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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미·중 대립 속 '미·일과 관계 강화' 매우 바람직"

  • 정치 | 2023-07-13 13:00

"'日 오염수' 등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하는 건 국익에 도움 안 돼"
"한국, '정권 교체'보다 '정치 행태'를 교체해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제5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제5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허주열·신진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 우리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는 게 '매우 합리적'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호평했다. 또한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연장선에서 반 전 사무총장은 야당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면서, 해외에까지 이를 알리는 것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5회 국가현안 대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그는 최근 국제 정세에 대해 "미·중 대립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미·러 대립이 국제 정치와 경제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로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서 지속적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국제 정세 하에서 우리의 노력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 미중 대립은 이념 대립이라기보다는 어떤 '패권적 대결'로 볼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미중 간의 갈등이 대립과 대결로 끝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 전 사무총장은 "대만을 위한 대립이 잘못하면 미중 간의 군사적인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며 "미중 대립이 점차적으로 전 세계를 두 진영으로 나누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미중 간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이런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있는 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중 간의 대립이 우리가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된다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면서도 "한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 협력, 기술 협력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고, 또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며 한미일 3국의 협력 관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윤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익을 저버린 '가치 편향 외교'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외교에 흔들리지 않은 방향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 전 사무총장은 "가치를 내세운다고 해서 중국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입의 안정화·다양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그것이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위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이 문제는 미국을 선택하느냐, 중국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제5회 국가현안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제5회 국가현안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이와 같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삼권분립의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정권 교체'보다는 '정치 행태'를 교체해야 한다"며 "우리는 정치의 모든 분야를 대체적으로 세계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에 맞는 방향으로 고쳐야 된다. 여기에 있어서 의회의 정치적 역할도 중요하고, 외교·안보적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엄격히 말해서 외교는 행정부의 독점적 영역이지만, 국익 차원에서 국회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외교는 초당적이어야 한다. 여기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국가를 위해서 초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연장선에서 그는 "(야당이 정부의 외교를)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그렇다고 이를 해외에까지 이슈화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다"며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 쪽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유엔으로 가지고 가자 이렇게 하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유엔총회는 어떤 사안에 대해 다수결로 결정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문제로 다수결로 정할 일이 아니라는 게 반 전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과학자들이 '이거다' 그러면 과학자들 말을 들어야 한다"며 "거기에 정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0'퍼센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전 사무총장은 "외교는 초당적으로 하되 가치를 기반으로 국익을 향해 가야 된다. 가치를 잃어버리고 국익만을 쫓으면 추해 보인다. 그렇다고 국익을 버리고 가치만을 추구하면 어리석어 보인다"며 "우리는 미국과 가치 기반의 동맹 관계에 있으며, 중국과는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이웃 친선 국가다. 이러한 독특한 위치에서 미중 간의 관계를 잘 조정하면서 화해의 기초를 만들고, 세계 질서의 대전환기를 보다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만이 가지는 독특한 동양적 지혜가 잘 발휘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이를 위해서 국회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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