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출체포특권 포기' 승부수 띄웠지만 檢 '9월 회기 중 영장' 예상
'친명' 주류 교체로 인한 '계파 갈등' 고조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로 당선 1주년을 맞이했다. 1년 전 당 대표 경선에서 77.77%라는 전당대회 '역대 최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수'(黨首)에 오른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2년 뒤 총선과 4년 뒤 지방선거, 5년 뒤 대통령선거 승리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제1야당 대표 이재명의 1년은 어땠을까.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대표를 옥죄어 온 '사법 리스크'는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발목을 잡았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에 대응하느라 정당 운영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고, 당 또한 '방탄 프레임'에 사로잡혀 함께 휘청거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이 대표 리더십을 두고 동료 의원들 사이 '친명(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계파 갈등'도 본격화 됐다.
◆ 대표의 '사법 리스크', 당도 '방탄 리스크'…9월 5번째 검찰 출석
'사법리스크'는 임기 중 한 번도 이 대표를 떠난 적 없다. 이 대표 당선 2달 만인 지난해 10월엔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한 데 이어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야당 탄압'이라며 발칵 뒤집혔다. 같은 해 11월에도 검찰은 이 대표 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이었던 민주당사와 국회 본청을 압수수색했다.
해를 바꿔 2023년 2월엔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해 강력 대응해 왔기 때문에 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가까스로 가결은 피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표결 이후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 됐고 계파 갈등도 표면에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5번째 검찰 출석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24일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내주 중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2번,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1번, '백현동 특혜 의혹' 1번 등 4번의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1년 평가를 묻자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며 "사법리스크 그 자체보다 리스크를 대응하는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 빠져 당 전체가 '민심 리스크'로 진화된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 대표 1년동안 사법리스크 탓에 당이 아무것도 못하고 고생이 너무 많았다"라고 토로놨다.
사법리스크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지 않는 8월 비회기 중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자진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검찰이 9월 정기국회 회기 중으로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 '비명'은 '수박'?…당 주류 교체로 인한 계파 갈등 고조
'이재명 지도부'의 출범으로 당 지도부 구성이 대부분 친명계로 꾸려지며 당내 계파 갈등도 심화됐다. 당내 주류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난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당이 요동칠 때마다 대표직 사퇴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당내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일어났던 '무더기 이탈표'도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물밑 작업'이 이뤄진 계파 갈등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팬덤 정치'의 중심에 있어 지지세가 상당하다. 이들은 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의원들을 당내 단합을 해치는 '수박'(비명계 의원들을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부르는 멸칭)이라고 부른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및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비명계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 '지역구 사무실 시위' 등 전방위 공격을 감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당 지도부는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시작된 의원들의 인적 쇄신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명직 최고위원직에 '이낙연계' 송갑석 의원이 합류했고, 정책위의장도 '친문' 김민석 의원으로 교체되는 등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합류했다.
또 이 대표는 지난 7월 미국 1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낙연 전 대표와 만찬 회동을 추진하며 당내 화합을 꾀하려 했다. 그러나 폭우를 이유로 일정이 2번 미뤄지며 힘이 빠졌다. 실제 만남에서도 이 대표는 "당내 통합"을, 이 전 대표는 "도덕성 회복"을 외치며 두 사람의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정치권 평가가 나와 역효과가 났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주역이 바뀜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 사이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 대표 임기 때는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컸던 편"이라며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했던 것은 '팬덤 정치'가 온라인과 결합하며 역기능이 많이 부각된 양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비주류 의원들은 계속해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거론하지만, 당에서 대표를 할만한 사람이 이재명이라 당원들의 선택을 받았던 것이다"라며 "지지자들의 공격이 심할 경우엔 대표도 경고 조치를 했다. 지지자들의 뜻은 '당내 분열하지 말고 정부와 싸우기나 하라'는 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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