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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하>] '악의' 없는 도청 보도에 섭섭한 대통령실, 왜?

  • 정치 | 2023-04-15 00:00

임종성, 배우자 재산 누락…'백브리핑' 줄인 김기현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도청 의혹에 대해 피해자인 우리나라 대통령실이 가해자인 미국 정부를 더 두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하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도청 의혹에 대해 피해자인 우리나라 대통령실이 가해자인 미국 정부를 더 두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하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美 도청 파문' 키운 대통령실의 가해자 두둔

-미국 정부의 동맹국 도청 파문이 계속 확산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터진 미국 측의 '불법 행위'에 정작 피해자인 우리나라가 가해자를 두둔해 논란을 더 키웠지?

-맞아. SNS에 유출된 해당 기밀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 지원 등 매우 민감한 내용이 담겼지. 내용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해당 기밀문건 작성을 위해 미 정보기관이 한국과 이스라엘 등 동맹국 정부까지 도청 활동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거야. 도청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자, 우리나라 주권을 침해하는 선을 넘은 미국 측의 잘못된 행동이야. 미국 정부가 전 세계를 도청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과거 여러 차례 동맹국에 대한 도청 사실이 드러났고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는데, 또다시 스스로 한 말을 뒤집고 불법 행위를 한 게 드러났지.

-우리 정부의 대응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피해자'인 대통령실이 '가해자'인 미국 정부의 편을 계속 들었거든. 당초 이번 논란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실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어. 그러다가 하루 만에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출된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고, 특정 세력의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미국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한 메시지를 냈어. 심지어 그다음 날부터는 미국 측의 조사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도청을)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다" 등 피해자가 왜 이런 말을 성급하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들을 쏟아냈어.

WCVB-TV가 제공한 비디오 캡처 사진에 13일(현지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데이턴에서 무장 요원들이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잭 테세이라(21)를 연행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정보국 소속이던 테세이라가 국방 기밀 정보 무단 제거, 보유 및 전달 혐의와 관련해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WCVB-TV가 제공한 비디오 캡처 사진에 13일(현지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데이턴에서 무장 요원들이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잭 테세이라(21)를 연행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정보국 소속이던 테세이라가 국방 기밀 정보 무단 제거, 보유 및 전달 혐의와 관련해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심지어 미국에선 이번 사안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데, 우리 대통령실은 "미 정보기관의 도청 논란은 일단락됐다"는 성급한 내부 평가를 내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어. 당연히 미국 측에는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지.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와 CNN 등 주요 외신들은 "유출 당사국인 미국도 문건의 진위에 대해선 공식 언급을 꺼리는데, (피해자인) 한국 정부가 '위조'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관련 사안을 축소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어.

-이런 상황에서 13일(현지시간) 기밀 유출자는 미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로 드러났고, 체포됐어. '조작'이라고 강조하더니, 기밀문건에 접근 가능한 미국 군인이 원본을 사진을 찍어서 올린 거야. 그가 올린 기밀문건이 SNS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문건들 자체가 완전히 조작된 건 아니라는 이야기지. 애초 대통령실이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말도 뒤집어 보면 일부는 "사실"이라는 말이거든. 어쨌든 범인이 잡히면서 미국이 동맹국들에도 불법 도청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정황은 한층 더 짙어졌어.

-그런데 고위 군인도 아니고, 일병이 그런 고급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나?

-그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거야. AP통신에 따르면 테세이라가 '공군 정보부' 소속이어서 직무상 1급 비밀(TOP SECRET, TS)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이번 유출 건으로 미국의 동맹과 적 모두에 대한 스파이 활동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민감한 군사적 정보까지 노출이 됐는데, 왜 우리 정부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미국을 두둔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 아무리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해도, 미국의 우리 정부 안보와 관련한 불법 행위 의혹에 '항의'조차 못한다는 것은 동맹이 아니라 '식민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려돼. 국익적 측면에서도 미 측의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한 야당과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지렛대로 삼아서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로 성과를 냈어야 하는데, 왜 이런 기회를 스스로 내던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와.

-14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가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지만, 정치권에서 정쟁으로, 또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다거나 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다거나 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미국의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되는데, 이게 어떻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 불법 도청 의혹 보도를 안 하는 것은 미국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 같거든. 또 '자유'를 늘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는 실제로 좀 소홀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해.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우자 보유 주식을 재산 내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 의원은 주식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실무진의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의 주식은 배우자가 설립한 회사에서 발행한 것으로 임 의원이 이를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팩트 DB, 법인등기부등본 갈무리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우자 보유 주식을 재산 내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 의원은 주식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실무진의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의 주식은 배우자가 설립한 회사에서 발행한 것으로 임 의원이 이를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팩트 DB, 법인등기부등본 갈무리

◆임종성, 배우자 재산 누락...'나는 몰랐고 실무진 책임?'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산을 누락했다고?

-응. 임 의원은 배우자 임모 씨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 5000만 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어. 국회의원은 배우자가 1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자기 재산 내역에 신고해야 해. 하지만 임 의원은 '임 씨가 주식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더라고.

-소액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5000만 원어치 주식을 몰랐다는 건 좀 이상한데?

-맞아. 게다가 문제의 주식은 임 씨가 설립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이야. 임 씨는 지난해 냉동창고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주)가온홀딩스'를 설립하고, 1만 주(5000만 원)를 발행해 전부 가지고 있었어. 개인 사업을 시작한 건데, 남편인 임 의원도 이를 알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주식 보유 여부도 마찬가지고.

임 의원은 국회 감사담당관실에 재산 누락 사실을 신고했다. 잘못을 인정한 셈이지만 '알지 못했고 실무진의 책임이다'라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용희 기자
임 의원은 국회 감사담당관실에 재산 누락 사실을 신고했다. 잘못을 인정한 셈이지만 '알지 못했고 실무진의 책임이다'라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용희 기자

-주식 외에 임 씨의 다른 재산들은 다 신고가 돼 있잖아?

-응.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살펴보면 임 의원은 임 씨 명의의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과 예금, 채권, 자동차를 신고했어.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식만 쏙 빠져있었지. 임 의원 측은 고의로 재산을 누락한 게 아니라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어.

-실무진의 실수라기보다는 임 의원 책임이 더 큰 것 같은데?

-그렇게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 임 의원 측은 재산누락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국회 감사담당관실에 알렸다고 해. 감사당당관실은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심사하는 곳이야. 누락한 재산이 있는지, 얼마나 누락했는지, 누락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묻고 경고, 보안명령,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과태료 부과 등의 조처를 내려. 심사는 6월 안에 종료되는데 심사 결과는 비공개라고 하더라고.

-임 의원이 잘못을 인정한 점에 대해선 뭐라고 할 순 없지. 하지만 '알지 못했고 실무진의 책임이다'라는 해명은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아 보이는 것 같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백브리핑'을 줄여 기자들 사이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 대표. /이새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백브리핑'을 줄여 기자들 사이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 대표. /이새롬 기자

◆뚝 끊긴 김기현 백브리핑…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들 사이에서 작은 화제가 됐어. 김 대표는 늘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백브리핑'(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어. 오가며 만나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해주곤 했는데 최근엔 거의 하지 않아. 하더라도 아주 짧게 하고.

-당 상황이 좋지 않아 그런 것 같아. 최근엔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할 건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겐 어떻게 대응할 건지를 많이 물었지. 대통령실과 관련해서도 미국 정보기관의 감청 논란 등도 주요 질문거리였지.

-사실 이전부터 당내에서는 당 대표는 당의 가장 큰 어른인데 모든 사안에 백브리핑을 하는 게 무게감도 떨어지고, 권위도 떨어진다는 말도 있었어. 당론처럼 보이면서 괜한 오해와 분란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고 말이야. 의원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고.

-당 대표가 통상 직접 백브리핑하는 게 관례인가?

-사실 언론을 상대하는 건 대변인의 역할이지. 국민의힘에서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에 대표가 직접 백브리핑하는 건 이준석 전 대표 때부터인데, 이 전 대표는 백브리핑에서 민감한 질문에도 일일이 견해를 밝히다 보니, 전면에 나서 싸우는 모양새로도 비쳤어. 당내에서 안 좋게 봤다고 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때?

-기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대표는 백브리핑을 안 하기로 워낙 유명해. 대신 민주당 대변인들은 대체로 기자들과 스킨십이 좋다는 평이 많아. 반면에 국민의힘 어느 대변인은 전화조차 받지 않아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변인을 왜 하나"라는 불만이 나오다리거. 하지만 여야 대변인들은 바쁘잖아.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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