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남북 단독 정부 수순 인지하고도 통일 정부 모색하고자 북한행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발언이 논란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공산주의 정권 수립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일까.
태 위원의 주장은 한 장의 사진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구는 1948년 4월 19일 개인 사저인 경교장 2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김구가 '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지도자협의회(남북협상)' 참석을 위해 평양으로 가는 날이었다.
김구가 경교장을 바로 나서지 않고, 2층에 머무른 까닭은 자신의 북행에 반대하는 군중이 모여들어서다. 김구는 이들을 향해 "이 길이 마지막이 될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나는 이북의 동포들을 뜨겁게 만나보아야겠다"고 외쳤다.
당시는 남북에 각각 단독 정권이 들어설 준비가 진행 중이었고 분단은 시간문제였다. 김구 역시 남북 통일 정부 수립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다만 통일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염원에 따라 북행을 선택했다는 게 국내 역사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38선을 베고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분단을 막아야 한다"고 했던 그였다.
전일욱 백범통일연구소장(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련이 북쪽에 진주하고 미국이 남쪽에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세가 남북 단독 정부 수립이라는 점을 한반도 내 식자층들은 다 이해를 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김구는 통일 정부를 모색하고자 남북협상에 나선 것으로 '김일성에게 이용당했다'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방 이후 김구의 행보는 통일 정부 구성에 맞춰져 있었다. 1945년 11월 임시정부가 있던 중국 상하이에서 환국한 김구는 그해 12월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에서 한반도 신탁통치가 발표되자 신탁통치반대운동(반탁)을 벌였다. 당시 반탁운동은 '소련이 38선 분할 점령을 위해 신탁통치를 주장했다'는 오보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자주독립과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김구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김구는 1948년 2월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에는 '우리를 싸고 움직이는 국내외 정세는 위기에 임하였다. 우리가 기다리던 해방은 우리 국토를 양분하였으며, 앞으로는 그것을 영원히 양국의 영토로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이 있고야 한국 사람이 있고, 한국 사람이 있고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또 무슨 단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국가보훈처는 김구에 대해 "통일국가 수립 운동에 몸을 던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공훈전자사료관을 통해 "선생은 분단을 반대하면서 통일국가를 추진했다. 남북한이 각각의 국가와 정부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자 마지막으로 남북협상을 선택해 1948년 4월 19일 평양으로 가서 대표자 회의를 가졌다"며 "최고 가치는 민족에 두고, 통합·통일운동에 목숨을 걸었다. 그래서 임시정부 시절 좌우합작을 일구어냈고, 환국한 뒤에는 통일국가 수립 운동에 몸을 던진 것"이라고 적시했다. 김구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62년 정부로부터 최고 명예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김구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 관계와 배경을 따져봤을 때 태 위원의 "김구 선생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김구가 남북 단독 정부 수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통일 정부 설립을 위해 김일성을 만났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앞선 19일 사단법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백범 김구 선생의 통일에 대한 노력과 고뇌를 단순히 '김일성의 전략에 당했다'고 말하는 태 의원은 아직도 북한에서 교육받은 역사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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