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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김기현 양자 회동 '거절'…여·야·정 역제안 이유는?

  • 정치 | 2023-10-24 00:00

이재명, 여·야·정 회동 역제안…성사 여부 안개속
여야, 민생 명분 주도권 선점 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했다. 35일간의 공백을 깬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을 위해 '말보다 실천'이 먼저라는 경고를 담은 메시지를 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표를 향해 '여야 민생협치 회담'을 제안은 거절했다. 대신 '여·야·정 3자 회동' 카드를 내밀었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했다. 35일간의 공백을 깬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을 위해 '말보다 실천'이 먼저라는 경고를 담은 메시지를 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표를 향해 '여야 민생협치 회담'을 제안은 거절했다. 대신 '여·야·정 3자 회동' 카드를 내밀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설상미 기자] 총선을 6개월 앞둔 여야가 '민생'과 '협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 싸움을 시작했다. 35일간의 공백을 깨고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을 위해 '말보다 실천'이 먼저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들고 돌아왔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 민생협치 회담'을 거절한 이 대표는 '여·야·정 3자 회동' 카드를 역으로 꺼냈다. 민생을 명분으로 여야 모두 상대 당에 대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3자 회동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인데, 스타일상 만남이 성사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23일 단식 중단 이후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해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그간 원활한 보행을 위해 사용했던 지팡이는 없었다.

정치권의 예상대로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가장 강조한 것은 '민생'이었다. 국가 경제 상황이 어려운 점을 꼬집어 야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여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그는 "우리 민주당을 넘어서 대한민국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 여당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으로 인해 국민의 삶, 또 이 나라 경제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국정 쇄신'을 감행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며 '내각 총사퇴'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은 계속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국정 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 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라며 "말로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주는 핵심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정부 예산 재검토와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관련을 언급하면서는 정부를 향해 '말보다 실천'이라는 말을 5번이나 쏟아냈다. 국정 운영에 있어 윤 대통령이 일부 '기득권'의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다수 국민들의 민생을 위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의도에서다.

그는 "언제나 말씀드린 것처럼 말이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며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는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예산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며 '대전환'을 요구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에 한 가지 칭찬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이번에야말로 지금까지처럼 던졌다 슬그머니 철회하지 말고 말을 했으니 실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수 의료 인력 확충 문제는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의 주요 과제이기도 했으니 정부가 추진 속도를 낸다면 야당도 적극 협치하겠다는 태도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21일 김 대표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길에 오르는 윤석열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21일 김 대표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길에 오르는 윤석열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앞서 지난 2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을 제안했다. 관련해 이 대표는 직접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당의 입장(권칠승 수석대변인)을 통해 '여·야·정 3자 회동'을 역제안하며 2자 회담을 에둘러 거절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이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으나, 이 대표는 영수 회담을 제안하며 여야 회동을 거절한 바 있다. 민주당이 민생을 강조하면서도 당장의 여야 회동을 거절한 것은 '3자 회동'을 야당 주도로 열어 정부·여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3자 회담의 경우, 민주당이 고집했던 '영수회담'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내세워 타협점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생을 강조하는 만큼, 여야정 협치를 위한 회동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이후 "대통령이 직접 민생과 정치 복원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경제 회복과 민생을 챙기기 위해 여·야·정, 즉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간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31일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찾는 만큼 3자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볼 때 만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악수하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임영무 기자
정치권에서는 오는 31일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찾는 만큼 3자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볼 때 만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악수하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임영무 기자

김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당 지도부도 반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권한도 없는 바지 사장과 의미 없고 효과 없이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고, 박찬대 최고위원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쏟아지는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간 '여의도 출장소', '허수아비 여당' 소리를 들어 온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기보다는 민생을 살피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이 대표에게도 명분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31일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찾는 만큼 3자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바꾸고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하는 이런 노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려면 1차적으로는 국민의 대표인 제1야당 대표를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1년 반이 넘도록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대통령이 어디 있었느냐. 결국에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는데,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간절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스타일상 쉽게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스타일에 비추어보면, 쇄신은 여당 혁신위원회 출범에서, 정책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굳이 만나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재명 대표는 피고인이라 윤 대통령이 만나기 꺼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만나는 건 일종의 항복처럼 비칠 수 있어 만남이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대표는 당내 최대 관심사였던 이른바 '가결파 의원 징계'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며 계파 갈등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민들이 삶이 절박하다. 그런 문제(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로 우리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지가 않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천준호 비서실장도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말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관한 어떤 것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라며 "과거에 대해서는 묻지도, 거론하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라고 부연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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