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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尹 대일외교 '커다란 성공' 자평 이면의 리스크

  • 정치 | 2023-03-21 00:00

피해자 외면…삼권분립·법치주의 위 '대통령 결단?'
독도, '위안부', 후쿠시마 오염수 등도 내재된 쟁점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대일 외교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대일 외교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결단'으로 이뤄진 대일 외교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16~17일) 외교에 대해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내준 것에 비해 우리가 얻은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독도,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철폐 등 대통령실이 언급하지 않은 민감한 양국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는 '성과 없는 외교'에 대한 비판론을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 및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만 참여하는 '제3자 변제'를 통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법 발표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이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측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인 결단'으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 실마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尹대통령, 강제동원 '역사 부정'하는 日 입장 전폭적으로 반영

이후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구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표현하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것은 아베 내각처럼 불법적인 일제강점기 역사를 부정하는 내각도 계승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기대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과' 및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이번 대일 외교에 대해 대통령실은 △두 정상 간 친밀한 유대감 강화 △한일 미래 세대를 위한 전경련과 경단련의 '한일 미래파트너십기금' 공동 조성 계획 발표 △경제안보대화 신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이 조치에 대한 우리나라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철회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한 정상화 △셔틀 외교 재개 합의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일 경제계가 참여하는 미래파트너십기금 조성은 양국 유학생의 장학금 지원과 관련한 것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와는 무관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와 맞물린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은 확정되지 않았다. 지소미아 정상화는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이 프놈펜에서 만난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라고 밝히면서, 사후에 북한 미사일 정보를 서로 요청에 의해 공유했던 기존 한일 지소미아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군사정보 교류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셔틀 외교 정상화도 기시다 총리가 언제 방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강제동원 굴욕 해법 무효", "윤석열 망국 외교 심판하자", "굴욕적 한일 정상회담 규탄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가 한국과 일본 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공통되게 나오고 있다"며 "한일 양국 정부 간은 물론이고, 정치권 간에 경제, 산업계 간에 특히 미래세대 간에 새로운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외교라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며 "정상회담을 함께한 기시다 총리는 물론이고, 이번 방일 기간 중 만난 일본 측 12명의 정치 지도자, 10여 명의 경제 지도자, 그리고 수백 명의 게이오대 학생까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밤 1차로 부부 동반 친교 만찬을 마치고, 인근의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만찬을 하면서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밤 1차로 부부 동반 친교 만찬을 마치고, 인근의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2차 만찬을 하면서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이번 일본 방문으로,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고, 한미일 관계, 더 나아가서 국제 관계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윤 대통령 방일 기간 중에 한국과 일본에서 양자 관계에서 보기 드물게 양국의 여론이 일치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윤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서 한일 미래 관계를 위해 중요한 결단을 내렸으니 이번에는 기시다 총리도 호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충분히 양보한 만큼 앞으로 일본 측도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 '정부 해법 거부'…미래로 가기 전 풀어야 할 현안 수두룩

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 외에도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이뤄진 강제동원 해법과 한일관계 개선 시도에 대한 리스크가 곳곳에 잠재되어 있다. 우선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들이 정부 해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취지에 위배되는 해법을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무시한 것 자체가 '삼권분립 및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있다. 피해자들이 제3자 변제 방식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이들에게 배상금 지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향후 논란이 지속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한 △독도 영유권 문제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 합의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번복된 것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및 수산물 수입 등 양국이 풀어야 할 민감한 현안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일본 NHK·교도통신·산케이신문 등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주장,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독도나 '위안부' 문제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아니었다"고 부인했지만, 해당 사안이 양국 관계와 직결된 핵심 사안임은 분명하다. 강제동원 문제 해법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다른 한일 간 쟁점도 있는 셈이다.

1박 2일간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박 2일간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모든 쟁점 사안을 이번 제3자 변제 강제동원 해법처럼 일본 측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반영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일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여론이 안 좋은 것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 총리실 측이 독도, '위안부' 등을 거론하는 등 뒤통수를 친 부분이 있는데, 혹시 공식 항의했나'는 질문에 "앞 두 개는 논의한 적 없다고 명확하게 얘기했고, 오염수는 관련해서 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소위 식민지였던 (피해) 국가가 자기를 식민화시켰던 (가해) 국가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하는 케이스는 없다. 화해와 사과는 반복을 통해서 공약이 명확해진다"며 "(일본은)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가 아직도 자기네 나라라고 주장하는 나라, 그리고 과거 '위안부'와 징용공에 대해서 진실성을 거부하는 나라,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자기 교과서에 왜곡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일본 측이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호응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미래'에만 방점을 찍은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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