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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전광훈의 '자의식 과잉'과 혼란 자초한 국민의힘

  • 정치 | 2023-04-19 00:00

전광훈, 정말 당과 관계 없는 사람?
국민의힘, 그만한 조치 보여야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당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무시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는 사이 전 목사는 발언 수위를 점점 올렸다.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 목사.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요즘 '국민의힘'에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는 이름이 있다. 바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다른 모든 걸 차치하고 공당이, 그것도 집권 여당이 막말을 일삼는 극우 성향 인사와 함께 입에 오르내리는 건 망신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상징하는 바가 크다. 당이 점점 '쪼그라든다'는 의미다. '쪼그라든다'는 건 '지지율이 낮아진다' 이상의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청년층이 이탈하고 중도층이 외면하더니 이젠 '보수의 성지' TK에서도 외면받기 시작했다. 숫자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조사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같은 기관의 전주 조사보다 3.1%P 떨어진 33.9%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P 오른 48.8%로 집계됐다.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8.9%P에서 14.9%P로 크게 벌어졌다.

무엇보다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지율의 이탈이 심각하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TK 지지율은 48.4%로 전주 54.6%보다 6.2%P 떨어졌다. TK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반면 민주당의 TK 지지율은 39.6%로 지난주에 비해 9.2%P 상승했다. 거듭되는 지지율 하락을 보면 총선 체제에 들어간 정당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여러 가지다. 주 69시간제 논란, 대일 외교, 미국 도청 사태 등. 외부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당내에서 불거진 지도부 설화와 '전광훈 리스크'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이게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를 쳐내는 과정에서 당의 경직성과 우경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민의힘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전당대회 과정부터 시작된 태영호 최고위원의 계속된 제주 4.3사건 발언을 그냥 둔 것만 봐도 그렇다. '전광훈 사태'의 발단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발언을 그냥 뒀고,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 통일했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결국 이런 사태까지 오게됐다.

김기현 대표(맨 오른쪽)는 지난 17일 전광훈 목사에 대해
김기현 대표(맨 오른쪽)는 지난 17일 전광훈 목사에 대해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이새롬 기자

그동안 국민의힘은 전 목사에 대해 "당원도 아니고 우리 당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무시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전 목사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한 술 더 떠 먼저 '결별 선언'을 하겠다고 하더니, 17일 돌연 입장을 바꿔 "공천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결별 선언을 보류한 것은 "국민의힘에서 만류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자기 영향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발언들이다. 나아가 이날의 발언은 당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행사할 것이라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전 목사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는 본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분명 당의 대처도 한몫했다.

특히 전 목사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건 패착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전 목사와의 단절을 촉구하며 김 대표를 비판해 왔다. 홍 시장의 비판이 과했고, 김 대표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건 둘째 치고 당 지도부가 전 목사를 감싼 모양새가 돼 버렸다. 전 목사의 주장이 사실인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자신으로 신해 가입한 당원이 수십만이고, 전당대회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주장해 왔다.

어디 전 목사의 주장뿐일까. 전 목사와 국민의힘의 관계는 전 목사의 말을 '당 외부 인사의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 없게 한다. 자유한국당 시절 '보수 궤멸' 위기가 팽배했을 때 광화문에서 '아스팔트 보수층' 결집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분명 전 목사다. 아스팔트 보수층에서 전 목사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전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당원 숫자는 2021년 기준 15만 명에 육박한다. 여전히 광화문 집회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보수층, 아니 정치인 중에도 이만큼의 조직력과 자금력을 가진 인사가 있었던가. 아마 국민의힘이 전 목사에게 쉽사리 강경 대응을 하지 못한 건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이렇게 꼬이자 김기현 대표는 17일 드디어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는 좀 더 톤을 높여 '절연'을 언급했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까지, 일파만파 커진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논란의 시작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당연한 일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호남 민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극우 세력에 반감을 품는 건 국민의힘의 대척점에 선 '좌파'뿐만이 아니다. 정말 내년 총선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면, 총선 승리가 목표라면 이제부터라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 대표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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