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
尹 "더 깊어진 한일 협력"…기시다 "과거사, 역대 내각 입장"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답방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미래 협력'은 분리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1998년 10월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소인수회담(39분)과 확대정상회담(63분) 등 총 102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으로 12년 만에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본격화된 점을 언급하면서 "오늘 정상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데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며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외교안보 당국 간 안보 대화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경제안보대화, 그리고 재무장관회의 등 안보, 경제 분야의 협력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또한 "양국의 대표적 비우호 조치였던 소위 화이트리스트의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우정과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과 아울러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세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일 양국 지방 간 항공 노선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노력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 기업들 간 공조 강화 △우주, 양자, AI(인공지능), 디지털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R&D(연구개발) 협력 추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양국 관계 정상화가 이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는 기시다 총리와의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층 더 깊어진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한국 측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면서 "3월 (한일) 회담에서 양 정상이 제시한 방향성에 따라서 한일 간 대화와 협력이 두 달 사이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금융, 관광,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 국민의 관심이 높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IAEA(국제원자력기구) 리뷰를 받으면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성의 있는 설명을 한국에 할 생각"이라며 "한국의 우려 목소리를 잘 인식하고 도쿄전력 1원자력 발전소에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인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3월 윤 대통령 방일 때 저는 1998년 10월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다"며 "이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 발표된 조치(우리나라 기업만이 참여하는 제3자 변제 방식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에 관한 한국 정부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받았다"며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에는 다양한 역사와 경우가 있다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대의 노력을 계승하면서 미래를 향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 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우리의 셔틀외교는 계속된다. 보름 후에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며 "그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장을 포함해서 윤 대통령과 자주 만나서 신뢰 관계를 심화시키면서면 한일관계 강화의 기운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한일공동기자회견에서 '역사 인식을 포함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측 기자 질문에 "우리가 발표한 (제3자 변제) 해법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현재 15분의 (대법원판결) 승소자 중에 10분이 판결금을 수령한 상태다. 정부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남은 분들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한 소통을 해가면서 해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저는 이런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현안과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짝도 발걸음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는 그런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지금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역사 문제에 대해선 회견 모두 발언에서 말했다며 따로 답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불법 지배', '독도 영유권 주장', '강제동원 부정' 등 일본의 한일 근현대사에 대한 왜곡과 반성 없는 태도에도 이런 부분은 덮어두고 미래를 위해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같은 인식을 양 정상이 같이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최근 방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확장억제에 대해 합의한 내용을 문서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입장도 밝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미 간 워싱턴 선언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를 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먼저 이것이 궤도에 오르면 또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이건 뭐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기자회견을 이후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오후 7시 30분부터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만찬 메뉴로는 화합을 의미하는 △구절판 △잡채 △탕평채 △한우갈비찜 △(우)족편 △민어전 △한우불고기 △자연산 대하찜 △냉면 △한과, 과일, 식혜 △경주법주 초특선 등이 준비됐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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