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 특권 포기' 서명,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 요구
비명계 "'李체제 1년 평가' 없으면 혁신 논의 자체가 무의미"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가 명칭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김은경 혁신위')로 정했다. 김은경 혁신위는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의원들이 불체포 특권 포기 서명을 내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했다. 의제 중 '비명'(이재명)계 의원들이 당초 요구했던 '이재명 체제 1년 평가'는 혁신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을 두고 당내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혁신위는 23일 오후 비공개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불체포 특권은 의원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지만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체포와 구속 심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하되 문제가 발생하면 당내 조사를 통해 억울한 분이 없게 법률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당내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윤리 정당으로서 역할과 정치 회복을 큰 목표로 하고, 현재 진단과 미래 비전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회의 당시 논의된 혁신위의 목표와 방향을 전했다.
혁신위의 불체포 특권 포기·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요구는 당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보유 논란' 등 훼손된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 노웅래·이성만·윤관석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이 때문에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 19일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해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이에 혁신위도 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한 범위를 당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불체포 특권 포기' 요구를 두고는 당내에서도 계파와 상관없이 도덕성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당 지도부도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의 (불체포 특권 포기) 제안을 거부할 의원이 누가 있겠나. 민주당이 하루라도 빨리 '방탄 정당'을 벗어나는 길이므로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가 민주당이 불체포 특권을 '선제적으로' 내려놔야 한다고 했지만,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 움직임을 먼저 보인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21일 의원총회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틀 만에 소속 의원 112명 중 105명의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혁신위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서명 요구는 사실상 여당의 압박에 따라가는 성격에 더 가깝다.
이 때문에 혁신위가 '첫 카드'로 불체포 특권 포기·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내민 것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는 의총에서 결정한 것을 혁신위에서 첫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체포 특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데, 혁신위가 도덕성을 이유로 헌법적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을 못 내놓은 것도 아쉽다"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이재명 체제 1년 평가'가 다뤄지지 않았다. 윤 대변인은 '회의에서 당대표 체제 1년 평가에 대한 논의가 나왔는지'를 묻자 "불체포 특권에 대한 격론이 오가며 많은 시간을 그 논의에 할애해 여러 안건에 대한 논의는 다음 차례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 평가가 혁신위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 혁신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대표 체제 1년이 지났는데 당 지지도가 오르기는커녕 도덕적 불감증에 걸렸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다"며 "이 평가가 혁신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의원도 "현 체제 평가 없이는 혁신위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혁신위는 추가 인선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비명계 의원들은 2차 혁신위 인선에 현역 의원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김 위원장이 '현역 배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첫 상견례 자리에서 "기득권 타파"를 선언하는 등 혁신위에서 '공천 룰 손질' 등 내년 총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들이 분출할 것을 대비해 당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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