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런 전당대회 처음...공정하지 않다는 건 제 피해의식인가"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비대위·선관위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직격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경고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몸은 낮춘 행보를 보여왔다.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지지율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 후보가 비판의 날을 세우며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 '윤심(尹心)'을 계속 팔았던 후보가 누군지는 다 알지 않나"면서 김기현 후보를 겨냥한 듯 이같이 밝혔다. 이제 와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서는 "(분란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제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저는 대통령 신년사 말씀에서 윤심은 없다는 말씀을 믿는 사람"이라며 "오히려 그것을 반대로 제가 대선후보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했던 그 사진을 가지고 직접 와서 항의한 적이 있었지 않나. 그 일에 관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제가 전당대회 나올 때는 항상 제가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당대표라 생각하고 말을 한다"며 "그런데 어떤 분이 그러셨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항의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라고 조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때 맞서지 않은 이유가 두 가지 정도가 있었다"고 그간 대통령실과의 충돌을 피해온 모습을 해명했다. 그는 "당대표라고 할 때 지금 당원들이 직전 당대표와 대통령의 갈등에 상처가 많다. 그런데 저까지 그러는 거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며 "두 번째로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불복·사법불복 때문에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중인데 이렇게 당에 내분을 일으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 생각에 맞서지를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나 더 보태자면 저는 당원들을 믿는다"면서 "여의도에서는 상대방만 보여서 상대방만 때려 눕히면 이긴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심판인 당원 내지는 국민들은 어떤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게 과연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다가 쓰러진 건지를 정확히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 부분을 설명했다. 안 후보는 "예를 들어서 (김기현 후보의) 땅 문제에 대해서 가장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거의 매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황교안 후보의 경우에는 아무런 조치, 아무런 언급조차 없고 거의 저에 대해서 거의 집중적으로 경고가 들어왔다"면서 "선관위에서 비공식적으로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나"라는 질의에 "없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그간의 서운함도 토로했다. 지난달 이진복 정무수석이 안 후보의 '윤안연대' 발언에 대해 "동급이 아니다"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데에 "동급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윤안연대가) 언제인가. 대선 때 서로 후보 단일화했을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안연대라고 한 것은 그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 아니겠나. 그래서 그런 표현이나 그런 사진을 쓴 거지 전혀 제가 대통령과 동급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전날(1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설명하며 "이번 전당대회는 여러모로 낯설다. 대통령실·비대위·선관위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저만의 피해의식인가"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통령실 등이 '김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한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안 후보가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안 후보는 "모두가 총선 승리보다 전당대회 승리만 생각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이라며 "어떻게 이룬 정권 교체인데 권력의 단맛을 독점하려는 몇몇 사람의 탐욕 때문에 총선 승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이 우려스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안 후보의 공개적인 불만에 대통령실과 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배준영 중앙당선관위 대변인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 측으로부터도 허위 의혹 제기와 네거티브에 선관위가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는 건 역설적으로 선관위가 잘 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비방을 하지 말라'는 경고도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자제령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당이 노골적으로 김 후보를 지원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 후보는 초반 '윤핵관 중이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이어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친윤계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윤심 단일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김 후보가 지지율에서 고전을 겪을 때마다 대통령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나경원 전 후보가 출마를 고려하며 각종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을 때,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안 후보가 지지율 1위를 기록했을 때 등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과 안 후보를 공개적으로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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