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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뒤늦은 사법리스크 정면돌파

  • 정치 | 2023-06-20 00:00

李, 교섭단체 연설에서 '5포-압·구·정' 윤석열 정부 혹평
與, 李 방탄 후 '불체포특권 포기'에 "사과부터 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1년을 '5포(포기),'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정권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불체포특권' 카드를 꺼내며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1년을 '5포(포기),'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정권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불체포특권' 카드를 꺼내며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1년을 '5포(포기)',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정권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사전에 배포되지 않은 내용이었던 '불체포 특권 포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이 대표가 근 1년간 검찰의 수사와 압수수색 등을 받으며 정부의 '사정정국', '야당 탄압'에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이 대표는 약 1만1000자 분량의 연설문을 준비해 47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연설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과 정부'로 각각 43번이다. 이어 경제(30번), 국가(23번), 윤석열(17번), 사회(17번), 삶(17번)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집권 1년 경제 위기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지적하며 현 정부가 민생을 내팽겨치고 있다는 내용을 말하는 데 연설 상당 부분을 할애했기 떄문으로 보인다.

서두부터 이 대표는 집권 1년을 막 넘긴 윤석열 정부를 향한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윤석열 정권은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을 포기했고 국가 그 자체인 국민을 포기했다. 한마디로 '5포 정권', 국민 포기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며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눈 떠보니 후진국' 발언은 지난 2월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눈 떠보니 후진국', 윤석열 정부의 지난 9개월에 대한 총평이다"라며 언급한 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총액 상승 등을 꼽으며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생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OECD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세계경제는 0.1%포인트(P), G20은 0.2%P씩 상향 조정했는데, 한국만 3월 0.2%P 하향 조정에 이어서 6월에도 0.1%P를 연이어 하향 조정한 점도 지적했다. 최근 각종 경제 지표가 보여주는 하락세를 꼬집어 현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서민들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현 정부 들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35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해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기본사회', '개헌' 등을 강조하며 미래 한국에 대한 비전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첫 교섭단체 연설 당시 이 대표는 '기본'이라는 단어를 32차례 언급하며 "이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또 "소득·주거·금융·의료·복지·에너지·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설에서도 이 대표는 말미에 "국민의 삶을 지키는 기본 사회를 준비해 가겠다"며 "국민을 포기한 윤석열 정권의 '각자도생 정글 사회'를 넘어 안정되고 풍요롭고 희망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언급하며 민주당이 '기본 사회' 추진에 있어 연속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일·중 외교 비판도 이재명 대표의 연설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중 관계 경색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한일 외교에는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지며 정부에 조언했다. /뉴시스
정부의 대일·중 외교 비판도 이재명 대표의 연설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중 관계 경색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한일 외교에는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지며 정부에 조언했다. /뉴시스

정부의 대일·중 외교 비판도 이 대표의 연설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근 양국 간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대중 외교를 두고 "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챙겨가야 한다"며 "점증하는 북한 도발에 대비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도 함께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정부의 대일 외교를 두고 "정부가 일방적 양보만을 담아 내준 물컵을,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로 채우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비용이 문제라면 방류를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보관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부당하지만 그것이 천문학적인 방류 피해를 피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첫 교섭단체 연설 당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방미 순방 당시 이른바 '비속어 논란'을 직격하며 "제1당으로서 이번 외교 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며 "오판 하나, 실언 하나로 국익은 훼손되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당시 외교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통과시킨 바 있다.

반면 지난해 연설 당시 이 대표가 논의를 제안했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부분은 이번 연설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이 대표는 사전 연설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을 3분가량 언급했는데 '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해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돌파구 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안하기 전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정쟁에 몰입했다며 "취임 1년이 넘도록 검·경을 총동원해서 없는 죄를 만드느라 관련자들을 회유 협박에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하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당당히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라고 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결정을 응원한다는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당에서는 '늦은 대처'라며 이 대표가 여전히 '내로남불'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이재명계 정성호 의원은 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이재명답다. 국민과 정의의 승리를 믿는다"고 썼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나는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만류하고 반대했지만,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과 맨몸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 당내 분열의 불씨도 고려됐을 것이다. 탄압과 분열을 이기고 필승하시라"고 이 대표의 결정을 응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최고위회의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발언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최고위회의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발언에 대해 "쇄신과 개혁적 모습을 연출하려고 애썼지만 먼저 사과부터 했어야 옳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생각에 잠긴 김 대표. /뉴시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최고위회의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발언에 대해 "쇄신과 개혁적 모습을 연출하려고 애썼지만, 먼저 사과부터 했어야 옳다"며 "이 대표가 당 내부로부터의 퇴진 압력, 사퇴를 요구하는 다수 국민들의 여론을 일시적으로나마 모면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만시지탄(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침)"이라고 지적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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