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잼버리 파행은 文정부 탓"…민심은 '싸늘'
꼭 통일해야하나? '필요 없다' 응답 조사 이래 최대치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尹 부친 장례식장 비하인드스토리
-윤석열 대통령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별세했어. 갑작스러운 비보였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선 전날인 14일 윤 교수가 위독하다는 지라시가 공유됐어. 그래서 대통령실 측에 물어봤지만 "본인들 선에선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뿐이었어. '위독하거나 오늘내일 수준은 아니다'라는 지라시도 돌았어. 그래서 가짜뉴스라고 판단했는데 15일 오후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끝나고 윤 교수 부고 기사가 난 거야. 대통령실도 곧바로 사실을 확인해 줬고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어.
-조화와 조문을 사양하고 장례를 조용히 치르겠다고는 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부친상이라 조문객들이 많이 찾아왔지?
-맞아.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 6시 20분께부터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했어. 먼저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당 4역'이 먼저 빈소를 찾았고, 다음 날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의 많은 발길이 이어졌어. '친윤 핵심'이라 불리는 장제원 의원과 이용 의원은 이틀째 빈소를 찾았어. 특히 장 의원은 오전 일찍 지도부보다 빨리 와 자리를 지켰지. 국민의힘 지도부와 박성민·이용 의원은 빈소 조문은 물론 발인식, 안장식까지 동행했어.
-야권 인사들도 다녀갔어. 가장 먼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후 8시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4역'이 빈소를 찾았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조문 소회를 밝힐 수도 있다고 예고했어. 하지만 이 대표가 조문을 마치고 병원 로비에서 나오자마자 현장에 있던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이재명 구속하라", "안면인식장애 맞느냐", "나 못 알아보겠느냐"라며 막말을 쏟아내면서 이 대표는 말 한마디 못 남기고 차를 타고 급히 자리를 떴어.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최근 재판에서 '안면인식장애'를 주장했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비꼰 거야.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와 한 번도 정식 회담을 나눈 적이 없어. 이렇게라도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면서 얼어붙은 대치 국면에 훈풍이 불까 했는데, 극렬 지지자들만 보이네.
-전직 대통령들의 추모도 이어졌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고 전화로 조의를 표했다고 해.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빈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위로했어. 노태우 전 대통령 자녀인 노소영·노재헌 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씨를 포함해 전직 대통령 가족들도 빈소를 찾았지. 장례 둘째 날에는 기업 총수들이 올 거라는 얘기가 돌아서 경제지 기자들이 바짝 긴장했어. 역시나 오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대거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고 해.
-조문객 중 눈길 끄는 인물도 있다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장례 둘째 날 오후 빈소를 찾아 20분 정도 조문하고 나왔어. 이 전 대표는 조문 후 "의례적으로 상주에게 상심이 크겠다는 정도의 인사말을 주고받았다"라며 "윤 대통령께서도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했어. 이 대표는 "안에 재밌는 사람들 많더라"는 분위기도 전하더라고.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사이는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게 성 상납 논란 은폐 의혹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후 급냉랭해졌어. 특히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가리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별했지. 이번 조문을 계기로 두 사람이 오해를 풀 수 있을지 궁금하네.
-이 전 대표에 앞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냈어. 등장할 당시에 엄청난 플래시가 터졌어. 전 목사 등장에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가 어딘가의 전화를 받고 길을 열어주더라고. 극우적 발언으로 화제성이 큰 전 목사를 입장시킬지 말지를 두고 윗선과 조율한 것으로 보여. 조문을 다녀온 후 전 목사는 "항상 대통령님 옆에 있겠다"고 말했다고 해.
-각계 주요 인사들이 자유롭게 빈소를 다녀간 반면 고인의 친척 조문은 통제가 있었던 것 같아. 빈소를 들어가지 못하고 병원 앞 로비 앞에서 서 있던 70대 추정의 윤모 씨는 "나는 윤기중 교수와 6촌인데 (허용되지 않아) 조문하지 못하고 있다. 형님 소식에 (지방에서) 아침부터 올라왔는데 사촌까지만 들여보내 주고 그 이상은 안 되는 것 같다. 주민등록증도 보여줬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어. 그러면서 그는 10년 전 장조카인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 하던 시절 만난 이야기, 대선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윤 대통령 지지를 호소하고 유세 때도 따라다니며 응원했던 이야기를 들려줬어. 다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마 (친척을 통제하고) 그랬겠나"라며 "그분의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 싶다)"고 했어.
-장례식장에 일반 시민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경호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통제하는 분위기도 있었어.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당일 현장에서 신원 확인 후 초록색 스티커로 된 비표를 나눠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정·재계 내 주요 조문객들을 입구에서 맞이하는 식이었어. 신원 확인이 최우선인 건 맞지만, 6촌 형님의 떠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올라왔다고 하는데, 신원을 곧바로 파악해서 조문하실 수 있도록 조치했으면 어떨까 싶네. 다만 대화 이후 그분을 못 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조문을 다녀가셨는지 여부는 확실히 파악은 안 돼.
◆'잼버리 파행' 여론은 '尹정부 책임'에 무게…여야, '네 탓' 지속
-국회는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16일 임시국회 개원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했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김관영 전북지사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출석 속에 파행됐어. 국민의힘은 김관영 전북지사가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수해를 먼저 다룬 뒤, 다른 날을 잡고 잼버리를 다루자고 했어. 김관영 지사는 그때 부르자면서.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네. 행안위가 파행된 뒤 여야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위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어. 잼버리 파행에 대해서도 여야는 서로 탓을 하고 있어. 국민의힘은 잼버리가 개최된 전라북도, 그리고 지난 임기 5년간 잼버리를 유치하고 준비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개최한 윤석열 정부 책임이라는 거야. 정쟁화하지 않겠다면서도 결국 정쟁이 된 셈이지.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노릇이야. 특히 국민의힘은 불리한 각종 현안이 있을 때마다 문재인 정부를 소환하곤 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사 전임 정부의 책임을 꺼내는 게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거지? 국민들 반응은 좀 어때?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7~1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잼버리 응답자의 60.2%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고 답했어.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는 응답은 31.2%였지(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CNI에 의뢰해서 지난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5.8%, 2주 전보다 5.4%포인트 떨어졌어. 부정 평가는 62.7%로 2주 전보다 5.7%포인트 올랐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호남에서 13%가 떨어졌어. 잼버리 파행과 거기에 따른 책임 공방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호남 지지율이 눈에 띄네.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자칫 지역감정으로 흐를까 우려했어. '여당 대 전북도'의 구도로 가고 있다고 말이야. 이 전 대표 시절부터 국민의힘은 호남에 다가가는 '서진 정책'에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사태가 안 좋을 영향을 줄 것 같아.
-전북도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정부·여당의 태도는 너무 아쉬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전임 정부를 소환하는 건 국민들이 보기에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거야. 현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지원위원장을 맡았고,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이 조직위원장이었어. 특히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역량을 보여줬다"는 상식 밖의 발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어.
-차라리 먼저 대통령이 사과하고, 그 이후에 원인 규명을 통해 책임 소재를 가렸다면 여론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을 것 같아. 뭐가 어떻게 됐든 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 국민들은 결국 현 정부의 최종 책임자를 바라보게 되는데, 지금 정부·여당의 모습은 '책임 회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남북통일, 낮아지는 인식…통일부 "관심도 제고 위해 노력"
-이번 주에 '통일'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가 두 개나 나왔네?
-맞아. 하나는 지난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공개한 올해 2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 다른 하나는 17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개한 '2023 통일의식조사'야. 민주평통 조사는 6월 9~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전화설문조사 방식(휴대전화 80%)으로, 서울대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7월 4∼27일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했어.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는 각각 ±3.1%포인트, ±2.8%p야.
-뭔가 눈에 띄는 내용들이 있어?
-서울대 조사는 이번 조사의 큰 특징 중 하나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줄어들고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늘어나는 추세가 20대와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으로 꼽았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은 43.8%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해. 반면 '전혀'와 '별로'를 합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중은 29.8%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았어.
-특히 20대(19~29세)의 경우 '매우'와 '약간'을 합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28.2%였지만 '전혀'와 '별로'를 합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중은 41.3%에 달했어. 30대도 통일이 필요하다가 34.0%, 필요하지 않다가 35.0%였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40대(42.3%), 50대(51.9%), 60대(55.6%)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거지.
-민주평통 조사에서는 일반 국민 응답자의 52.0%가 남북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를 택했어. '단일국가' 응답자는 그 절반 수준인 28.5%였고. 남북한이 꼭 하나의 나라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반이라는 게 인상적이었어.
-통일 가능성도 낮게 보는 거 같은데?
-서울대 조사에서 통일이 '5년 이내' 가능하다는 응답은 1.0%, '10년 이내' 가능하다는 응답은 6.2%에 불과했어. '20년 이내'에 가능하다는 응답은 14.8%, '30년 이내'에 가능하다는 응답은 14.7%였고. 반면 '30년 이상'이라는 응답과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각각 30.2%와 33.3%로 이 역시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지는 것 같아.
-민주평통 조사에 따르면 북한을 적대·경계 대상으로 보는 국민이 2017년 4분기(42.5%) 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고 해. 북한을 적대·경계 대상으로 보는 국민은 42.1%, 협력·지원 대상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47.1%로 나타났어.
-서울대 조사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응답이 19%였어. 작년 23.1% 대비 4.1%p 줄어든 수치야. 연구원은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북중러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는 추세 속에 통일 인식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어.
-정부 입장은 어때?
-통일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조사 이래 가장 높은 데 대해 정부 입장을 물어봤어.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관계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어. 연구원과 비슷한 입장이지. 김 부대변인은 "앞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하기 위해 주무 부처로서 통일부가 노력해 나가겠다"는 각오도 밝혔어.
-일각에선 '통일 필요성'을 묻는 이런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있어.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통일한국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가 제대로 배우거나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잖아. 북한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 자체가 부족한데 '북한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느냐'를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결국 우리가 어떤 형태의 통일을 바라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통일 필요성'에 대한 질문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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