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023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 면책조항 논란
與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 소극적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자' 사태로 촉발된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아울러 대규모 노조 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두고도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민생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과 맞물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가진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천주교 대표 격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제외됐다. 이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통일부가 지난 4월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에 "정확성은 보증 못 한다" 등 내용의 '면책조항'이 삽입돼 논란이다.
◆尹 '종교지도자' 간담회에 천주교 대표 없는 까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어. 통상적인 일정이야.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고?
-그동안 천주교 대표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참석해 왔는데 이번엔 안 보인 거야. 이날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천주교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최종수 성균관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 등 9명만 참석했어.
-이유가 있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가 교구장으로 있는 수원교구에 물어봤어. 대통령실로부터 참석 요청을 안 받았다고 해. 1년 전 종교 간담회 때는 이용훈 주교를 초청했었는데 말이야. 이에 대해 수원교구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나름의 기준이 있나 보다"라는 반응을 보였어.
-일각에선 현재 천주교계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대통령실이 의식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달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면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잖아. 이용훈 의장이 문 전 대통령과 친한 인사였다는 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 관련해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사건에서 관계성을 주목받은 적이 있었지. 사업가 신혜선 씨가 신한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을 때 연대보증을 섰던 우리들병원 원장과의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청와대 측에 민원을 요청할 때 이 의장이 연결을 해줬다는 거야. 신 씨는 이승훈 베드로의 7대손이기도 해서 천주교에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해. 신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총선 직전 이용훈 주교가 문 당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신 씨 억울함을 풀어주라며 천주교의 협조를 약속했다"고 주장한 적도 있어.
-역대 대통령 중에도 특정 종교의 대표 단체를 초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
-대통령과 종교지도자 간담회에는 통상 '7대 종단' 대표가 참석해. 이중 조계종 총무원장, 원불교 교정원장, 성균관장, 천도교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5곳은 꾸준히 초청 받아왔어.
-다만 천주교와 개신교 대표는 정권마다 참석자가 조금씩 바뀌었는데, 개신교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보수색이 짙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정권 교체 후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가 참석했어. 이번 간담회에는 두 단체가 아닌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초청받았어. 천주교 대표로는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때 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이전에는 '천주교 주교회의 대주교' 중 1명이 참석하는 식이었어. 특히 박 전 대통령 당시 지금처럼 천주교 진보 성향 단체에서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여는 때도 많았지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초청했었어.
-이날 간담회에는 천주교를 대표하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신 대주교인 서울교구장이 참석한 거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도 참석했는데, 종교 지도자 간담회에 특정 교회 목사가 초청된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어. 대통령실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 "종교지도자들과 취임 1주년을 계기로 외교 성과를 공유하고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고견을 나누기 위한 소통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는데, 소통 행보치고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공신력 있다'면서 영문판엔 "정확성 보증 못 해"…北인권보고서 면책조항 논란
-통일부가 야심차게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이 논란이 됐다지?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2018년부터 매년 나왔던 보고서가 공개된 건 올해가 처음이야. 그간은 탈북민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 북한의 반발 등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영문판 번역본까지 발간하게 됐지. 영문판은 4월 발간됐는데 국문판에 없는 내용이 들어간 게 문제가 됐어. 바로 보고서 맨 앞머리 두 쪽가량의 '면책조항'이야.
-면책조항(Disclaimer)이 뭐야?
-법적 책임이나 논리적 지적을 피하고자 책임이 없다는 것을 명시하는 조항이야. 이 보고서 면책 조항에는 '여기 담긴 수치, 분석, 의견 등 정보의 정확성, 완결성, 신뢰성, 적시성에 대해 보증(Warrant)하지 않는다', '통일부는 번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오류나 누락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명시돼 있어. 탈북민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 특성상 정확성 등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 때문이었을 거야. 하지만 정부 발간 보고서에 면책 조항이 들어가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공신력 논란이 빚어졌어. 통일부가 이 보고서를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배포한 취지와도 맞지 않는 일이지.
-국문판 보고서엔 없었던 면책조항이 영문판엔 새로 들어간 이유는 뭐야?
-'면책조항 삽입'이 지적된 건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보도에서야. 통일부는 보도가 나온 날 정례브리핑에서 "면책조항은 공신력과 별개 문제"라고 해명했어. "공신력 있는 유엔 보고서들에서도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야. 면책조항 내용이 국문판에 없는 게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도 했어. 국문판에 '지역 편중으로 일반화가 어렵다', '2022년 상황을 증언한 탈북민 수는 9명에 불과해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억에 의존했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등으로 이미 정확성의 한계를 명시했다는 거야. 통일부 관계자는 "언론에 문제제기된 만큼 최종본 발간 시에는 면책 관련 조항들을 압축해 반영할 예정"이라고도 말했어.
-잘 해결된 거 아니야?
-아니. 문제는 통일부 해명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는 거야. 중앙일보에 따르면 통일부는 '공신력 있는 보고서'에 면책조항이 담긴 실례를 들지 못했다고 해. 탈북민 증언으로 구성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도 면책조항은 없었어. 면책조항을 넣었다가 탈북민들 증언이 부정확할 수도 있다는 점만 눈에 띄게 된 거지. 대통령실도 공신력 논란을 무겁게 생각한 모양이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통일부를 상대로 면책 조항이 들어간 경위에 대해 긴급 감찰에 나서기도 했대.
-보도가 나온 지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에 통일부가 결론을 냈네. 영문판에서 면책조항을 삭제하고 국문판과 유사한 내용의 서술로 대체하는 걸로 말이야. 통일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기존 영문판 인권보고서도 없어졌고.
-처음에 통일부가 밝혔던 '면책 관련 조항 압축 반영'과 또 다른 결론이지. 원본에 없는 내용을 영문본에만 삽입하는 건 부적절하고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삭제하기로 한 것 같아. 그러나 통일부는 전 세계에 공개되는 우리 정부 보고서가 부실한 것처럼 보이게 했고, 면책 조항이 들어간 이유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어. 보도가 나온 직후 나온 조치와 대통령실 감찰을 받고 난 후 조치가 달라진 것도 그렇고. 보고서 공개 자체가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현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
◆현역 의원에게 최고위원은 독이 든 성배? 왜 아무도 안 하나 했더니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오는 9일에 이뤄질 예정이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지. 김가람 청년 대변인, 이종배 서울시의원, 천강정 전 최고위원이 후보로 올랐다면서?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네?
-사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태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사퇴하지 않은 김재원 최고위원으로 큰 곤욕을 치렀잖아.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 위기라는 지적까지 나왔었고. 그런 만큼 재선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해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어. 직전 비대위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김석기(경북 경주) 의원부터 김정재(경북 포항)·박성중(서울 서초을)·송언석(경북 김천)·이만희(경북 영천·청도)·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됐지만 결국 나서진 않았지.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데도 꺼렸다는 게 조금 의아한 부분이야. 지난 전당대회에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친 걸까? 친윤의 '낙점'이 없는 상황에 섣불리 나서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 같아.
-비윤계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용산에서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도 들려. 이미 주요 당직을 친윤계가 장악했으니 굳이 최고위원 한 자리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을 것 같아. 또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고 주요 결정을 하긴 하지만, 최고위원이라고 해서 공천이 확실히 보장된다고 할 수 없고 말이야. 가령 지난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정미경 전 의원의 경우, 지난해 서울 서초갑 재·보궐선거 경선에 참여했지만, 조은희 의원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는걸.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내에서는 김석기 의원을 추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해. 김 의원은 왜 출마하지 않았을까?
-김 의원 스스로 당직에 큰 욕심이 없었던 것 같아. 직전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고 말이야. 또 지금 당 재외동포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고 이번에 보훈처가 보훈부로 격상되는 등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니 이 분야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고 해.
-다른 의원들은 어때?
-글쎄. 각자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최고위원이 되는 게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 지역구에 집중하는 게 총선에서 더 유리할 테고. 또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당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아마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텐데 그러면 지도부가 먼저 나서야겠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든 험지에 출마하든. 오히려 리스크가 큰 셈이지.
-호남을 지역구로 한 이용호 의원이 눈에 띄었어.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당내 주요 결정을 최고위원회의가 아닌 '5인회'가 결정한다고 했지. 최고위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취지야.
-김기현 대표는 우선 그에 대해, 최고위 회의 전에 하는 사전 전략회의에 참석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이철규 사무총장·박성민 전략부총장·배현진 조직부총장과의 회의를 의미한다는 취지로 "주요 당직자와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매우 불쾌하단 반응을 보였어. 당내 반응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 이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발언을 취소한다"면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어.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찜찜함을 남기는 건 사실이야. 전문가들은 최고위의 권위가 떨어진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야. 친윤 일색의 지도부,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윤심(尹心)' 논란, 또 그렇게 구성된 최고위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 튀어나온 것들. 예고된 일이라는 거지.
-후보 등록 하나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란 거구나. 섣부른 얘기지만 비대위 체제의 전환 얘기도 나와. 이언주 전 의원이 언급했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어. 당의 활력이 떨어지고 대통령실의 입만 쳐다보는 상황에서 계파 간 중재나 교섭을 할 만한 동력이 없다고 말이야. 결국 리더십의 문제라는 얘기지.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부분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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