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수용까지 시간 필요·판결금 수령 용이성 등 감안
피해자 소송 대리인, 기자회견 열고 위법·부당성 지적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정부는 3일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중 판결금을 아직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던 돈을 법원에 공탁하기로 했다. 변제공탁이란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등의 경우 변제자가 채권자를 위해 금전 등을 공탁소(은행 등)에 맡겨 채무를 면하는 제도를 말한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정부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의 노력에도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유가족분들에 대해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며 "대상자인 피해자·유가족분들은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판결금 공탁을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먼저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는 피해자와 유가족이 정부안을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한 점, 최근 일부 시민단체가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 시민모금활동을 발표한 상황 등이 고려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정부가 해법을 지금 차근차근 이행하는 과정에서 시민모금운동이 전개되는 건 또 다른 국면이라고 본다"며 "이날 기준으로 공탁을 실시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피해자 분들 의사결정에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안을 수용한 유가족의 경우 일부 상속인은 연락이 닿지 않아 공탁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주소지 파악 등 판결금 수령이 어려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마음을 열지 못한 분들이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주소지 소재 관할지에서 언제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공탁을 실시한 것"이라며 "정부는 공탁 이후에도 재단과 함께 피해자·유가족 한 분 한 분께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공탁이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고 유효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 당국자는 "당초 제3자인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데 면밀한 법적 검토가 이뤄졌고 그 결과 정부 해법이 진행된 것"이라며 "변제공탁은 채권자가 변제를 거절하거나 수령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 공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단도 유효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결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 소송 대리인 측은 해당 결정이 부당,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대리인 측 김세은 변호사는 외교부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법 429조 1항 단서에 의하면 제3자의 채무 성질과 당사자 의사 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채권에 대해서는 제3자변제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리인 측이 정부안 발표 직후 재단과 기업을 상대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담긴 내용증명을 냈다"면서다. 그는 "정부는 단지 검토를 거쳤고 검토에 의하면 공탁할 수 있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해석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위법하고 설명조차 되지 않는 변제공탁을 하고서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지난 3월 6일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원고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전범기업 대신 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이 해법을 수용했다.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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