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 안 맞다' '태도' 당내 지적에 논란 나흘 만 사과한 김남국
민주당, 尹 취임 1년 비판했지만 힘 못 받아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9일 윤석열 정부의 취임 1주년을 맞아 국정 운영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대 정부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보유 이해충돌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며 정부 비판 여론에 힘이 실리지 못한 분위기다. 김 의원은 '합법적 투자였고 이해충돌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연일 해명과 반박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자 김 의원은 논란 나흘 만에 공식 사과했다.
지난 5일 김 의원이 2022년 1~2월 위믹스(WEMIX)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했다가 같은 해 2월 말에서 3월 초 전량 인출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이 당시 보유했던 코인의 최고가는 한때 약 6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의원이 가상화폐 과세 유예 법안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해충돌 의혹'도 일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이날 김 의원의 가상화폐 과세 유예 법안 발의 참여가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논란 나흘 만인 9일 오후 공식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더 일찍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당에도 충실하게 근거자료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 당분간은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더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날(8일) 입장문에서도, 당일 오전 유튜브 방송에서도 자신의 금전 거래는 모두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한 것이었으므로 위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이해충돌 소지 등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별다른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 의원은 코인 매수 이유로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회사의 경우 실체가 없거나 페이퍼 회사인 경우가 많은데 (제가 투자했던) 위믹스는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내부정보 활용 매도 의혹에 대해서도 "내부자 정보를 취득한 적이 절대 없다. 가상화폐 핵심 관계자라던가 친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말단에 있는 사람하고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자신을 향한 수사가 '정치수사'라고도 덧붙였다.
김 의원이 반나절 만에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당내에서도 김 의원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며 문제삼는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법 여부를 떠나 가상 화폐로 공직자인 국회의원이 사적 이득을 취했다는 점이 국민 정서 상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김 의원을 향해 "탈법·불법이 없다고 당당할 일이 아니다.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국민들이 볼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저를 비롯한 동료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다"며 "그럼에도 김 의원은 의혹 해소를 앞세우기보다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거나 타 당 인사를 끌어들이고 무엇을 걸겠다는 등 불필요한 언사를 남발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은 억울해하시는데 이럴 때는, 국민들은 사실 사건의 본질이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태도를 많이 보신다"며 "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의정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코인 투자를 했다는 데 대해서 국민들의 질타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김 의원이 사과를 먼저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이 '국민 정서'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불법이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불법이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그런데 젊은 사람이 뭐 그렇게 피땀 흘려 일하지 않고 가상화폐 같은 데 투자했느냐는 '국민 정서법'에 관련된 것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단 지켜보겠다며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당 지도부 일부 인사를 만나 코인 논란에 관해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나왔던 '대 정부' 메시지는 다소 힘을 잃었다.. 윤석열 정권 출범 1년을 맞이해 지도부는 일제히 정권 평가를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에서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정부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통령 취임 1년"이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국가가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일이고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국가가 해야 할 국가 공동체의 존속이라는 측면, 과연 안보와 평화 측면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총체적으로 국민의 불안을 키웠다. 한마디로 '국민 불안 시대'였다"고 혹평했다. 그는 "지난 1년은 불균형과 불통, 불안, 삼불이 유난히 국민을 힘들게 한 한 해였다"며 "경제불균형으로 민생 고통이 극심해졌고, 외교의 불균형으로 국익의 균형이 손상됐고, 정치의 불통으로 민주주의가 퇴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말하기 어렵다. 낮은 자세로 언론과 소통하고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과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14일 오후 쇄신 의총을 열고 '돈봉투 살포 의혹'과 김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 등에 대해 당내 토론을 이어갈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기 전 "쇄신 의총을 오는 14일 오후 4시부터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에서 연이어 터지는 잡음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포착된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연일 해명을 내놨는데도 논란은 자꾸 커지지 않나. 이럴 때일수록 당 지도부가 진상 규명 등 빠르게 논란을 진화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지도부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정확한 조사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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