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긴급 심의 안건 상정…언론 규제 강화 신호탄?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지난 20대 대선을 관통했던 '대장동 몸통' 논란이 정치권에 재부상했다.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화천대유 대주주)의 허위 인터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씨 인터뷰를 핵심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장동 몸통'이라고 주장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과 정부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일각에선 가짜뉴스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5일 고위 관계자 성명을 통해 김만배 씨 인터뷰 논란에 대해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 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과 만나 자신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의 브로커로 알려진 조 모 씨를 당시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해 줬고,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박 모 주임검사를 통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관련 녹취록의 상세한 내용은 '뉴스타파'를 통해 지난해 3월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수사 당시 조 씨에게 '네가 조우형이야?'라고 하면서 커피를 타줬다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윤석열 커피' 의혹은 김 씨 녹취 파일 보도 이전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대장동 사업자 가운데 한 명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주며 잘해줬었다고 조 씨가 말했다'는 취지의 검찰 진술을 했다고 JTBC가 지난해 2월 21일 보도하면서다.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주장에 목소리를 높였다. 보도 나흘 후인 25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 씨가 (검찰에) 조사받으러 갔더니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 직접 믹스커피를 타줬다는 진술도 확보됐다"라고 했고, 같은 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조 씨에게 왜 커피를 타 줬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 참 갖다 붙일려고 10년 전 일까지"라고 반박했었다. 이후 논란이 수그러드는 듯했지만 대선 사흘 전 '김만배 녹취록' 보도가 나가자, 파장이 일었고 이 후보와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김 씨의 음성파일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널리 알려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해당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를 할테니 양해해달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는 조 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마치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 윤 후보였던 것처럼 조작하고 대선 사흘을 앞두고 녹취록을 풀어서 대선 결과를 바꾸려 한 것"이라며 "날조된 사실, 공작의 목표는 윤석열 후보의 낙선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대통령실 성명과 사실상 같은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 사건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민주당은 밝혀야 한다. 희대의 대선 조작극이 다행스럽게 실패로 끝났지만, 이것을 실패라 해서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다"면서 "만약 이재명 대표가 정언유착의 몸통이자 대선 조작극의 주연이라면 대선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 대표의 파렴치함과 뻔뻔함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우선 '침묵'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김만배 씨 인터뷰 녹취파일 보도 전부터 민주당은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며 박영수 사단의 저축은행 부실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 김만배 씨 누나의 윤 대통령 부친 연희동 자택 매입 논란 등을 내세우며 윤 대통령과 대장동 업자들과의 연관성을 주장해왔는데, 대선 직전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근거로 의혹에 힘이 실렸고, 총공세를 펼쳐왔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대장동 사업 추진이 본인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대표에게 '이재명이 난 놈이야'라고 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대화 내용도 담겼는데, 이 역시 이 대표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근거로 활용됐었다.
하지만 김 씨 인터뷰의 조작 정황이 검찰발로 흘러 나오고 있고, 신 전 위원장이 김 씨로부터 1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로 수사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윤석열 몸통' 주장이 타격을 입고 '대장동 의혹'이 되살아난 모습이다.
뉴스타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과 검찰에서 흘러나온 의혹과 주장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시점이어서 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은 보도 가치가 컸다"며 보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해당 보도 경위와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인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언론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정치공작과 가짜뉴스는 민심을 왜곡하고 선거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며 "이번 기회에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에는 "기획된 정치 공작의 대형 스피커 역할"이었다고 비판한 뒤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을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해당 논란에 대해 "중대범죄 행위,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포털 규제 강화의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허위 인터뷰 논란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단계에서 대통령실이 입장을 밝히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뉴스타파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김만배 씨와 신학림 씨의 금전 거래를 빌미 삼아, 해당 보도가 완전한 허위였다거나 의도적인 대선 개입이라도 있었다는 양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대장동 개발 핵심 업자인 김만배 씨의 발언을 철저한 검증 없이 보도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만배 육성 파일의 보도 가치가 컸다면 그 의혹과 주장이 사실에 기초한 건지 이에 대한 검증을 했어야 했다. 특정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얘기를 사실인 양 보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해당 언론에서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면서 (가짜뉴스 후속 조치는) 방통위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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