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제도 진단 및 개선방향 제시
법정최고금리-시장금리 연동제 제안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글로벌 긴축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현행 대출제도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더팩트>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주민·오기형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국채연구팀장)은 '은행의 독과점과 금융안정', '대출금리 산정체계', '법정최고금리 및 중금리 대출' 등 대출제도 전반의 문제를 짚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먼저 대출금리 문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라이선스(허가·면허)를 주고, 그 라이선스 하에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굉장히 안정적인 과점 시장에서 어느 정도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 속에서 대출금리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이 문제가 생겼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물가 상승은 은행도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은행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횡재'가 됐다"며 "이 시기(저금리 기조 유지 때) 대출은 받은 사람들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도 되겠지' 했다가 빠른 속도로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해 좋은 은행 수익(국내은행 지난해 이자이익 '55조9000억 원')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은행) 예대마진은 미국·캐나다 등에 비해선 좀 작은 편이고, 일본보다는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76.4%로 (2019년도 기준) 미국(15%), 캐나다(11%), 영국(8%)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금리 인상 시기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으면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추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예상치 못했던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에 변동금리를 받은 금융소비자들을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과점 시장에서 적절한 방식의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금리 대출과 관련해선 "중신용자(4~7등급) 중 상당수가 적절히 평가된 금리 이상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가계 부채 부담을 키우고,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가 증대되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법정최고금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02년 연 66%에 달했던 최고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져 2021년 7월부터는 연 20%로 제한됐다. 국회에선 추가로 최고금리를 최대 10%까지 낮추는 법안도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최고금리를 내리면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며 "해당 금리로 대출을 못 해준다고 대출이 거절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정최고금리 철학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시장금리, 여신업 조달금리가 다를 때 이와 연동해서 최고금리를 만들자. 작년처럼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갔을 때는 최고금리를 올랐다가, 나중에 금리가 내리면 내려가게 만들자"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은행 가산금리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인 상황과 관련해선 "취지는 100% 공감한다"며 "안정적 과점 시장에선 사업자의 가격과 서비스가 유사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 금리도 대체로 유사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참여자가 소수이고, 서로 행동을 관찰하기 쉬운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상대방이 가격을 낮추거나 신상품을 출시했을 때 곧바로 대응에 나서기 용의하다"며 "상대방도 경쟁자들이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예측한다. 이 경우 사업자들이 가격 인하나 신상품 출시에 적극적이지 않고 유사한 가격과 서비스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의식적 병행행위가 일어나는 시장에선 전면적인 가격경쟁보다는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는 간헐적이고 국지적인 형태의 가격경쟁이 발생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안정적 과점 시장에 기존 사업 방식과 동일한 사업 방식을 추구하는 경쟁업체 도입의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 행위 자체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 모형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사업을 하는 매버릭 도입(개성이 강한 업체의 시장 진입)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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