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디올…김정은 일가 사치품 공개한 통일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에 직접 전화한 한동훈, 왜?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조채원 기자]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자성 메시지와 함께 '소통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참모들에게도 '현장에 파고들어 목소리를 들으라'며 민생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 "반성하겠다"는 말 뿐 구체적 실천 방안은 '미정'이다. 대통령 주변에 '예스맨'이 아닌 쓴소리를 전담하는 '레드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치품 구매 동향을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포착된 김 위원장이 착용한 명품 시계와 펜, 김 위원장 아내 리설주 여사의 명품 시계, 김여정 부부장 토트백 등이 소개됐다. 탈북민 진술과 정보기관이 현지에서 파악한 정보를 취합해 종합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김 위원장 일가만의 연간 사치품 구매 규모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와 직접 통화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는 '12년 형량'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치소 안에서도 보복 범죄를 벼르고 있다. 한 장관은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수감 중인 가해자 관리에 신경쓰고, 피해자에게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대통령실, 연일 '변화' 메시지..."반성은 어떻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대통령실 기류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이번 주엔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하고 자성 메시지와 함께 '소통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먼저 지난 16일 참모진에게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고 했고, 17일에는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는 언급이 나왔어. 선거 결과와 별개로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정책 제언을 꼼꼼하게 읽어보라고 당부하면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 '반성'이라는 단어가 나온 게 처음이야.
-18일에는 '김기현 체제 2기' 여당 4역을 대통령실로 깜짝 초청해 두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어. 이 자리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은 민심을 더 살피고 '당정정책 소통'을 더 긴밀히 하기로 했어. 비윤계로부터 여전히 거취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대표에 힘을 실어준 '이벤트'라는 해석이 나왔어.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며 "민생 현장에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어.
-다음 날인 19일엔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용산의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들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부했어.
-앞으로 어떻게 소통해 나가겠다는 거야?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어.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 비서관실별로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있대. 그동안 윤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관해 주로 학자나 기업인 등 전문가를 위주로 만나 정책 수립 방향을 논의해 왔는데, 앞으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도록 현장의 정책 수요자들과의 만남을 늘릴 예정이라고 해. 윤 대통령은 또 최근 대통령실 청사 앞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참모진 회의,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가졌는데 이 역시 "새로운 사고와 접근법으로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전언이야.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 참석을 위해 충북을 찾았다가 구인사를 약 2년 만에 깜짝 재방문한 것도 "정치 입문 당시 초심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는 말이 나왔어.
-하지만 잠정 중단된 지 1년이 돼가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재개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여는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야. 신년과 취임 1주년 때 건너 뛰었던 기자간담회도 이번을 계기로 잡을지 미정이야.
-대통령실은 메시지를 낼 때 시점과 톤을 잘 정돈할 필요가 있어 보여.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날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 계획을 발표하니까 의미가 축소된 느낌이야. 또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올드하다"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윤 대통령 이미지와는 안 어울린다,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민생 속으로' 주문은 "국민들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 듣고 이렇게 느낀 실상을 그대로 보고해달라는 것"이라는데. 우선 진심으로 쓴소리할 수 있는 '메신저'를 되도록 많이 곁에 두는 게 급선무 아닐까 해.
◆ 몽블랑 볼펜, 디올 토트백…김정은 일가 사치품 공개한 통일부
-통일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명품 소지와 착용 사례를 소개했다고?
-통일부는 19일 '최근 북한의 경제·사회 특이 동향'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과 아내 리설주,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딸 주애 등이 집권 직후부터 공개활동 시 고가의 물품을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어. 탈북민 진술과 정보기관이 현지에서 파악한 정보를 취합해 종합 평가한 결과 김 위원장 일가만의 연간 사치품 구매 규모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해.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 명품 'IWC' 시계를 착용한 채 '몽블랑' 펜을 사용했고, 동행한 김 부부장은 '디올' 고급 토트백을 휴대했다고 소개했어. 또 김주애는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대 발사훈련 현지지도 동행 당시 '디올' 고급 재킷을 착용했고, 리 여사는 2018년 4월 예술축전에 참석했을 때 스위스 '모바도' 고급 시계를 착용했다고 해. 각 명품 가격대는 각각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대북제재 위반으로 알고있는데?
-맞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0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어. 2017년 12월에는 산업기계와 운송수단, 금속류 등의 대북수출까지 차단했어. 북한은 정상적인 경로로는 명품부터 고급브랜드 자동차 등까지 수입할 수 없다는 의미야.
-어떻게 구했냐고?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일명 '서기실'이나 최고위층이 평양에서 직접 카탈로그, 해외잡지를 보고 물품을 선정하면 김 위원장 재가를 거쳐 해외에 구매를 지시한다고 해. 그러면 중국, 러시아 등 친북성향 국가나 유럽에 파견된 공관원·상사원들이 명품을 사들이는거야. 각국에서 산 물건들을 북중 접경지에 모아놓고 해상·육로 또는 항공편을 통해 운송하거나 경유지를 여러 단계 거치면서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속이는거지. 이 명품들은 김 씨 일가가 쓰거나 혹은 김 위원장이 주요 행사때마다 고위 간부들에게 수여한 것으로 보여. 코로나19 시기 국경봉쇄로 사치품 반입규모는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회복되는 양상이야.
-올해 상반기까지도 북한엔 식량난이 극심해 아사자들이 속출했다는데. 지도층이 명품을 이렇게 쓰는 모습을 보여도 되는거야?
-사실 우리나라도 명품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인지 알아보기 어렵잖아. '로열 패밀리'니까 좋은 옷을 입는구나, 좋은 물건 쓰는구나 싶을 수도 있고.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에게 "북한 주민들도 여러 계층이 있어 이게 사치품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평양 주민들은 알고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 그러면서도 "북한 지도층이 사치품에 소비하는 걸 보면 김정은이 주장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어.
- 북한 지도부의 명품 소비 행태는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과 대조해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어. 그렇지만 이게 통일부가 나서 '언론 홍보'까지 해야 할 중대 현안인가 싶기는 해. 이런 자극적인 정보 아니어도 대다수 주민들의 생활고를 외면한 채 군사력 증강에만 몰두하는 북한의 지도층 행태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냐고. 저런 북한과도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가는 게 통일부 본연의 역할이라고 봐.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에 직접 전화한 한동훈, 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1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
-맞아. A 씨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 4시 피해자한테 직접 전화했다고 해.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 미비에 직접 사과하고 보복범죄 방지 약속을 위해 연락했다고 하더라고.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장에서 A 씨의 육성 인터뷰가 공개된 지 하루 만이야. 4분쯤 통화했다고 밝혔어.
-통화에서 한 장관이 어떤 말을 했어?
-먼저 한 장관은 A 씨에게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될 것 같다"며 "예방 차원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아무래도 직접 겪으신 분이 해주시는 말이니, 무게 있게 받아들여 최대한 반영해 보겠다"고 했어. 가해자가 구치소 안에서도 보복 범죄를 벼르고 있거든. 가해자는 재소자들에게 "여섯 대밖에 안 찼는데 발 한 대에 2년씩 해서 (형량을) 12년이나 받았다"거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죽여버릴 걸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어.
-한 장관이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나 보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장관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해. 구치소에서 전 여자친구나 A 씨에 대해서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재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는 거지. 법사위 국감이 끝난 직후엔 한 의원실에 직접 연락해서 피해자와 본인이 직접 통화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하더라고. A 씨는 흔쾌히 승낙했어. 한 장관은 "나중에 혹시라도 걱정하실 일 안 생기게 가해자 수감을 제대로 하도록, 안에서도 허투루 하지 못하게 제가 잘 할 것"이라고 약속했어. 이후 A 씨는 한 장관 부탁에 따라 법무부 실무진에게 본인이 필요했던 현행 제도 등에 관한 자료를 보냈다고 하더라고.
-A 씨가 한 장관에게 많이 고마워했겠네.
-맞아. 한 장관 전화를 받고 계속 울었다고 하더라. 지난 1년 간 혼자 12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들을 들고 공판 따라다니고, 법무부에 여러 차례 탄원서도 내고, 여러 방송에도 출연해서 억울하고 답답한 현행 제도를 꼬집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대. 그런데 이번에 한 장관이 전화해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 내놓은 게 큰 위로가 됐다고 하더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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