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년 헌정회 보조금 예산집행내역 분석
경조사비 3년간 3.8억…'냉면집 간담회'도 열려
[더팩트ㅣ국회=허주열·신진환 기자]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대한민국헌정회'(이하 헌정회)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헌정회 회원들의 친목 도모 및 경조사 비용 등에도 세금이 활용되고 있었다. 국회의원이 가진 여러 특권을 없애자는 시대적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전직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무풍지대에서 여전히 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국비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2020~22년 보조금 사업실적보고서 및 예산집행결산' 자료에 따르면 헌정회가 최근 3년간 각종 사업에 집행한 보조금은 △2020년 63억505만 원 △2021년 59억8954만 원 △2022년 58억7992만 원으로 3년간 집행된 보조금 총액은 약 181억7400만 원이다.
예산 집행 상세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보조금이 쓰인 사업은 이른바 국회의원 연금으로 알려진 '연로회원지원사업비'다. 헌정회육성법 제2조 2항에는 2012년 5월 29일 이전에 국회의원(18대 국회의원까지)으로 재직한 연로회원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1948년 12월 31일(만 75세)까지 출생한 회원들에게 매월 120만 원씩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인 자나 공무원 신분으로 재직 중인 자, 국적상실자, 국회의원 재직 시 제명 처분을 받거나 유죄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자, 공직유관단체에서 매월 일정액의 보수나 업무추진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명목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임직원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0년 연로회원지원 보조금 소요 예산은 전체 집행 예산의 81%에 해당하는 51억768만 원이었다. 2021년은 47억565만 원(전체 집행 예산의 78.5%), 2022년은 44억4240만 원(전체 집행 예산의 75.5%)이었다. 매년 지급된 연로회원지원비가 줄어든 것은 사망 등으로 연로회원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상 연금은 받으려는 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했다가, 은퇴 후 자신이 적립한 금액에 이자 등을 더해 지급받는다. 하지만 18대 국회 이전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전 국회의원들은 현역 시절 연금 적립을 하지 않았음에도, '전직 국회의원들의 노후생활 안정 및 품위유지' 등을 위 세비로 사실상 연금을 받고 있다.
또한 회원들의 경조사비(별세회원조의금·회원가족경조사비·경조화환대·회원경조지원비)에도 최근 3년 동안 약 3억8500만 원의 국비가 쓰였다. △2022년 1억2883만 원 △2021년 1억4098만 원 △2020년 1억1533만 원의 보조금이 집행됐다. 회원경조사업은 헌정회원에 대한 최소한의 후생복지를 지원함으로써 자긍심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헌정회 측은 <더팩트> 문의에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경조사 지원금'에 관해 내부 규정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26일 통화에서 "국민 세금으로 헌정회 회원들 경조사비가 지원되는 것은 당연히 적절하지 않다. 또 헌정회에서 (18대 국회의원들까지) 회원들 연금을 지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할 때는 특정 목적의 사업에 대해서 지원하는 것이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헌법 개정 연구 등 공적인 성격의 활동을 하는 것은 세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보지만, 품위유지를 위한 연금과 헌정회 회원들이 친목을 다지고 경조사를 챙기는 것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적립하지 않은 연금을 받는 것과 경조사 등 사적인 일에는 헌정회가 자체적으로 모은 회비를 사용하는 게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헌정회 관계자는 지난 25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년에 6만 원씩 회비를 걷고 있지만, 회비를 내는 회원은 100명 미만"이라 자체적인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회의 및 간담회에 국비가 쓰인 정황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송년 간담회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한식집에서 진행됐다. 엄호성 위원장 외 위원 3인이 참석한 간담회 목적은 '정책연구위원회 분과 정무위원회 회의'로 기재돼 있다. 이 간담회에 38만2000원의 보조금이 쓰였다. 사흘 뒤인 9일 기획재정위원회 송년 간담회가 헌정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것과 대비된다. 이밖에 간담회가 같은 일식당에서 개최된 사례는 8건이다.
2021년 교육위·인구정책특별위원회 등 34번의 간담회 중 10건이 일식당·한정식 식당에서 진행됐다. 특히 2022년 운영 계획 수립을 위한 목적으로 총인원 4명이 참석한 추모공원특위 간담회(2021년 12월 16일)는 여의도의 한 냉면집에서 열렸다. 2020년에는 26번의 간담회나 회의 중 2건(북핵대책특위·장애인먼저특위)이 여의도 한 호텔의 고급 중식당에서 진행됐다.
간담회가 식당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헌정회에 회의장이 부족하다면) 국회 내 회의장을 대관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식당 간담회는 의아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헌정회 관계자는 "헌정회 (건물) 내 회의장이 적은 데다 장소마저 너무 협소하기에 간혹 식당 룸(방)에서 대체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복수의 연구위원회 간담회는 각기 다른 날짜에 개최됐으며, 외부 식당에서 진행된 간담회 참가인원은 적게는 3인에서 많게는 6명이다. 2022년 12월 13일는 국방위·농해수위·환노위의 송년 간담회가 동시에 열렸는데, 헌정회 내부 회의실에서 개최된 간담회는 한 곳도 없었다.
각 대별의원회 활동지원비도 적잖은 세금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친목모임을 지원하는 것인데, 2022년 소요 예산이 2612만 원이다. 지난해 11월 16·17대, 12월 13·14·15대 의원회는 각 150만 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지난해 8월 10대 의원회가 17만 원을 쓴 것과 무려 8.8배 차이 난다. 2021년에는 '헌정걷기모임 연구지원금'(100만 원) 등 일반수용비와 업무추진비 합계 4466만 원의 보조금이 쓰였으며, 2020년에 4598만 원이 집행됐다.
총회와 이사회, 운영위 등 각종 회의체에 지원된 회의비는 △2022년 1억5531만 원 △2021년 1억5371만 원 △2020년 7695만 원이었다. 헌정회 관계자는 "총회와 이사회, 위원회의를 한 번 할 때마다 회의장 임차와 부가적인 식대, 거마비(교통비), 소집 통지문 발송 등 700만 원 정도 예산이 소요된다"며 "원로와 고문이 각각 약 200명이며, 이사는 70명이다. 이사회는 분기별, 상임위는 정기적으로 회의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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