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국회서 잠자는 '구하라법'…또 다른 '나쁜 엄마' 등장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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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정부는 '오염수'라는데, 정치권·언론은 '방류수' 혼재 사용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관련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어. 우리 정부는 '오염수'라고 하지만, 일본은 '처리수'라고 하네. 또 우리나라 일부 보수 언론에선 '방류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
-먼저 여당에서 나온 용어가 눈에 들어왔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관련 발언을 하면서 '오염수'와 '방류수'를 혼용해서 썼거든. 무의식중에 나온 말이었던 것 같아. 관련한 질의에 "누가 그런 표현을 썼냐"고 되물었거든. 그러면서도 "정해진 용어는 없다"고 했지.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2일에도 야당을 향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과학적 기준으로 검증할 예정인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해 온갖 괴담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어. 이때도 '방류수'라고 표현했어.
-직접적으로 용어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어. 지난달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오염수에 대해 "알프스(ALPS)를 통해 처리된 물"이라면서 "과학적으로 봤을 때 '오염 처리수'가 맞다"고 주장했지. 다만 이때 정부는 "용어 변경을 검토한 적 없다"면서 성 위원장의 주장에는 선을 그었어.
-국민의힘이 지난달에 열었던 간담회에서도 용어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어. "기회가 된다면 후쿠시마 물 1L가 아니라 그 10배도 마실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된 간담회야. 당사자인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용어와 관련한 질의에 "'Treated water(처리수)'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답했지.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가 오염수를 '처리수'로 용어를 바꿔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어. 외교부에서 곧바로 "검토한 바 없다"고 했지만, 정부보다 먼저 용어를 변경한 언론이 있는 데다, 여당에서도 종종 나오는 용어들이 과연 실수이거나 개인적인 의견에만 불과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동안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보인 모습을 보면 그런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객관적', '과학적'이란 말을 쓰면서 대체로 일본의 방류 결정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오염수'라는 표현 자체에서 오는 거부감이 큰 것도 사실이고.
-정부는 일단 용어 변경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 정부는 기존 입장대로 '오염수'란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어.
◆"억울합니다"…'구하라법' 통과 촉구 눈물의 기자회견
-국회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이 있었다고?
-어업 활동을 하다가 실종된 고 김종안 씨의 친누나 김종선(61) 씨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단상에 섰어.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일명 '구하라법'의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였어.
-구하라법?
-2019년 11월 가수 고 구하라 씨가 숨진 뒤 20여 년 전 가출했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재산 상속을 요구하자, 구 씨의 오빠 호인 씨가 부양의무를 외면한 상속인의 상속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어. 국회에 다수의 관련법이 계류 중이야.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23일 선박에 승선 중 폭풍우를 만나 실종됐어. 종선 씨에 따르면 사망 보험금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등 3억 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어. 행정기관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생모가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했다고 해. 민법상 혼인하지 않은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그 자녀의 재산은 직계존속(부모)에게 상속되며,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부모의 상속 자격이 박탈되지 않아.
-이날 종선 씨는 "생모는 2살 남짓하던 동생을 버리고 떠난 뒤 다른 남자와 결혼해 두 명의 자식을 낳고 살면서 한 번도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며 울부짖었어. 또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에서 연락했지만 (빈소에) 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어. 종선 씨의 할머니와 고모가 3남매를 양육했다고 해. 억울함을 호소한 종선 씨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어.
-이 자리에 함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어.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 의원은 단상에서 내려와 오열하는 종선 씨를 끌어안으며 다독였어. 이를 바라보는 일부 기자들은 옅은 탄식을 내뱉으며 안타까워했어.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 회견장을 빠져나가서도 종선 씨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는데, 서 의원이 끝까지 달랬어.
-서 의원은 이 상황을 바라보는 취재진을 향해 "많이 보도해달라", "도와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진정된 종선 씨와 일행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어. 구하라법이 국회에 발의된 건 2020년 7월이야. 무려 3년간 제대로 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지. 이제라도 국회가 서둘러서 이 법을 처리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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