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 '당분간 정치와 거리 둘 것' 전망 우세
이낙연 "못 다한 제 책임 다하겠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년간 미국 연수를 마친 뒤 24일 귀국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가 비주류 '친명계'를 중심으로 조직화해 당내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당에 부담을 끼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관심사는 이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하느냐 여부다. 앞서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날 귀국을 예고하며 "국가를 위한 제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제가 할 바를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가 앞으로 정치 행보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24일 귀국 인사에서도 "대한민국이 이렇게 된 것은 제 책임도 있다. 못 다한 책임을 할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25일에도 SNS에 "국민께서 고통을 겪으시는데, 저는 떨어져 지내 미안하다.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 여러분 곁에 있겠다"며 "나라가 어렵다. 저의 책임도 있다. 못 다한 제 책임을 다하겠다.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일을 하겠다. 어느 경우에도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며 정치적 행보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이 전 대표가 '할 일'을 언급하면서 당장 정치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살리지 않겠느냐"며 짧게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한반도 평화와 미·중 경쟁을 연구했으며, 귀국하기 전 독일과 체코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분당 등 당이 시끄러워질 정도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편이 아니며,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했기에 어떻게 하는지 일단 두고 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총선 전까지 조용히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 대표가 지난 19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음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35%,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은 29%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차이가 더 큰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 22일 공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35%, 민주당은 25%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5%포인트 더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저지하기 위한 장외 투쟁에 열을 올리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지시를 두고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이 10개월 남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이 코인 논란과 전당대회 돈 봉투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가 현 정부의 외교에 관해 목소리를 낸다면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한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미국에서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국민이 공감한다면 '그의 시간'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친명계와 소위 '개딸'(개혁의 딸)의 견제·반발은 불가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 2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는) 당의 가장 큰 어른"이라며 "당의 단합과 내년 총선의 승리 측면에서 고민하실 것이지,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비명계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할 거라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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