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주관 '은행 대출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 개최
"금융소비자, 금리산정기준 알아야...대출에도 은행 책임 강화"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현행 대출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을 통해 규율하고 있는 가산금리 공시를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주민·오기형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공동주최한 '은행 대출 방향 개선과 채권자 책임제의 구현' 토론회에서 은행의 가산금리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이 1062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유한책임(비소구) 대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18조 원을 돌파했다. 지주 별 이자 이익은 △KB국민 11조 3814억 원 △신한 10조 6757억 원 △NH농협 9조 5559억 원 △하나 8조 9198억 원 △우리 8조 6966억 원 규모로 총 50조 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 실적은 금리 인상기에 큰 폭으로 늘어난 '예대 마진'이다. 은행의 '수익'인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전결금리'로 정해진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인 세부 산정 방식으로 결정하는데 '영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가산금리에는 은행이 전략적으로 산정·부과하는 '목표이익률'이 포함돼 '이자 장사'에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교수는 "프랑스는 통합금융법에, 독일은 민법에서 (금리 산정 기준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책임이 화두가 되면서 자발적, 자율적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금리에 대한 얘기가 있다. 헌법상 소비자주권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은행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중요사항을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며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산정기준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유한책임(비소구) 대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소구 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뒤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져도 시세만큼의 책임을 지는 제도다. 못 갚은 나머지 대출금은 대출자가 부담한다.
그는 "경제주체 중 하나인 가계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비소구 대출이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비소구 주택담보대출로는 정책 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적격대출 등이 있다.
이 교수는 "대출할 때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여신심사를 한다. 거기에도 책임이 따른다"며 "채무자도 채무불이행의 책임이 있지만 빌려주는 대주에게도 공동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서 1930년대 대공황 시기부터 미국의 많은 주가 비소구 대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전체 대출의 35~4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경제주체 중 하나인 가계도 보호해야 한다. 비소구 대출 제도의 도입은 가계가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법정 최고금리 제한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2021년 말 기준 5177만 명, 경제활동인구가 2883만 명 정도인데 이중 저신용자가 제가 통계를 내본 결과 1436만 명에 달했다"며 "법정 최고금리 제한은 사회안전망 확보의 측면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금리 대출을 받지 못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개인과 기업이 많다"면서 "이자 부담에 쓰러지는 개인과 기업을 살려야 우리 경제에도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팩트>가 주관하고 민병덕·박주민·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이 좌장을,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국채연구팀장)이 기조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이 교수를 비롯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경민 은행연합회 여신 부문 본부장,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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