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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하>] '김은경 사진 따귀' 노인회장, 국회의원 땐 '플라잉 니킥'

  • 정치 | 2023-08-05 00:00

김은경 위원장 사과 기자회견 취재 열기 후끈
'순살 아파트' 논란…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비판 커져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3일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러 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앞에 앉혀두고 일명 '사진 따귀'를 때렸다. 사진은 2000년 2월 18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김 회장이 낙천에 불복해 공천심사위를 마친 하순봉 당시 사무총장을 폭행하는 모습. /한국일보 제공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3일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러 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앞에 앉혀두고 일명 '사진 따귀'를 때렸다. 사진은 2000년 2월 18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김 회장이 낙천에 불복해 공천심사위를 마친 하순봉 당시 사무총장을 폭행하는 모습. /한국일보 제공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종이 김은경' 때린 노인회장, 알고 보니 '국회 불주먹'?

-지난 3일 '노인 폄하 논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호일 노인회장 등 노인회 회원들을 만났던데. 여기서 김 노인회장이 깜짝 '퍼포먼스'로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노인회를 찾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 마음 상하게 한 것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어. 하지만 노인회 반응은 싸늘했지. 김 회장은 "1000만 노인을 대표해서 볼때기라도 때려야 분이 풀릴 것 같다"면서 미리 인쇄해 둔 김 위원장의 사진을 면전에서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내려쳤어. 연신 "정신 차려라"면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뜻밖의 퍼포먼스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어. 사실 김 회장은 전날에도 김 위원장의 말이 맞다며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린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노인회를 찾아왔을 때도 똑같이 양이 의원의 '명함'을 내리쳤었거든.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사진을 여러 차례 내리치며 호통을 치고 있는 모습. 김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폭행 이력이 있다. /송다영 기자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3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사진을 여러 차례 내리치며 호통을 치고 있는 모습. 김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폭행 이력이 있다. /송다영 기자

-알고 보니 김 회장은 국회에서도 폭행 이력이 있던데.

-김 회장은 14~16대 3선을 지낸 국회의원 출신이야. 그런데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2월에는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하순봉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이른바 '낙천 폭행'을 행사한 인물이야. 공천장을 받아서 당선됐던 김 회장은 배우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02년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더라고. 김 회장의 폭행 당시 사진을 절묘하게 찍은 사진기자는 한국 기자상을 받았어.

-김 회장이 김 위원장더러 사과하라고 오라고 한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노인회 이형술 부회장은 김 위원장더러 "양가 부모가 있냐", "(김 위원장이) 빨리 그만두고 나와야 내년에 표 끊어준다"며 극단적 발언을 했어.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잖아. '모욕도 욕'이라는 대사.

-일부 혁신위원도 그렇게 느낀 것 같아.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사과를 하러 간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이 후대들에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르신의 올바른 처신이냐"이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폭력"이라고 남겼어.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을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진환 기자

◆무더위 속 김은경 위원장 기자회견...'밀리고 밀리고'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대한노인회를 찾기 전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어.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어. 예정된 시간 전부터 취재진이 자리를 잡고 김 위원장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요즘 날씨가 매우 무덥잖아. 아침이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몹시 더웠어. 휴대용 선풍기를 돌려가며 더위를 식히는 기자들도 보였어. 당사 경비를 맡는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한층 경계를 강화한 모습이었어.

-고생이 많았네.

-취재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잖아. 시간은 흘러 10시가 가까워졌는데, 혁신위 측에서 5분을 미루더라고. 취재진은 기다렸지. 그런데 혁신위 측에서 10시 6분께 또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거야. 이때 일부 기자들이 탄식했지(웃음).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어. 기자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얼마나 더 더웠을 거야. 이런 와중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게 보였어. 기자들은 김 위원장이 나오는 줄 알고 자세를 고쳐잡았지. 실제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분명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였어. 하지만 김 위원장은 내리지 않았어.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을 거쳐 다시 올라갔어. 잠깐 사무실에서 볼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김 위원장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의 경쟁이 치열했다. /신진환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김 위원장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의 경쟁이 치열했다. /신진환 기자

-그럼 김 위원장이 언제쯤 회견하러 온 거야?

-불과 2분 정도 지나, 다시 엘리베이터가 내려왔어. 흰 재킷을 입은 김 위원장이 입장문을 들고 언론 앞에 선 뒤 "어르신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을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어. 또한,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발언하겠다고도 했어.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대해선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 간다"며 사실상 거부했어.

-바로 앞에서 본 김 위원장은 조금 힘들어 보였어. 아무래도 지난달 30일 논란의 발언 이후 많은 비판이 쏟아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추측돼. 게다가 당 쇄신을 이끄는 수장이 오히려 당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김 위원장이 더욱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해. 김 위원장의 사과로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샌데, 존폐 위기에 놓였던 혁신위가 순항할지 지켜보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 참석해 사과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LH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 참석해 사과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벌점 1, 2위 LH 전관 감리 업체發 사고, 국회에서 이미 예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네. 감리업체가 원래 문제가 많았다며?

-국토교통부 전수조사에서 발주 아파트의 부실시공이 무더기로 드러났어. 시공, 설계, 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 논란이 있었지. 특히 LH 전관 기업들이 관련된 공사들을 싹쓸이하면서 건설 업계의 '이권 카르텔'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어. 특히 LH 발주 아파트 단지의 감리를 담당한 회사 상당수가 여러 차례 벌점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어.

-감리업체들은 어떤 걸로 벌점을 받았는데?

-감리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었어. 설계도서대로 시공이 안 됐거나, 사용 자재의 적합성 검토 확인에 소홀했더라고. 이번 사태를 만든 원인 중 하나지.

-벌점 1, 2위 감리업체에도 LH가 관리, 감독을 맡겼다며? 왜 그런 거야?

-공교롭게도 벌점을 가장 많이 받은 업체 1, 2위가 LH 전관 기업으로 유명한 업체들이야. ㈜케이디엔지니어링은 6.28점, ㈜목양 3.83점으로 최근 6년간 행정당국으로부터 가장 벌점을 많이 받은 회사야. 그런데 두 회사 모두 LH 고위직 전관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네. 전관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케이디엔지니어링은 최근 6년간 LH로부터 총 33건, 709억 원짜리 계약을 따냈어. ㈜목양 역시 3.83점 벌점을 가지고 있는데도, ㈜케이디엔지니어링보다 더 많은 36건의 수주를 받아 735억 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어. 특히 목양은 최소 18명 이상의 LH 전관들이 채용된 기업으로 유명해.

최근 국토교통부 전수조사에서 발주 아파트의 부실시공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특히 LH 전관 기업들이 관련된 공사들을 싹쓸이하면서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남 진주시에 있는 LH 사옥 전경. /뉴시스
최근 국토교통부 전수조사에서 발주 아파트의 부실시공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특히 LH 전관 기업들이 관련된 공사들을 싹쓸이하면서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남 진주시에 있는 LH 사옥 전경. /뉴시스

-벌점을 많이 받은 회사가 어떻게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거지?

-이 감리업체들이 '벌점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건 거야. 소 제기 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법원 결정까지 벌점 부과 처분 효력이 정지되는 현행 제도 허점을 파고든 거지. 소 제기 후 법원 결정까지는 최소 2년이 걸려. 소송 기간 동안은 집행정지로 인해 벌점 부과 전 자격으로 입찰에 나설 수 있어. 2년 동안 입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거지.

-벌점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승률이 높아?

-아니. 2018년부터 현재까지 감리업체들이 제기한 벌점 부과 처분 취소 소는 총 33건이야. 그런데 승소한 건수는 고작 4건뿐이었어. 이건 의원실에서 알려준 건데, LH 담당자마저도 "소송을 걸면 벌점 부과한 게 재판 결과 나올 때까지는 효력이 없어서 입찰을 위해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하네. 사실상 질 걸 알면서도 소 제기를 하는 거야. 벌점 부과 전 상태로 입찰에 성공하면 소송 비용은 별거 아니니까.

-국회에서도 예전부터 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었다며.

-맞아. 2년 전에도 이들의 '벌점 무력화' 꼼수가 다뤄진 적 있어. 그때 당시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감리업체들이 벌점을 받은 사업은 총 51건이었는데 이 중 28건이 소송 중이었대. 재밌는 건 이때도 케이디엔지니어링이랑 목양 벌점은 높았어. 계속해서 벌점 부과 취소 처분 소송을 한 거지. 결국 이렇게 대형 사고가 터져야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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