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일부 출입기자, 카르텔과 수해 상관관계 의문부호
통일부, 올해 2분기 탈북민 수 집계 발표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나라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집중 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재난 대응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복구에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정쟁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여야 일각에서 수해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와 다소 맞지 않는 발언이 나오면서 국민의 실망감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많은 동료 교사와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공분도 일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한 근거 없는 소문들이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국회의원이 피해를 보는 일도 발생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준보다 급증했다.
◆'카르텔'에 꽂힌 尹 대통령..."재난에도 이 단어를 쓴다고?"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시했어. 순방 직후라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도 작심한 듯 이 대목에선 목소리를 크게 높이더라고.
-이 같은 발언에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재난에도 카르텔을 말한다고?"라는 반응을 보였어. 4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정치적 수사를 언급해서 재난을 정쟁화한다는 지적이 나왔어.
-현실적으로도 어색한 발언이야. 재난 지원은 '시급성'이 핵심인데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 부정수급액이 현재로선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추계도 되지 않았고, 예산을 옮겨 쓰는 '예산 전용'은 유사한 사업단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야. 또 이미 확정된 예산 삭감을 하려면 예산 삭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해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해. 게다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난 지원은 이미 확보한 예비비 등으로 충분하다고 해.
-여권은 당장 지금이 아니라 향후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서 필요한 곳에 쓰자'는 원론적인 말이었다고 감쌌어. '이권 카르텔과 수해 복구는 관계가 없지 않나'라는 지적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상관관계 여부를 떠나 가급적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된 요소를 줄여 꼭 필요한 데 수해라든지 이런 데 쓰자는 상식적인 말씀"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더더욱 '이권·부패 카르텔'이라는 표현은 불필요한 언급이었다는 생각이 드네.
-윤 대통령은 유독 최근 공식 석상에서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어. 사교육부터 시민단체, 노조, 통신까지 분야도 다양해. 카르텔이 아닌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야. 최근 신임 차관 임명장 수여 때는 "우리 정부는 반(反) 카르텔 정부"라고 규정하기도 했어. "대통령이 카르텔이라는 말에 꽂혔다"는 유승민 전 의원 말이 와닿아.
-'정치인' 윤 대통령이 카르텔을 처음 언급한 건 더 이전이야. 지난 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면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했어. 즉, 카르텔과의 전쟁은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에 오래 몸담아 온 만큼, 사회의 부정을 단편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없애는 데 익숙한 검찰 사회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와. 이전 정부와 노조, 시민단체, 사교육계 등을 부정한 집단으로 낙인찍고 카르텔로 몰아붙이면서 정부 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삼는 한편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이들 탓으로 돌린다는 거야. 상대를 무작정 적으로 규정하고 몰아붙이는 '네거티브 국정운영'은 결국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이전 정부에서 '기득권 적폐'로 몰렸던 윤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 거로 생각해. '국민 통합'에 더 힘써주면 좋겠어.
◆상반기 입국한 '미리 온 통일', 지난해보다 5배 많아졌다
-올해 상반기 국내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수가 집계됐다며?
-맞아. 18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올해 2분기(4~6월)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65명(남 18명·여 47명)이라고 밝혔어. 지난해 입국한 탈북민이 총 67명이었던 것과 거의 비슷한 수치야. 1분기(1~3월)와 합치면 올해 상반기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99명이래. 19명(남 3명·여 16명)으로 집계된 지난해 상반기의 5배가 넘는 수준이지.
-왜 이렇게 수가 많이 늘어나게 된 걸까?
-이 당국자는 최근 중국 국내와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완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어. 입국 인원 대부분이 코로나19 발병 전 탈북한 후 중국 등에 체류하다가 국내에 들어온 경우여서야. 중국은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 주요 대도시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봉쇄했지. 그렇지만 "향후 입국 추이에 대해서는 변수가 많은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도 말했어. 참고로 현재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의 누적 인원은 총 3만3981명(남 9533명, 여 2만4448명)이야.
-그러고 보니 최근 통일부는 탈북민들이 처음 사회 적응 교육을 받는 기관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개방행사를 하기도 했어.
-1999년 7월 8일에 개소한 하나원은 매년 기념행사를 해왔어. 장관·국회의원이 참석하거나 탈북민 정착지원에 기여한 인사 등을 초청해 비공개로 진행됐던 게 일반적이었지. 그런데 10일 치러진 24주년 행사에선 내·외신 취재진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시행되는 탈북민 대상 기초교육, 직업교육 과정 등을 일부 공개했어. 사진 촬영 금지, 방송이 나갈 경우 음성변조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보도 자체를 할 수 있도록 탈북민 인터뷰 자리까지 마련한 경우는 드물다고 해.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겠네. 어떤 이야기를 했어?
-대한민국에서 이전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어. 2014년 북한에서 탈출한 30대 A씨는 중국에서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고 살다가 한국행을 결심했대. 그는 "중국에서 불법으로 있다 보니 사회적인 활동도 할 수 없고 당당하게 나서지 못했다"며 "이전엔 몰랐던 삶에 적응이 되니 북한으로 돌아가서 살던 대로는 다시 살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어. 북한에서 빠져나온 지 19년이 됐다는 B씨는 "북한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꽃제비(가난한 어린 부랑자) 생활도 해봤고, 중국에선 신분증이 없어 병원에 갈 때나 기차를 탈 때 힘들었다"고 해. 비교적 최근 2019년 탈북한 20대 C씨는 한국 생활 적응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어. 그는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우린 영어도 잘 모르고 외래어도 잘 모른다"며 "탈북민이라고 이상한 눈길로 보면서 말이 다른 것(이 걱정된다)"이라고 하더라.
-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잖아.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남북 대화 간 교류·협력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시대적 흐름이나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탈북민 지원 정책도 변화가 있었던 걸까?
-서정배 하나원장에게 물어봤어. 서 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인도적 차원과 남북한 주민통합을 위한 통일 준비 차원에서 탈북민 관련 정책의 정체성은 20년, 10년 전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했어. 다만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들이 취약한 분야나 노동시장의 수요가 변하니 하나원에서도 그에 맞는 교육이 더 이뤄지고 있다고 해. 서 원장은 "하반기에는 미래 취업이 유망한 추가 직종(도배, 애견 미용, 떡 제조, 건축목공) 4개 과정이 개설될 것"이라고 설명했어. 통일부도 이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최근 사회현상을 반영해 보이스피싱이나 마약중독 문제 등 범죄예방과 준법교육이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어.
-탈북민들은 사실 주변에서 흔히 보기도 마주하기도 쉽지 않아. 그래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도 막연하기도 해. 서 원장은 "탈북민 특성에 따른 취약성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어. "우리 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여러 차별적인 인식이 있다"면서야. 그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탈북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도 "탈북민은 북한 체제가 싫고 거기 살 수 없어 떠나신 분들이니 우리가 더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어. 정부도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향후 통일한국의 성공을 이끌 밑거름"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남북 대치 상황과 상관없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사업 또는 지원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잖아. 서 원장 말처럼 북한정권과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분리하는 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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