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 원폭 희생자 위령비 첫 공동 참배…"과거사 치유 함께 노력"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2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35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사업 중 하나인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의 원활한 운영 등을 제기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2주 만이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각각 10억 원씩 총 2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국내 기업을 통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발표한 데 대한 일본의 호응 조치 성격을 띈다. 일본 측은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제3자 변제 방식'에는 참여하지 않고, 대신 양국 경제 단체가 청년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반도체 공급망 등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동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징용 배상 소송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기금 참여는 자발에 맡긴 상태다.
윤 대통령은 또 기시다 총리에게 한국-히로시마를 포함한 직항로 재개, 공급망과 첨단기술 협력 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정상은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 협력과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다. 이 대변인은 "양 정상은 법에 의한 지배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강조하고, 자유를 중시하는 많은 나라들이 서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상호 연대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특히 이번 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글로벌 어젠다에 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 정상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지역 정세 하에서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한일 정상은 회담에 앞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공동 참배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기시다 총리 부부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약 10초간 묵념했다. 이번 공동 참배는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제안한 것으로, 한국 대통령이 위령비를 찾은 것도 한일 정상이 공동 참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방한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한 데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는 두 달 사이에 세 번째 회담이며, 우리 두 정상 사이에 이러한 관계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고 세계 평화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현지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은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 위주로 해 왔다면, 이번에는 두 정상이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일 관계에 대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좀 더 실천적으로, 좀 더 속도를 내서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지는 양국이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중에는 일제 강제 징용자도 다수 있어 기시다 총리의 이번 참배는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자리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인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부위원장 등 10명도 함께 했다. 다만 이날 참배한 10명 중 강제징용자는 없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전히 국내에 반일 감정을 이용해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고, 일본 내에서도 분명히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미 우리 대다수의 한국 국민, 일본 국민은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한일관계에서 더 중요하다는 데 대체적인 합의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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