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주관 '은행 대출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 개최
금융소비자의 고금리 고통 줄일 방안 등 열띤 토론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산정 체계의 공정성을 확보해 고금리에 신음하는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정치권과 금융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공적 기능이 큰 시중 은행이 고금리로 인해 막대한 초과이익을 얻는 반면 대출 이자 폭탄을 떠안은 차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을 고려해 정책조정을 모색했다.
<더팩트>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주민·오기형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은행 대출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 의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고,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국채연구팀장)이 기조 발제를 맡았다.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경민 은행연합회 여신부문 본부장,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약 2시간 10여분 동안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김 연구위원이 은행의 독과점과 금융안정 및 수익성 등 대출제도 전반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은행) 예대마진은 미국·캐나다 등에 비해선 좀 작은 편이고, 일본보다는 더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76.4%로 (2019년도 기준) 미국(15%), 캐나다(11%), 영국(8%)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상 시기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으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추세가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현행 연 20%로 제한된 최고금리를 최대 10%까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김 연구위원은 "해당 금리로 대출을 못 해준다고 대출이 거절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시장금리, 여신업 조달금리가 다를 때 이와 연동해서 최고금리를 만들어 작년처럼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갔을 때는 최고금리를 올랐다가, 나중에 금리가 내리면 내려가게 만들자"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합리적 금리 산정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매버릭(개성이 강한 업체의 시장 진입)의 도입을 통해 시장 경쟁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 과점시장에 기존 사업 방식과 동일한 사업 방식을 추구하는 경쟁 업체 도입의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경쟁 강화를 도모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동조행위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 행위 자체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 모형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사업을 하는 매버릭 도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유한책임(비소구) 대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소구 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뒤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시세만큼의 책임을 지는 제도다. 못 갚은 나머지 대출금은 대출자가 부담한다. 현재 비소구 주택담보대출로는 정책 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적격대출 등이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의 많은 주(州)가 비소구 대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하락하는 주택가가 폭락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경제주체 중 하나인 가계도 보호해야 한다. 비소구 대출 제도의 도입은 가계가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최근 국회에 제출된 채무자보호법 관련해 채무조정과 관련해 채무자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이 제출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비소구 대출 같은 경우 주택담보대출로 보면 다중채무자의 채무 자체를 제안하는 건데 그런 부분도 계속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채권자 책임이 제대로 정착돼야 우리나라 가계대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서 "채권자 행위 통제를 위해 연체 부도 등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거나 채무불이행이 예상될 때부터 채권자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권자 책임 등에 대해 △계약상 우월한 지위에서 연유하는 충실 의무 △정보의 우위, 부당한 유도, 확신 부여 금지 △교섭력의 우위 개입 및 조정 금지 △신뢰의 악용 금지 △궁박한 상황 악용 금지 △부당한 연장 거부, 일시 상환 요구 등을 들었다.
하 교수는 "정부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한 공적 보증 혜택을 금융위 직원이 보고 있다는 건 은행 입장으로서는 어떤 리스크도 없이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익원을 발굴했다는 얘기"라며 "결론적으로는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꼴이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정한 수준의 경쟁과 경쟁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은행 측은 지나치게 안전한 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와 올해 이익을 보면 순이자 마진이나 예대금리차(은행이 취급한 대출금리에서 저축성수신금리를 뺀 수치) 부분들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수치상으로는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자산 자체가 증가하다 보니 수익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실제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기준 예대금리차(서민금융 제외)는 1.03%포인트로 전월(1.15%포인트) 대비 0.12%포인트 축소됐다.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자금 지원 방안이라든지 이런 정책적인 부분들을 우리가 잘 수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시장에서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부분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최근 위기 상황에서 그래도 은행이 버텨주는 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은행이 어려우면 끔찍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은행의 안정성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은행이 부당하게 더 걷은 대출금리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은행들의 법정 비용에 관해 "예금보험료와 기준예치금조차도 예금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대출자한테 부담시키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이라며 "(은행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당하게 걷은 비용에 대해서는 환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법정 비용 환급에 대한 대안으로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고정금리를 인상했을 경우 세율에서 일정 금액을 저신용자들에게 구제 방식의 환급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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