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교폭력'에 인사 검증 시스템 미비 '아쉬움'
부실 인사 검증 라인 '질책' 여부 질문에 '학폭 대책' 강조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인선 번복' 후폭풍이 거세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등을 통해 학교폭력(이하 학폭) 문제에 대한 '공분(公憤)'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직결된 인사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또한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김인철(교육부 장관)·정호영(보건복지부 장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송옥렬(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부실 인사 검증 논란 끝에 낙마한 바 있다.
정 변호사 인선 논란은 '국가수사본부장직 외부 공모(정 변호사 포함 3명 지원)→심사위원회 면접 등을 거친 뒤 윤희근 경찰청장이 정 변호사를 단수 추천→윤 대통령 임명→정 변호사 아들 학폭 사건 보도→정 변호사, 자진 지원 철회→윤 대통령 임명 취소' 순으로 전개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 변호사 임명 이후 하루 만에 임명을 취소했으며, 다음 날(26일)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감을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정순신 아들 '학폭' 문제 '몰랐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6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 변호사 인선 번복과 관련해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며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그리고 합법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정보, 그리고 세평 조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마는, 이번에 공직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학폭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대통령은 학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관련 부처에서 이와 관련한 근본 대책을 지금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이후 27일까지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대통령실과 법무부 측은 정 변호사 아들 학폭 문제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본인이 먼저 밝히지 않으면, 현재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는 알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연장선에서 '시스템 미비' 혹은 '아들 문제를 밝히지 않은 정 변호사' 탓을 하면서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27일 오후 브리핑에선 "윤 대통령이 오늘 연세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학폭 근절 대책과 관련한 지시를 했다"며 "대통령은 교육부가 중심이 돼 교육청 등 관련 부처와 잘 협의해서 (학폭)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달라면서 산업현장에 법치를 세우는 것처럼 교육현장에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간에 질서와 준법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특히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학폭은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학폭에 대한 입장에 정 변호사는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학폭이 문제가 되어 아들이 '전학 처분'을 받자,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는 아들의 책임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재심 청구, 집행정지 신청, 행정 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동원했으며, 결국 1·2심,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 변호사의 아들은 정시로 서울대에 입학했고, 피해 학생은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정순신, 사전 질의서 작성 및 공직 도전에 아쉬움"
이런 상황에서도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 변호사 인사 검증 부실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의 언급이나 당부 사항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통령의 관련된 언급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답변을 피한 뒤 "대체적인 분위기는 제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공직 후보자가) 사전 질의서를 작성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조금 더 정확하게 기재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고, 또 만약에 자녀 관련된 문제가 있었고, 또 만약에 본인도 그런 소송에 관련돼 있었다면 굳이 공직에 나서는 것이 옳았는가 하는 아쉬움은, 그런 얘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께서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질책은 별도로 없으셨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는지 궁금하다. 또 야권에서는 현 정부 법무부를 비롯해서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어떤가'라는 질문엔 "우선 이번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드러나 있는 문제들이 있다. 사전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얼마나 공직 후보자가 정확하게 하는지, 그리고 정확하게 했는지,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검증하는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건지, 예를 들어서 후보자 본인은 철저하게 검증해야지만 자녀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과정에서, 또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혹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너무 침해하는 건 아닌지, 혹은 우리 법이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와 충돌하는 거는 아닌지, 이런 기술적으로 실무적으로 검토해야 되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여기부터 출발을 하고, 하나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는 게 어떤가 생각하고 있다"고 질문과 다른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오늘 직접 발언한 내용이 학폭에 대한 대책 지시만 있었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가 인사 검증인데, 대통령께서 갖고 있는 문제 인식은 인사 검증보다는 학폭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고 이해하면 되는가'라는 질문에 "인사 검증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고, 개선 방안이 진행되는 대로 또 여러분과 공유할 부분은 공유하겠다"며 "학폭 문제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에 일부 드라마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제기되었던 문제이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굉장히 오래된 문제인데, 다른 문제들처럼 어떻게 보면 현실을 조금 외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이번에 한 번 해결해 보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론 질문은 피하면서 '학폭'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인사 시스템으로 정 변호사 아들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관천 "인터넷 검색은 '인사 검증'의 기본"
우선 지난해 9월 19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의서'를 보면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는가', '본인이 언론에 기고한 글, 강연·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 기타 사생활과 관련해 논란 또는 이슈가 된 사실이 있거나 논란이 예상되는 사항이 있는가' 등 학폭으로 아들이 문제를 일으켰고, 소송까지 간 논란이 되는 사안을 걸러낼 질문이 있다.
정 변호사가 문제가 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허위'로 기재해 "몰랐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인데, 허위로 기재한 내용을 걸러내지 못한 것을 시스템 및 당사자 문제로만 돌리는 게 맞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이 사건은 5년 전 이미 보도됐다. 당시 기사에는 실명 대신 '가해 학생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고 표현됐는데, 이때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맡고 있었고, 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중앙지검 3차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이에 법조계에선 정 변호사가 당시 중앙지검 상급자에게 아들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위직 검사 아들의 학폭 사건'이 방송에도 보도가 됐는데, 해당 검찰청에선 당연히 누구인지 파악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사 검증에서 '인터넷 검색'은 가장 기본이다. 인터넷에서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는 반드시 검증하게 돼 있고, 뉴스뿐 아니라 블로그도 검색을 한다"며 "이번에 인사 검증 문제에 있어서 인터넷에서 비록 실명이 아니지만 떴다. 그리고 그게 대법원까지 가는 끝판 소송까지 갔지 않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우리는 몰랐다, 실명이 아니기 때문에, 자식 문제이기 때문에 이거는 검증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이제는 과거의 구구한 변명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전 행정관은 "(부실 인사 검증 문제 대책은) 인사권자, 즉 윤 대통령께서 의지만 갖고 있으면 충분히 저는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서 인사 검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사 검증을 잘못한 문제에 대해서 그 부분들을 정확하게 잘못된 부분은 처벌을 하고 넘어간다면 다음부터는 '인사 검증을 대충 해라'고 해도 담당 공무원들은 공정과 원칙에 입각해서 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인사 라인 검찰 독점…예견된 검증 실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 변호사) 인사 검증이 완벽하게 실패했다. 그런데 사실 예견됐던 부분이 있다"라며 "인사 검증 라인이 다 검사 또는 검찰 출신으로 채워져 있어서 검사, 또는 검사 출신에 대한 인사 검증은 제대로 안 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인사 검증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를 수가 없다"며 "한동훈 장관, 또 윤 대통령이 이 사건 당시에 정 변호사하고 같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했었다. 검사와 관련해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심지어 보도까지 될 정도의 사건이라면 다 내부 체크를 한다. 익명 보도라 하더라도 '고위 검사', 이런 식의 표현이 나왔는데, 그러면 당연히 체크가 들어간다. 몰랐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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