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청문회 참여 거부 "정순신 일가 망신주기용...정치적 목적의 청문회"
野 "권력형 학교폭력...정순신 위력 작용했나"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 아들의 학교폭력 청문회가 열렸으나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하며 '알맹이 없는 청문회'로 끝났다. 당초 검찰 권력 네트워크 의혹을 규명하려 했으나 핵심 증인도, 여당도 없이 이뤄진 청문회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야당은 청문회 내용을 반영해 학교폭력 대책 법안에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4일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여야는 청문회를 두고 입장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야당은 "'학폭 세탁' 배후에 권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권력형 학교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여당은 "망신 주기용 청문회",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고 학교폭력에 대한 정책간담회를 열어 맞불을 놓았다. 야당은 '검찰 권력의 문제'로 확대하려는, 여당은 '학교 폭력'으로 축소하려는 모양새였다.
청문회는 지난달 31일 처음 열렸으나 정 변호사 등의 불참을 이유로 이날로 미뤄졌다. 이날도 정 변호사와 배우자 조 모 씨, 아들 정 모 씨 등 핵심 증인은 불출석했다. 정 변호사의 불출석 사유는 '공황장애', 조 씨와 정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쇠약'이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정 변호사가 두 번의 불출석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며 "배우자와 자녀는 진단서를 포함한 어떤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정 씨가 전학 간 반포고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학폭 기록을 삭제한 과정에서 정 변호사의 위력이 작용했는지를 추궁했다. 그러나 핵심 증인인 정 변호사 등이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는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고은정 반포고 교장을 향해 "반포고가 자치심의위원회에서 학폭 기록을 만장일치로 삭제했다"며 "졸속 만장일치로 삭제했는데 그럴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냐"고 물었다. "정 씨의 아버지가 정 변호사인데, (당시) 검사라는 사실을 알았는가"라고 물었다.
박 교장은 "저는 심의위원회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며 "심의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학교장이 수용해 결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화주 반포고 교감도 "정 씨가 반포고로 전학해 왔을 때 강제 전학이라는 사실 외에 학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받은 적 없다"며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 학교 간 학폭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나 법적인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유능한 변호사를 구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특권층 부모가 개입해서 가해자가 응당 받아야 하는 처벌은 피하고 피해자의 고통은 지속되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맞냐"면서 한만위 민족사관고 교장을 향해 "한 아이, 피해자를 한 달 동안 거의 방조한 것"이라고 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정진주 강원도교육청 변호사에게 "(피해자의) 의사 소견서에는 괴롭힘과 관련돼 불안, 우울, 자살사고, 불면, 식욕 저하, 무기력 증상으로 치료받고 있다. 트라우마로 인한 무기력, 회피 반응 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자살사고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돼 있다"며 "심각하지 않은데 의사가 이런 진단서를 허위로 썼다고 보냐"고 물었다.
정진주 변호사는 재심 당시 징계조정위원회에 참석해 전학 취소 결정에 동의한 3명 중 한 명으로 당시 회의록에는 "(정 씨가) 전학 외에 다른 조치로 선도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주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려면 학교에서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며 "(당시) 그런 실체적인 부분들에 대한 입증이 빠진 상태였다"고 항변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일방적·지속적 학교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학교폭력 기록 보존 기간을 현행 최대 2년에서 5년으로 상향 △기록 삭제 시 피해 학생의 동의와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를 반영하여 엄격하게 심사 △가해 학생의 심의위원회 결정 전 자퇴 방지 △사건 발생 즉시 보복 금지 조치 의무화 △학교폭력 조치의 대입 반영 등의 방안을 밝혔다.
야당 위원들은 '아쉽지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강득구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실 정 변호사 측이 안 나오면서 '앙꼬 없는 찐빵'이 됐지만, 아주 잘 된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어느 정도는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처음부터 정 변호사 인사 검증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학폭 관련된 부분만 이야기하기로 했다"며 "국민의힘 위원들의 불참은 명분이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공분하는 건 아들 정 씨의 학폭 문제, 학교의 대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청문회의 내용을 참고해 학교폭력에 관한 법안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는 정순신 씨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의미 있는 증언이나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의 목적은 학교폭력 근절과 대책 수립보다는 정순신 씨와 그 일가족을 불러 망신 주려는 데 있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답정너' 청문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아들은 강제 전학을 당했고, 소송은 패소했다. 정순신 씨는 공직에서 낙마했다"며 "피해자 가족과 원만하게 합의했다지만, 정순신 씨 가족은 언론과 사회적 비난 속에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 주어진 과제는 학교폭력 증가 원인을 찾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사건의 정치적 이용에 더 큰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학교폭력 발생과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된 시점은 문재인 정권 때다. 그때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사건이 다시 들추어지자 격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위 '검사 권력'의 개입 여부를 따지려면, 사건 당시 지방 교육행정 책임자인 서울시와 강원도 교육감 등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증인들이 출석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이어 이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고 "학폭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가 정 변호사 자제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 거기에 대한 대책의 부재를 질타하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교육위원들과 교육부, 당정 협의 통해 일차적인 학폭 대책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해맑음센터 등 피해자 지원 단체가 참석했다.
여당은 청문회가 학교폭력 대책 마련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선생님들 불러다 윽박질러서 제대로 된 학교폭력 대책이 나오겠냐"며 "학교폭력 대책을 강구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사후의 징벌적 조치뿐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과정, 사전의 예방조치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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