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위, 출범 40여 일 만에 '두 자리 공석'…왜?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오는 24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순방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영국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정부 입장과 맥이 다른 러시아·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에, 양국이 강력히 반발해 한러·한중관계가 악화한 모양새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방미 관련 브리핑 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논란에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의 논란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40여 일 만에 뒤늦게 전 목사와는 거리두기에 나섰다. 5명의 최고위원 중 2명의 최고위원이 국민 상식과 거리가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최근 인선을 사실상 마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어떤 조치를 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발 '돈 봉투' 의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돈을 받은 민주당 의원들 지라시가 여러 버전으로 돌면서, 이름이 거론된 이들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또한 국민의힘이 최근 사회적 논란으로 대두된 전세 사기와 관련해 '야당 유력 정치인 배후설'을 제기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尹 내외 미국 국빈방문 브리핑 '혼선'…'언제'가 빠진 경제 일정 보도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오는 24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2011년 이후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야. 미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도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국빈으로 상당히 중요한 외교 이벤트가 될 예정인데, 관련 브리핑 과정에서 혼선이 좀 있었다고?
-맞아.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통령의 순방 관련 브리핑은 통상 국가안보실에서 안보실장이나 제1차장이 나서서 주요 순방 일정 및 의의, 기대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먼저 하고, 이어서 경제수석이 경제 일정 및 의의에 대해 별도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어. 특히 안보실에서 하는 발표는 상대국과도 발표 시기를 맞춰서 진행됐고, 이번에도 20일 오전 미 백악관에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 먼저 발표하고, 곧바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어.
-문제는 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이 이번엔 안보실 브리핑에 앞서 하루 전날(19일) 이뤄진 거야. 당초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19일에 순방 관련 김 차장, 최 수석 브리핑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당일 발제를 그걸로 준비한 기자들도 많았어. 그런데 갑자기 상대국과 맞춰서 발표하는 안보실 브리핑은 하루 밀리고, 경제수석 브리핑은 예정대로 진행이 됐지.
-경제수석 브리핑 과정에서도 엠바고(보도유예)가 경제수석 브리핑 종료 직후냐, 다음 날 안보실 브리핑 이후냐를 두고 대통령실에서 오락가락 이야기하다가 결국 경제수석 브리핑 종료 직후로 결정이 됐어. 이렇게 되니 기자들은 기사 작성의 기본인 육하원칙 중 '언제'가 빠진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경제 일정 관련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어.
-이 가운데 실수가 또 있었어. 최 수석은 윤 대통령 부부와 동행하는 경제사절단과 관련해 "구체적인 명단은 전경련 발표 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어. 그래서 전경련 발표 자료를 확인해 보니 거기엔 경제 일정 날짜까지 기재가 되어 있었어.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에게도 밝히지 않은 구체적인 순방 경제 일정 날짜가 전경련 보도자료에는 첨부되어서 나간 거야.
-그런 식으로 공개가 되어도 되는 건가?
-당연히 아니지. 이를 인지한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미국 국빈 방문 관련, 홍보수석과 경제수석 브리핑 내용 이외에는 기사화할 수 없다"며 "특히 순방 출발일과 도착일 등은 경호 엠바고 사항이며, 별도 공지 시까지 보도 불가하다"고 했어. 이어, 또다른 공지를 통해 "미국 국빈 방문 관련, 금일(19일) 배포된 전경련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행사 별 날짜는 기사화할 수 없다"고 했지. 전경련 보도자료는 전경련 출입기자들에게 전파된 만큼 대통령실이 기사화할 수 없다고 한 날짜까지 적시되어서 이미 기사를 내보낸 매체도 있었고, 이들 매체 대다수는 뒤늦은 대통령실의 입장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기사를 수정했다는 후문이야.
-대통령실 분위기와 전경련 자료를 종합해 보면 순방 관련 브리핑은 당초 19일에 발표하기로 대통령실과 전경련에서 미리 조율됐던 것으로 보여. 그런데 안보실에서 일부 일정 추가 조정 등을 이유로 갑자기 발표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어. 상대국과 추가 조율을 위해 안보실이 예정한 날짜를 미뤘다면, 경제수석 브리핑이 이에 맞춰서 진행됐다면 혼선이 없었을 것 같은데 '원 팀'을 강조하는 대통령실이 매우 중요한 외교 이벤트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왜 이렇게 엇박자가 나게 했는지 모르겠어.
-순방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영국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를 두고도 그간의 정부 입장과 결이 다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 시사',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 발언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어. 당장 러시아와 중국 당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지.
-이에 우리 대통령실은 러시아 당국에 대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며 "관련해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러시아 대통령실이 인터뷰 내용을 오독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고위 관계자가 나서서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에 달렸다"고 공을 돌렸어. 이런 대응이 한러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거야.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를 비판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중국 내정이며, 핵심 이익 중 핵심인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의 몫으로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에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대응 했어. 또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어.
-윤 대통령의 부부의 미 순방을 목전에 두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면서 성과에 대한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는데, 우려가 '기우'로 그치길 간절히 바라.
◆논란 자초한 김재원·태영호의 '말'…국민의힘 윤리위 결정 주목
-요즘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두 자리가 비어있다는데?
-맞아.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어. 김 위원은 앞서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문제적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됐어. 여론뿐 아니라 당 안팎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자, 김 최고위원은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 이후 그는 지난 20일 제주 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였어. 하지만 유족들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지.
-태 최고위원은 백범 김구 선생 관련 발언으로 불참한 건가?
-맞아. 태 최고위원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어. 그 밖에도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라는 주장에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을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비난했지. 태 최고위원은 민주당 비난 글을 보좌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싶어. 태 최고위원은 이같은 논란으로 김기현 대표에게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해.
-김 최고위원이나 태 최고위원이나 자신이 내뱉은 말로 궁색한 처지가 됐네.
-그런 셈이지. 당 안팎에선 "지도부로서 적절하지 않은 언행이었다", "자중할 필요가 있다" 등의 반응이더라고.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었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상식과 동떨어진 사람이 모인 정당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될까 봐 무섭다"며 "민주당이 돈 봉투 사건으로 뒤집어졌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라고 걱정하더라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출범 40여 일 만에 어수선한 분위기야. 문제를 일으킨 최고위원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인 데다가 논란 자체가 국민 상식과 정반대에 있지. 국민의힘은 최근 윤리위원회 구성을 마쳤는데, 김 최고위원과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어. 징계에 있어서 만큼은 국민 상식과 부합할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당원 조사 시작한 국민의힘…'전광훈 세력' 결별 가능할까
-국민의힘이 최근 극우 인사인 전광훈 목사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선회한 분위기네?
-지난 17일부터야. 전 목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향해 "공천권을 내려놓으라",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낸 직후지.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듯 해. 지난 18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한 당원을 대상으로 '이중당적 금지' 안내 문자메시지를 시·도당을 통해 보내도록 했다"고 말했어. 이중당적일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이들의 탈당을 유도하겠다는 거지. 전 목사 추천으로 국민의힘에 가입한 다원 981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들이 모두 전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현실적으로 이들의 이중당적 여부를 파악하는 것을 불가능하고, 강제적인 출당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전 목사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강변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
-전 목사는 자신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으로 몇만 명의 당원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글쎄. 실제로 전 목사의 추천으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하면서 추천인에 전 목사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국민의힘에서 파악한 것으로는 몇만 명은 과장된 숫자인 것으로 보여.
-조금 늦은 조치라는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아. 다만 국민의힘이 이번에 전 목사 세력과 확실히 손절이 가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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