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野에 제안
독일·엘살바도르, 올해 선거법 개정
이탈리아, 국민투표로 상·하원의원 300명 넘게 줄여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가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10%(30명) 감축'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 줄이기'를 야당에 공식 제안했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데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스스로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김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하자. 국회의원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 갑론을박이 있다. 그런데 정답은 국민"이라며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많다고 하면 다 이유가 있다. 정치 과잉이라는 것 아닙니까. 입법 남발로 자꾸 경제 공해, 사회 분열을 촉발시킨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원 숫자가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며 "엉뚱한 정쟁 유발, 포퓰리즘에 골몰할 시간에 진짜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전 '의원 정수 축소'를 제안한 바 있다. 의원 정수 문제는 여야의 입장차가 여전해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21대 국회의석수는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총 300석이다. 1대 국회(제헌국회) 때 200석으로 시작해 증감을 반복하다 13대 국회의원 선거(1988년 4월 26일) 떄 지금과 비슷한 299명(지역 224석·비례 75석)까지 늘었다. '정치 쇄신' 차원에서 의석 수 축소가 이뤄진 것은 2000년 4월 13일 실시된 제16대에서다. 1997년 외환위기 후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회의원 정원도 감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15대 때 299석은 16대에 273명(지역 227명, 비례 46명)으로 줄였다. 지역구로만 26석 감소한 수치다. 경제위기 극복 후인 17대 선거 때 국회의원 정수는 299석으로 회복됐다.
김 대표의 주장처럼 의원 정수를 축소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경우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인 사례는 이탈리아, 독일, 엘살바도르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나 체제에 따라 원인도 다양하다. 이탈리아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해 최근 선거가 치러진 2022년 '줄어든 의원들'이 뽑혔다. 독일과 엘살바도르에선 최근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차기 선거부터 적용된다.
◆ 독일 하원의원 736명→630석으로…엘살바도르는 28.5% 감축
독일은 올해 3월 선거법을 개정해 하원의원 정수를 630석으로 고정했다. 독일은 양원제다. 상원의원은 16개 주정부가 임명한 대표자들로 구성되고, 하원의원은 지역구 299명, 비례대표 299명을 선출한다. 독일도 지역구에 한표, 정당에 한표를 행사하는 1인 2표제다.
현재 하원의원 수는 736명이다. 선거법상 의원 정수인 598명보다 138명이나 많다. 그 이유는 독일 전체 의석수 배분을 정당 지지율에 따라 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데 있다. 만약 실제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보다 더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낸 정당이 발생하면 이를 초과의석으로 인정해주고, 나머지 정당에도 득표율에 맞춰 조정의석을 더 준다. 초과, 조정의석이 많을수록 의원 총 수도 늘 수 밖에 없다.
독일 인구는 2021년 기준 8320만 명인데 의원 수는 중국(2977명) 다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나라 규모에 비해 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25년 선거부터는 초과·조정의석은 폐지되고 비례대표 의석수는 정당득표율로만 배분된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8일 의회 의석수를 84석에서 60석, 28.5%를 줄이는 법안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내년 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14개 주로 구성돼있는 엘살바도르는 주별 인구비례로 지역구 의원을 선출한다. 비례대표는 없지만 의원 당 1명의 부의원을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부의원 역할은 의원의 유고, 사직, 선거 무효, 임시 허가, 참석 불가 등 유사시 '직무 대행'이다.
개정안 추진엔 '갱단과의 전쟁'으로 지지율이 90%에 달하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인구 대비 많은 의원 수를 조정하고 국가지출을 줄인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의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는 1.3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긴 하다. 일각에서는 장기집권을 꿈꾸는 대통령이 의석 수를 줄이면서 여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개편해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 무능·부패는 정치구조 탓…이탈리아, 상·하원 수 36% 줄였다
이탈리아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해 상·하원 의원 수를 300명 넘게 줄였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결과는 찬성 69.96%로 압도적이었다.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줄었다. 선출직과 별도로 대통령이 지명하는 6명의 종신 상원의원은 그대로다.
이탈리아 상·하원 의원의 3분의 2는 비례대표제로, 나머지 3분의 1은 지역구에서 선출된다. 상원 200석 중 122석은 비례, 74석은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4석은 해외 거주 이탈리아인들에게 배정된다. 하원 400석 중 245석은 비례, 147석은 지역구, 해외 거주 8석이다.
이탈리아는 1983년 이래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역사가 있다. 2016년엔 상원의원을 100명으로 줄이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는데59%의 반대로 부결됐다. 4년 후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계기 중 하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국가적 위기 속 나타난 정치 지도자들의 무능하고 부패한 행태를 정치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게 됐고, 변화를 요구한 여론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종법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YTN라디오에서 "의원들이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자영업자에게 가야 할 코로나19 국가 지원금을 받은 것이 수사로 밝혀졌고, 주지사의 마스크 납품 비리 사례도 있었다"며 "국민들이 현재 시스템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권한을 오·남용해 국가의 세금을 축내는 비효율적인 정치구조를 계속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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