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강도 높은 '혁신'에...'대통령 의중 반영됐나'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의 혁신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 수용 여부에 달린 모양새다. 혁신안보다 권고가 더 주목받으면서 당사자들과 혁신위 간 신경전도 벌어진다. 혁신위 무용론도 나오는 가운데 혁신위는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전날(14일) "급발진하지 말라"고 했던 김기현 대표는 재차 혁신위를 겨냥했다. 그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다시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각을 세웠다. 또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하겠다"며 혁신위를 견제했다. 앞서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서울로 가지 않겠다", 영남 5선의 주호영 의원은 "대구에서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끝내야 한다"며 인 위원장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혁신위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인 위원장은 '윤심'을 공개하는 것으로 맞섰다. 인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그냥 소신껏, 생각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우리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해라, 이런 신호가 왔다. 지적할 건 지적하고 긍정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고 밝혔다. 그는 "(혁신위에서) 거침없이 얘기하기 위해 열흘 전에 여러 사람을 통해 윤 대통령을 만나 뵙고 싶다고 했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것은 아니고, 돌아온 말은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위는 당사자들의 권고 수용을 압박하며 강경 태세다. 앞서 혁신위 내에서 '조기 해체설'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날(14일) 이뤄진 혁신위의 온라인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와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혁신위는 전했다. 특히 김 대표의 이같은 반응이 나온 뒤 당 지도부의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 안건을 내지 말고 용단을 내릴 시간을 주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 위원장의 강경한 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혁신위가 용산과의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저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출범부터 활동한 내용까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이 물러난 자리에 윤 대통령의 측근을 내려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을 직접 건의한다거나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 요구 등을 '월권'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당사자가 모두 부인했지만 인 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초반부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인 위원장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 등 거취 압박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1~2주 안에 김 대표의 거취가 정리되고 나면 어르신 보수층에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자고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인 위원장을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이 서포트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윤핵관들이 저항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난처한 상황이다.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혁신안과 권고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춰야 하는데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혁신위의 혁신안과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당의 혁신 의지를 의심받게 된다. 하지만 거취 문제는 정치생명이 걸릴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 대승적으로 결단한다더라도 지금 당장 발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 데다 떠밀리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도 곤란한 점이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시기가 되면 핵심 인물 2~3명은 용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구에서 세를 과시하는 등 당사자들의 거부 반응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윤 대통령이 변화할 가능성은 작고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내년 총선이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만큼 '정권심판론'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총선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아직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각을 제안하는 등 '퇴로'가 열린다면 극적인 모양새로 불출마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인 위원장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는 사실상 '용퇴'로 해석되고 있다. 영남의 '스타'라 할지라도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선을 위해서는 꾸준한 지역구 관리가 중요한데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지역구를 옮기는 것도 당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보여주기식'이란 비판과 함께 효과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국민 눈높이에 '혁신'으로 보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혁신위 무용론이 나오지만 실제로 불출마 선언을 하는 분들이 나온다면 '혁신위가 잘했다'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선거 때마다 항상 있었던 일이고 혁신위 때문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진 용퇴 등은 선거 때마다 항상 나온 얘기고 실제로 불출마 선언하는 분들이 있었다. 지금 결심한 분들도 계실 텐데 불출마 선언 시기를 보고 있을 것"이라며 "그때마다 혁신이 이뤄졌다고 했냐"고 반문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3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중진 험지 출마니, 불출마니 혁신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실 국민에게 크게 와닿냐. 국민에게는 민생 문제 해결을 먼저 해주는 게 좋다"며 회의적으로 봤다.
혁신의 방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이 핵심인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취임 직후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을 요구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통령과 당대표 간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건 월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윤계' 허은아 의원은 1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강서구 패배를 통해서 국민이 주신 정답지가 있다. 뺑 둘러 가시지 말라는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인 위원장을 향해서도 "월권이라 말씀하실 게 아니라 당장 용산부터 달려가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준석 전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 그리고 단순 중진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위가 다 다르다"면서 "윤핵관과 호소인들은 그냥 당과 국정 말아먹은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은퇴하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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