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안위 2월 요청한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자료' 미회신
일본 '규제 기준 이하' 방류 강조…상세한 정보 공개 부족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약 130만 톤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최소 30년에 걸쳐 방출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를 저장하고 있는 탱크가 1066대인데, 저장 탱크(최대 137만톤까지 저장 가능) 부지 확보가 한계에 달했다는 이유로 지난 2021년 4월 13일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 방침을 확정했다. 처리수를 원전 앞바다에서 1km 멀리 이동시키기 위한 해저터널 공사가 완공되면 여름께 방류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예고한 처리수 방류 시점이 임박하자 정치권에서도 안전성 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야당은 정확한 데이터 확보 및 점검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고, 이에 대해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방침은 없다면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국민 안전, 과학이 최우선 순위를 갖는다"라며 안전성 관련 독자적 검사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여당은 '거짓 선동' '괴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세 가지 주장을 살펴봤다.
[검증대상]
1. "안전기준을 충족한 후 방출하는 총량도 관리하고 처분하므로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할 수 없다.(일본 경제산업성 웹사이트 설명문 中)"
2. "방류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여전히 검토하겠다고 하고 관련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4일 대정부질문 中)"
3.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소극적으로 대하다 보면 일본 수산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핵심 근거가 없어진다.(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4일 대정부질문 中)"
[검증방법]
일본 경제산업성 및 도쿄전력 웹사이트 내 자료, IAEA 보고서, NHK 등 일본 현지 언론, 원자력위원회 서면 질의응답, 전문가 전화 인터뷰, 그린피스 자료.
◆오염수, 정화하면 인체·환경 영향 없다? 투명한 정보 공개 관건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바다에 방출할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 처리수는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핵종)이 총 64종 검출되는데 트리튬(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 63종은 ALPS 장치를 이용해 안전 기준까지 정화할 수 있고, APLS로 걸러내기 어려운 트리튬은 바닷물로 100배 이상 희석해 L당 1500 베크렐 이하 농도(WTO 기준인 '1만 베크렐'의 약 7분의1)로 안전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면 문제없다는 것이다. 베크렐은 방사능 활동을 나타내는 단위로, 1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이 1개가 나오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오염수'와 정화한 '처리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처리수'를 방류할 때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에 따라 규정된 일본 내 규제 기준이나 각종 법령을 확실히 준수한다고 강조한다. 즉, 일본의 '규제 기준'이 환경이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규정됐기 때문에 기준을 총족해 방류하면 인체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법령으로 방사성 물질을 환경으로 방출할 때 핵종별 방사능 농도 상한(고시 농도 한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화해 바다에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핵종별로 고시 농도 한도가 다르므로 각 고시 농도 한도에 대한 비율을 계산한 후 합산치를 방류 기준으로 하는 '총량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본은 1차 정화가 되지 않으면 재정화까지 거쳐 규제 기준치 아래를 밑돌 때까지 방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양생물에 악영향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처리수로 물고기 사육 시험도 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규제 기준 이하'로 정화해 방출한다는 일본 측 주장은 사실일까. 현재로선 정보가 제한돼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 측은 현재 오염수 저장탱크의 그룹별 핵종분석 결과, ALPS 출구 농도자료, ALPS 2차정화 성능 테스트 결과, ALPS 사용 전 검사 결과, ALPS 성능확인 결과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일본은 '오염수 저장탱크의 그룹별 핵종분석 결과' 자료를 2021년 3월 31일,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만 두 차례 공개했다. 여기에는 64종 중 9종에 대한 방사능 농도 정보만 담겨 있다.
안전성 검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재 기준 ALPS 처리수의 방사능 농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 등의 출구에서의 ALPS 처리수 등 수치' 자료를 2019년 6월 30일, 2022년 12월 31일에 걸쳐 두 차례만 공개했는데,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 대상은 15개 (세슘 137, 세슘 134, 스트론튬 90, 스트론튬 89, 코발트 60, 안티몬 125, 루테늄106, 요오드 129, 전 베타, 망간 54, 테크네튬 99, 탄소14, 로듐 106, 전 베타, 삼중수소 등) 뿐이다.
또 일본 NRA(일본 원자력규제청)이 각국에 매주 제공하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해역 방사능 농도자료'에는 3~4종(세슘-134, 세슘-137, 전 베타, 삼중수소)만, 매월 제공하는 '후쿠시마 원전 지하수 방출기록 및 해수 모니터링 결과'에는 4~6종(세슘-134, 세슘-137, 전 알파, 전 베타, 삼중수소, 스트론튬)에 대한 농도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 측정 주체는 도쿄전력社, 일본원자력기구, 일본화학분석센터 등이다.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NRA)는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측정대상 핵종을 기존 64개에서 30개 핵종으로 재선정하는 내용이 담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시설 설계 운영 관련 실시계획 수정 심사서'를 인가하기도 했다. 도쿄전력 측은 IAEA 모니터링 TF(태스크포스)팀이 예측 위주로 선정된 64개 핵종을 실측 기반으로 재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같은 수정안을 만들었으며, 최초 선정한 64개 핵종에 대해서는 해양방출 전 동일하게 측정해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은 방사성 물질의 존재나 핵종의 개수가 문제가 아니라 인체나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규제기준 이하'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이 공개한 자료를 종합할 때, 오염수에서 추출된 모든 핵종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처리수 샘플 또한 ALPS 장치 '출구'(outlet)에서 채취하는 방식이라 탱크 바닥에 있는 고준위 슬러지(찌꺼기) 농도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해당 데이터에 근거한 안전성 검증이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사고 당시 오염수에서 추출된 모든 핵종의 시간 흐름에 따른 농도 변화나, ALPS 처리 전후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자료 제공은 일본이 강조하는 ALPS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ALPS 자체의 정밀도와 신뢰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ALPS는 약액으로 방사성 물질을 침전시키는 전처리 공정과, 복수의 흡착탑을 통과시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으로 나뉜다. 현재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구내에는 기본판인 기설 ALPS와 개량판인 증설 ALPS, 고성능 ALPS 등 3기가 있다. 원자력규제청에 따르면 본래 설비 성능 검사는 운전 개시 전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증설 ALPS는 2014년에 가동해 2017년에, 기설 ALPS는 2013년부터 시험운행을 시작해 지난 2022년 3월에서야 원자력 규제위원회 검사에 합격했다. 그동안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농도 오염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검사 전 시험운전으로 우선 사용해온 것이다. 때문에 시험 운행 과정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잔류하거나 탄산염이 혼입해 물이 탁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ALPS의 시험 운행 과정에서 정화된 처리수에 대해선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처리수는 ALPS로 다시 처리하며, 규제 기준치를 초과한 처리수를 방출하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방류 직전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또 IAEA에 모니터링을 맡겨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IAEA 모니터링 TF팀은 2021년 7월부터 활동 중이다. 여기에는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 김홍석 박사 등 11개국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IAEA 모니터링 TF는 지난 5일 3차 방일 미션(2022년 11월 14일~18일)을 마치고 4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일본 도쿄전력의 오염수 내 방출 전 측정 대상 핵종 선정방식과 관련해 핵종별 측정 및 분석결과를 반영했으며, '충분히 보수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고 평가하고, 세부 방법론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예정"이라고 밝혔다. IAEA는 TF 결론을 포함하는 종합보고서를 연내 발간할 예정이다.
종합하면, 한정된 정보로 인해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높은 만큼, 일본 측은 방사성환경영향평가, ALPS 설비 운영계획 보완 등 최종 준비를 갖춘 후 투명하고 신뢰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한국 정부, 안전성 검증할 자료 없다? 원안위 "PIF가 확보한 자료, 요청 중"
민주당은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대응단)은 지난 3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그동안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심사자료, 회의내용, 질의내용, 홈페이지 등을 참고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일본의 주장만을 검토한 셈"이라며 "대응단이 1월 26일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패널 소속 전문가와 토론회를 하기 전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에 대한 원자료(raw data)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토론회가 진행된 이후 2월 24일이 되서야 일본 NRA에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에 대한 분석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NRA는 한국 원안위 질의에 대해 지난해 7월 4일 이후 회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언급된 'PIF가 확보한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원자료'란 ALPS 처리수를 4년 3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해당 자료에는 4년 3개월 동안 64개 방사성 물질 중 7개 방사성 핵종만 분석하고, 화학적 성질이 같은 세슘-134와 세슘-137이 반감기에 따라 농도 비율이 서서히 줄어야 하는데 증가하는 등 비과학적인 데이터 결과가 담겨 있다고 한다. 때문에 각종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 발언 등을 통해 PIF 과학자패널 전문가들은 "일본 후쿠시마원전오염수 자료는 매우 부정확하고 불완전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편향적 데이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자료를 확보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주장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일본에 요청한 자료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7일 기준 현재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에 대한 원자료'를 회신받지 못한 상태다. 원안위 측은 <더팩트>와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원안위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 이외 추가적인 자료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규제기관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지난 2월 요청했고,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조속한 시일 내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원안위는 PIF 측이 확보하고 대응단이 요구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원자료'가 오염 처리수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안위는 "도쿄전력은 현재 저장탱크의 오염수를 그대로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탱크 내 오염수를 ALPS로 재정화해서 측정확인 탱크로 옮긴 후 교반 및 순환장치를 거쳐 균질화시키고 농도를 분석해 배출기준 만족여부를 확인한 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방사능 농도가 기준에 불만족하는 경우 만족할 때까지 정화한다는 계획"이라며 "이 계획에 따르면, 방출되는 오염수의 안전성 검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측정확인 탱크 내 오염수'의 농도 분석 자료다. 따라서,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분석자료'의 상세 내역은 방출 전 배출기준 만족여부를 확인하는 최종 농도 분석 대상이 아니므로 현 시점에서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원안위가 일본 주장만 검토한 셈"이라는 주장은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 아니다. 원안위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료에 대해서는 일본 측(도쿄전력, NRA 등)과 질의응답 등을 통해 자료를 요청·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류 결정' 당시인 2021년 4월 19일에도 도쿄전력의 처분계획에 대한 심사계획 및 규제기관의 모니터링 방안 등에 대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질의서를 발송하고, 도쿄전력의의 오염수 처분 심사 기준, 절차 및 기한을 묻는 한편 ALPS의 지속적인 성능 검증과 오염수 처리·배출 과정의 모니터링 및 제3자 검증 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원안위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가 지난해 3월부터 IAEA 확증모니터링에 참여해 ALPS 처리된 오염수 등에 대해 직접 분석을 진행 중이다.
다만 원안위 내 게시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일본 NRA의 심·검사자료 및 심사회의 내용, 일본 측이 제공한 후쿠시마원전 인근해역 방사능 농도 자료 등에 대한 번역본이 주를 이루고, 이 같은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체적으로 종합 분석한 보고서나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원 데이터에 해당하는 자료를 일본에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에는 한국의 자료 요청에 현재까지 회신이 없다는 점에서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제기할 수 있어 보인다. 일본은 2021년 4월 오염 처리수 방류 결정 당시 '해수 방류에 관한 조치 방향'에서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일본은 관심 있는 국가, 국제기구를 포함한 공동체에 적극적이고 매우 투명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Japan, as a responsibl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been proactively providing information to countries with interest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cluding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n a highly transparent manner)"고 한 바 있다.
◆오염수 방류 결정,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폐기로? 전문가 "힘 더 실릴 것" 전망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동의하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명분을 잃게 되고 결국 수산물 수입을 막기 힘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대응단은 지난 3월 기자회견문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강경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세계무역기구(WTO) 판결에서 승소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가 오염수 방류 이후에는 수입금지에 대한 법리적 논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WTO 상소기구에서 진행된 일본산 수산물 및 식품 수입 제한 분쟁에서 승소하면서 현재까지 후쿠시마 주변 8개현에 대한 모든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패널심(1심)에서 패소했지만 일본산 수입식품에만 특별 조치를 할 수 있는 이유로 '일본 내 환경오염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주장한 점이 결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이 같은 WTO 승소 판정 내용을 볼 때,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묵인한다면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명분이 줄어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특별 조치 허용의 핵심 근거였던 '일본 내 환경오염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이 감소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할 수 있다. WTO 판정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지만, 외교 차원에서 압박하는 논거가 될 수는 있어 보인다.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인 연관성, 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반대를 안 하면 우리가 수산물을 수입해야 되는 법적인 의무가 부과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당시) 우리가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 (방류가) 문제 없다는 식이면 왜 아직도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가 논리적으로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입하라는 이야기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각 국가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출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일본산 식품 수입 구제 조기 철폐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작성한 'ALPS 처리수 처분에 관한 대책의 최근 동향 3월호'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연방공화국 총리의 방일 당시 일독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을 밝혔고, 3월 24일 오타 후사에 경제산업 부대신이 유럽의회 뷔티코파 의원을 만나 관련 내용을 요청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시기가 임박하면서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승소 여부는 관측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측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런던의정서에 담긴 해양환경 보호보존 의무와 주변국과의 사전협의 노력에 대한 위반 소지가 커 승소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실제로 일본은 추가 저장탱크 확충 등은 탱크 누출의 경우 손상이 클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로 사업허가를 받기 위해선 지역의 이해를 얻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오염 처리수 방류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중론 측은 현재로선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일본이 협약상 환경영향평가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단정하지 못한다고 보고,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국제법)는 "유엔 신해양법에 의하면 해양 오염 규제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히 규제를 해놨다. 오염이 있을 때는 관련 국가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고 항상 수시로 상대방이 요청할 때는 거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고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사전 예방 의무도 하지 않고 협상 의무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 환경 위험 요인과 환경 위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 입증을 누가 하느냐가 문제인데, 국제 판례에 보면 과학적 입장도 어느 정도 중요하지만 위험 정황에 대해 피해자 손을 들어준 중재 재판이 있었다"면서 "이게 벌써 1990년대 판례인데 그동안 국제법이 굉장히 많이 발전됐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법적 조치 외에 국제여론전 등 외교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도 병행할 필요해 보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 발간한 '후쿠시마 방류 결정 한국 대응 전략'에서 "한일 양국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안에 대해 과학적 검증과 국제법적 판단 등 최대한 객관적 절차를 밟아 한국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며 "일본과 양자관계보다는 다자주의 틀 안에서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이번 사안을 '한일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문제'라는 우리의 입장을 확인하고 일본과 국제사회에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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