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과거 막말성 발언 논란…청문회 벼르는 野
與, '김건희법'(개 식용 금지법) 당론 채택 주목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MB맨이 '또' 왔다...국정운영 새바람 '글쎄'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곳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어. 취임 이후 세 번째야. 집권 2년 차 들어 지난 6월과 8월에는 장관이 1명씩만 바뀌었는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 같아.
-하지만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정 운영 동력을 얻고 전 부처에 쇄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취지와는 거리가 좀 멀어 보여. 국방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여성가족부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는데, 특히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15년 전 이미 문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야. 올드보이의 귀환이지. 또 화를 참지 못하고 취재진에 비속어를 사용하던 과거 모습도 대중에게 각인돼 있어. 2008년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으로부터 '이명박 졸개'라는 말을 듣자 기자들에게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이라고 했었지.
-진보 진영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MB(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도 있었어.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그런 적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다신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정리해 보겠다"고 했어. 그러면서도 문화예술계 지원을 '윤 정부에 맞게 잘 다듬어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어.
-윤 정부에 MB맨은 더 있지?
-맞아. 유 후보자 외에도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비롯해 17개 부처 중 13명의 장·차관이 MB 정부 출신이야. 더불어민주당은 "MB 정부 시즌2"라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세 명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취재진 사이에선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의 인재풀이 빈약하다는 점이 다시 드러난 인사다" "이들의 활동이 전혀 기대가 안 된다"라며 아쉽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어.
-인사 발표 브리핑에서도 'MB계 인사 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어. 이때 유 후보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펴봤는데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표정에는 미동도 없더라고(웃음). 이에 대해 고위 관계자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과거 정부에 한번 몸을 담았다, 안 담았다는 윤 정부에서 큰 기준은 아니다"라면서 "(이명박) 시즌2 그런 것하고는 관계없다"고 설명했어. 야권에선 "이번 개각이 오히려 잘 됐다(?)"는 말도 나와. 각종 설화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후보자 세 명이 장관이 되면 앞으로 정부 지지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비꼰 거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현 3명의 장관에 대한 사표는 인사청문회 때까지 수리하지 않는다고 해. 야당이 '이 장관 탄핵'까지 거론했던 상황에서 '경질' 신호를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 취임 후)1년 4개월이 됐다"면서 이 장관이 그동안 잘해왔다고 평가하고 채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고 반박했어. 하지만 이 장관에 대해선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야. 지난해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 침범부터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논란까지 대응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나왔었어.
-소폭 개각을 발표하고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지? 최소 30개 이상 국가와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맞아. 오는 11월 하순에 2030 세계박람회 유치 도시를 선정하니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번에 막판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야. 30개 회담이면 양자 간 깊이 있는 논의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이런 전략이 효과적으로 먹힐지 의문이야. "악수만 하고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와.
-대통령실은 순방을 앞두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순방을) 다녀와서 (회담) 숫자가 우리 스스로도 놀라게 되면 나중에 기네스북에 한 달 안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현대 외교사의 대통령, 이렇게 신청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어. 이 얘기를 들은 기자들은 다들 웃었어. 농담으로 받아들이긴 했는데, 이번 인사든 순방 일정이든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신원식 국방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 앞두고 野 부글부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내정으로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네.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국방부 장관직에 극우 보수 성향의 신 후보자가 적절한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신 후보자는 21대 국회 입성 전 전광훈 목사와 여러 차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어. 스스로를 '태극기'라고 칭하면서 "촛불은 반역이고 태극기는 헌법"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지.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어.
-신 후보자 장관직 내정을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며.
-맞아. 정가에선 신 의원의 장관직 내정론이 돌았어. 과거 중대장 시절 부대원 사망 사고 원인을 왜곡·조작했다는 보도 관련해 지난주에 신 후보자가 직접 야당 국방위 소속 의원실을 돌면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다녔다는 거야. 이례적인 일이라 다들 '이 정도면 대통령실과 이미 얘기가 끝난 것'이라고 예상했더라고. 몇몇 국방위 의원실은 신 후보자 내정 전부터 과거 이력 조사에 미리 나선 상태였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본인 유튜브 채널 영상을 다 삭제해서 민주당이 과거 영상 자료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거든. 신 의원이 참석했던 과거 태극기집회 영상이 내려갈까 봐 다들 미리 준비했더라고.
-내정에 따른 여야 분위기는 어때.
-여당은 신 후보자를 두고 '최고 국방 전문가'라며 엄호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커. 극우 성향의 신 후보자 내정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야.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신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초대 악마"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분노도 나와. 14일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반성은커녕 '극우 친위내각'으로 철옹성을 세우려 하는 정부에 멈춰 달라"고 경고했어. 신 후보자는 관련된 발언에 대한 입장을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했어. 민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
◆與, '김건희법'(개 식용 금지법) 당론으로 추진?
-이번에 '김건희법'이라고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이 주목받고 있어. 그런데 왜 김건희법이야?
-개 식용 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에 대해 "과거부터 사람 이름을 딴 법안들이 많았다"며 "그게 국민에게 쉽게 홍보된다"고 설명했어. 그러면서 "여야 정치권에서 많은 분이 초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고, 행정부와 대통령실에서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이번에 법안 통과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부연했지.
-개 식용 종식 논의는 동물보호단체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있는 이야기인 걸.
-그렇지. 하지만 진척이 없었어. 그러다 지난 4월 김건희 여사의 발언으로 탄력을 받은 게 사실이야. 김 여사는 당시 동물보호단체와의 오찬에서 '임기 내 개 식용 종식을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져. 8월엔 동물보호단체의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개 식용 종식을 촉구했지.
-이름이 '김건희법'이고, 이를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하니 충성경쟁처럼 보이네. 유승민 전 의원이 이를 '천재적인 아부', '공산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야.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건 아니야. 이 법은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당론으로 추진하려면 사실 의원총회를 열어서 의원들의 총의를 물어야 한다"면서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어. 다만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개 식용 금지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저희 당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지.
-당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추진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당론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어. 민주당은 어때?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도 같은 날 정부·여당에 "정기국회에서 농해수위 법안 심사를 통해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자"고 제안했지. 개 식용을 금지하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어. 국회에는 여야 의원 44명이 참여하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도 있거든. 이번 이 의원의 법안에는 정우택·서병수·김학용·김성원·박성민·유상범 등 국민의힘 의원 18명과 박홍근 민주당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 20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어. 이 의원 법안 외에도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법안은 총 8개가 있어. 한정애·박홍근·이용빈 민주당 의원안, 안병길·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안, 윤미향 무소속 의원안도 있거든.
-그럼, 그동안 왜 안 됐던 거야?
-개 식용 산업계의 반발 때문에. 특히 이를 다루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방 의원들이 대다수인데, 개 식용 산업은 이들의 지역구인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집중돼 있거든. 육견협회 등 관련 단체는 개 식용 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을 상대로 내년 총선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야. 그래서 농해수위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뤄질지는 모르겠어.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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