 펼치는 것은 국민의 관심사도 아닌 먹물들의 한가한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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