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보수 '과표집' 상태서 오차범위 내 정당 지지율 1위
부정 평가 '과반'인 대통령 지지율…"위기감 없는 게 위기"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여러 현안을 두고 충돌을 지속하는 가운데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은 이미 나름의 준비를 시작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수치만 보면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여론조사(8월 2주 차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를 기록, 민주당(30%)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같은 기관의 조사 결과를 최근 3개월(12주)로 범위를 넓혀서 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36%를 오가면서, 6월 5주 차(국민의힘 33%, 민주당 34%)를 제외하고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이념 성향까지 고려하면 거대 양당은 사실상 지지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8월 2주 차 조사 응답자 중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은 311명, '진보'라고 응답한 이들은 248명으로 보수성향 인사가 약 25% '과표집'됐다(중도 336명, 모름/응답거절 106명). 최근 12주간 조사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대체로 보수가 과표집된 비율이 높을수록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격차가 크고, 과표집 비율이 낮을수록 격차는 줄어들었다.
예외는 8월 1주 차(국민의힘 32%, 민주당 31%), 6월 5주 차(국민의힘 33%, 민주당 34%), 6월 1주 차(국민의힘 35%, 민주당 32%) 세 차례인데 모두 양당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가 났다.
내년 총선은 여권의 경우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도 않았다. 8월 2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35%를 기록했으며, 최근 3개월간은 32~38% 사이를 오갔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지속적으로 과반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개월 윤 대통령 부정 평가는 54~58% 사이를 오갔다. 특히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응답한 이들의(336명)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3%로 전체 부정 평가보다 더 높게 조사됐다.
다만 윤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는 중도층이 꼭 민주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는 예단할 수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이들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또한 거대 양당에 대한 지지도는 국민의힘 27%, 민주당 29%로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다.
한국갤럽과 같은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8월 1주 차 N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2%, 민주당 23%, 정의당 5%, 태도 유보 38%로 조사됐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올초부터 8월 1주 차까지 32~38%를 오갔으며, 부정 평가는 51~60%를 오갔다. 8월 1주 차 조사에선 긍정 평가는 35%, 부정 평가는 54%를 기록했다.
8월 1주 차 NBS에 응답한 이들의 이념 성향을 살펴보면 진보가 210명, 보수가 309명(중도 358명, 모름/무응답 124명)으로 보수 성향 응답자가 70%가량 과표집돼 있다. 내년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이념 성향이 중도인 응답자들 중에선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가 25%, 부정 평가가 66%로 조사됐다(7월 31~8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휴대전화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8월 1주 차 NBS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인 9%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조사에서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가 70%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어려운 차이로 풀이된다.
특히 연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8~29세 18% △30대 21% △40대 17% △50대 29% △60대 54% △70세 이상 56%로 민주당에 앞서는 연령대는 60대 이상뿐이다(30대, 50대에선 동률). 노년층에서만 우위를 점할 뿐 다른 모든 세대에선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중도, 무당층의 선택에 따라 내년 총선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은 거대 양당 모두 중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위기감이 없는 게 진짜 위기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정말 위기이고, 여론조사는 들쭉날쭉하다"며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모두 수도권 선거를 치러본 적도 없고, 전국단위 선거 공천도 안 해봤다. 대통령 지지율은 긍·부정 중 부정이 20%p 이상 높다. 이런데도 위기를 못 느끼는 게 위기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평가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못 넘어가고 있다. 30% 초반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수도권은 거의 몰살된다. 특히 30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 수도권은 굉장히 어렵다"며 "지금 우리 당과 윤석열 정부는 위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과반은 고사하고 120석, 이것도 불안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러면 5년 동안 대통령은 하고 싶은 거 하나도 못 하는 그런 완전한 식물 정부로 전락한다. 지금 그런 위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기조가 너무 올드 보수, 전통적인 보수에 너무 기반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민심 최우선'으로 가야 하고 또 중도층까지 확장할 수 있게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내년 총선은 무당층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무당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정치와 정책을 펼치면서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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