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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집시법 개정' 드라이브…野-노조 "기본권 침해" 반발

  • 정치 | 2023-05-23 00:01

국민의힘 "민주노총 노숙집회, 용납할 수 없어"
민주당 "국민의 입 막나...헌법 정신 부정행위"


국민의힘이 22일 집시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들고나왔다.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결의대회에 대한 조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이 22일 집시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들고나왔다.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결의대회에 대한 조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부·여당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정당한 공무집행'을 면책 조항으로 신설할 방침이다. 또한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2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먼저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확고히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면책 조항을 넣는 형태로 진행하겠다"며 "두 번째로 야간 집회 금지가 위헌 결정 났는데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0~6시까지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그 부분은 항상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가되 현재 민주노총이 보이는 1박 2일 노숙 집회 행태는 도저히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미 임계점 넘었다고 보이고 이와 관련한 적극적 논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회의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노총의 지난 집회는 정도를 넘어섰다"면서 "집시법 개정 필요성에 많은 국민의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선 경찰의 대처 방식도 정당한 공무집행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선 확고하게 보장하고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2009년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제10조가 과도하게 야간 옥외 집회를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14년이 지나도 후속 입법이 없어 시위는 자정 이후에 금지가 가능하지만 옥외 집회는 심야시간도 금지 불가능한 입법 불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확성기 사용 등 제한 통보에 대한 실효성 확보 방안, 소음기준 강화도 논의하기로 했다"며 "국민의힘은 국민들이 과도한 집시로 불편 겪지 않도록 신속한 법 개정을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전날(21일)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에서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에도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 물 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며 "불법·탈법 시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관계 법령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물대포는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직사 살수로 고(故)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며 자취를 감췄다.

윤 원내대표도 같은 날 "심야시간에 국민에 불편을 주는 부분에 적절한 제한을 두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되, 다수의 국민이 불편을 겪는 부분은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2020년 0시부터 6시까지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결의대회를 앞두고 정부는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 1박 2일의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장원 인턴기자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결의대회를 앞두고 정부는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 1박 2일의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장원 인턴기자

정부는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8일 '시민 불편', '혐오감'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덧붙였는데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조치여서 논란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도 "집회를 금지해야 할 만큼 경찰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공무집행방해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광장 일대에서 1박 2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 조합원 약 2만5000명은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고(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추모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16일 오후 5시 이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의 200일 추모 촛불 문화제에 함께했다. 이날 숙박업소를 구하지 못한 집회 참가자 1만4000여 명이 서울광장 등에서 노숙하며 논란이 일었다.

정부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의 대응에 대한 면책 조항도 과잉 진압으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경찰관의 형사책임 감면을 골자로 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 기본권을 기본적으로 침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야간 집회 금지·제한에 대해서도 "일정상 수많은 조합원이 이동하기 힘들어 불가피하게 노숙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을 마치 불법 집회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숙을) 집시법으로 금지한다고 하는 부분들은 맞지 않는 기본권 침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시도는 야권의 반발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부·여당의 집시법 개정 시도는 야권의 반발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인 데다 정부·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당장 법 개정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정 무능과 실패에 항의하는 국민의 입을 막으려 드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물대포를 다시 언급하고, 야간 집회 금지와 집회의 자유에 '불법' 딱지를 붙이려는 정부여당은 헌법도 국민도 보이지 않냐"며 "표현·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다. 하다 하다 이제는 헌법 정신마저 부정하는 정부여당이 되려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집시법 개정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도 "집회·시위의 자유가 확대됐기에 국민의힘도 자유한국당 시절 전광훈 목사와 손을 잡고 태극기 휘날리며 광화문을 누빌 수 있었다"며 "여당이 됐다고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불법 집회를 엄단하라고 길길이 뛰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4년 후엔 또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설지 모를 일"이라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정치는 그만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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