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만 당원 대상 투표, '조직력 밖의 표심' 예측하기 어려워
결선투표 가능성에 대해선 엇갈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6일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의 ARS 투표가 시작된다. 지난 4~5일 진행된 모바일 투표에서 47.51%의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됐던 지난 2021년 전당대회 총 투표율 45.36%를 넘어섰다. 총 투표율은 6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선투표를 도입, 높은 투표율이 어떤 후보에게 유리할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선 높은 투표율에 대해 "표심을 예측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당원이 84만 명으로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 전당대회와 비교해 수도권(37.8%)과 20·30대(17.8%) 당원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에서 지역별·세대별 투표율은 공개하지 않는다.
당원들만 참여한 투표 데이터가 없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또 투표율이 높으면 조직 동원력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한 투표가 늘어났다는 의미인데 이 표심이 어디로 갈지도 단언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여론조사도 참고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지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김기현 후보가 40% 중후반대의 지지율을 보이며 우세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당원 대상이 아닌 일반 국민 중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집계해왔다. 여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지역별·세대별 가중치를 적용하는데,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당원 분포와는 차이가 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높은 투표율은 관심이 높았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당헌 개정, 나경원 전 의원, 대통령실 개입 등 관심을 촉발시킬 만한 요인이 많았던 데다 국민 여론조사 없이 책임당원 84만 명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상승작용이 이뤄진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앞선 여론조사는 당원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라며 "국민 여론조사 오차범위가 3% 정도,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 오차범위가 5% 정도로 훨씬 커진다. 그중 당원이 몇 명인지 알 수 없다. 편차가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당선될 때 여론조사로는 지지율이 70%에 육박했으나 실제 당원 투표에서는 30%대에 그쳤다. 지금 당원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도 큰 의미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결선투표 관련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책임당원 대상 투표인 만큼 '쏠림현상'이 강해져 김기현 후보의 과반 득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늘어난 당원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당 관계자는 "천하람 후보가 몇 퍼센트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천 후보 아니면 투표율이 이렇게 높게 나올 이유가 없다"며 "천 후보가 결선투표에 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 시절에 당원 가입이 늘었다. 당원권 정지 후에도 당원 가입을 독려해왔다"며 "그 표가 얼마나 될지 이번에 드러날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으면 인지도가 높았던 후보가 유리하다"며 "지금으로 치면 (책임당원 사이에선) 김기현 후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의원들도 김 후보에게 쏠렸다"며 "의원들, 당협위원장들은 지역 책임당원들에게 영향을 행사한다. 이들이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다음 공천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신 교수는 "당원이 84만 명이다. 예전에는 조직 동원력을 바탕으로 당원 가입을 시켜 당원을 불렸다. 그런데 84만 명이면 그게 안 먹힌다.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당원 가입한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자발적으로 가입한 사람들은 정치적 행동에 있어 능동적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유리하다 불리하다 할 수는 없지만 투표율이 높으면 결선투표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바구니에 뭐가 많이 담겼다고 사과가 많이 담겼는지 귤이 많이 담겼는지 알 수 없다. 열어보기 전까지 모른다는 뜻"이라며 "일단 이런 경우에 조직력이 부족한 쪽에서 좀 더 안도하기 마련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력이 전적으로 관철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투표율이 높으면 조직력으로 수렴되지 않는 당원들이 참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선 가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는 쪽은 김기현과 안철수, 김기현과 황교안을 두고 고민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소극적 친윤으로 볼 수 있는 당원들의 향배가 중요했다"며 "당 내 경선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지지하는 층들이 김기현 후보 쪽으로 흡수될 경향이 강할 것"이라고 했다.
후보들은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높은 투표율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전체 표심의 흐름을 보면 투표하시는 분들 절대 다수가 김기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저에게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봤다.
1차투표 과반 당선에 대해 김 후보는 "후보가 그런 자신을 한다는 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면서도 "기대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1차투표 과반"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서로 네거티브가 극심했지 않나. 그래서 후유증을 우려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계신다"며 "거꾸로 그렇기 때문에 기왕에 김기현을 당선시키려면 압도적 지지가 있어야 당내 여러 가지 분란들을 다 정리하고 제가 대통합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호소했다.
반면 천하람 후보는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높은 투표율은 당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씀이고 기본적으로 그 동력은 '분노'"라며 "윤핵관들이 이렇게 나쁜 짓을 하고 연판장 돌리고, 이렇게 당을 엉망으로 만들면 큰일 난다고 하는 분노와 위기감을 가진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하게 된다. 총선에서도 볼 수 있지만 짧은 말로 '심판 투표'라고 하지 않나"라고 짚었다.
그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조직표의 위력이 감소한다"며 "당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당원의 숫자는 몇백 명을 넘기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당원이 많은 당협은 4000~5000명을 넘어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결선투표에) 올라가야지만 개혁의 바람, 개혁의 선명성으로 천하람이 안철수 후보를 꺾었다는 하나의 드라마가 써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황교안 후보도 자신이 유리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전날(5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몇몇 사람이 당과 수직적 관계를 만들려 하고, 대선에 공이 있는 사람을 적으로 몰아친다"며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서 침묵하고 있던 다수 당원의 분노가 높은 투표율로 드러났다"고 했다.
황 후보도 같은 날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김기현 후보의 부동산 비리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핫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당원 100% 투표인데 저의 당내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4~5일 실시된 모바일 투표에서 선거인단 83만7236명 중 39만7805명이 참여했다. 최종 결과는 6~7일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선거인단 대상 ARS 투표를 진행한 뒤 이를 합산해 8일 발표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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