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 KTX 의혹' 난타전
천하람·황교안, 투기 의혹 '맹폭'
컨벤션효과? 역효과 대비할 판
[더팩트ㅣ김정수·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들은 20일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김기현 후보의 '울산 KTX 의혹'을 놓고 치열한 난타전을 펼쳤다. 천 후보는 김 후보를 '울산의 이재명'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정치생명을 걸자"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천 후보는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며 심지어는 김 후보를 두고 '울산의 이재명'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울산 KTX 역세권 연결 도로 시세차익 의혹'은 지난 2007년 울산 KTX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애초 계획과 달리 KTX울산역 인근 김 후보 소유 땅을 지나도록 변경돼 김 후보가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앞서 김 후보 측은 관련 토지를 정계 입문 전 구입했을 뿐 아니라 도로계획조차 논의되기 전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당시 노선 변경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이 허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천 후보는 "지난 토론회 때 95% 정도 할인해서 매각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며 "명확하게 할인해서 받기를 원하는 매도 호가가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는 "지난번에 1800배 올랐다고 터무니없는 날조된 주장을 해서 '그럼 95% 할인해서 가져가라'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1800배 오른 것 계산해 95%를 할인해 드릴 테니 천 후보가 가져가면 바로 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천 후보는 "정확한 매도 호가를 말해주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 팀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매수한 뒤 당원 연수원을 지어 헌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화천대유가 3억 1000만 원을 투자해 2000배 정도 수익이 났다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일이라면 우리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어떻게 그렇게 말꼬리를 잡아 허위 가짜뉴스를 만드냐"라며 "그 땅은 건축이 안 되는 땅일 뿐 아니라 (95% 할인해 팔겠다는 건) 1800배 가격이 올랐다고 하니 말했던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황 후보는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김 후보는 용기 있게 후보 사퇴하시길 바란다"며 "김 후보의 KTX 역세권 연결도로 변경 문제, 땅 투기 문제가 아니다. 제가 볼 때는 전형적인 권력형 토건비리라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법무부장관하시고 국무총리하시고 당대표까지 하셨던 분이 그렇게 계속해서 흑색선전, 네거티브하고 가짜뉴스에 올라타시면 어떻게 당을 이끌겠느냐"고 받아쳤다. 이에 황 후보는 "저희 측에서 현장에 가봤다. 직접 가봤다"라고 크게 소리쳤고, 김 후보는 "잘 가셨습니다"라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황 후보는 "도로의 방향을 바꿈으로서 맹지였던 김 후보의 땅이 KTX 역 앞 대로변에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그것도 3만 5000평이다. 그래서 권력형 토건비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그 정도의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3년 전 총선에서 우리가 참패를 했다"고 비난했고, 황 후보는 "비방하지 말라"며 두 후보 간 고성이 오갔다.
김 후보는 황 후보에게 "조금 전에 저한테 정치생명을 걸겠냐고 그러는데, 제가 거꾸로 정치생명을 걸겠냐니까 답변을 회피하시더라"며 "만약에 말씀하신 그 토지에 도로가 결정되는 과정에 제가 조금이라도 개입한 불법이 있으면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 후보는 "제가 거듭 말씀드렸는데 저는 모든 책임 다 질 것이다. 직접 (의혹 관련) 현장에 가서 봤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거듭 "도로의 선형 결정이나 용역 과정에 조금이라도 불법 개입한 것 있으면 정치생명 걸겠다고 했다"며 "황 후보는 사퇴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후보 사퇴 문제가 아니라 정계 은퇴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모든 책임에 다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김 후보에게 울산 땅 의혹을 언급하며 "국민에 있어서 부동산 문제는 역린으로 내년 총선에서 지게 된다"며 "중도나 2030 세대 마음을 얻으려면 이런 부동산 문제에 깨끗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충분히 해명을 다 해서 아무것도 걸릴 게 없고 민주당 정권에서 그걸 인정해 줬다"며 "해명한 걸 공부나 해보고 말씀하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국민의힘 안팎에선 전대 과열 양상에 따른 우려가 드러난 바 있다. 유흥수 국민의힘 전대 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17일 "확인되지 않는 의혹만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행태는 이번 전당대회를 혼탁하게 만들 뿐"이라며 "이런 행위가 지속될 경우 직접적인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도 같은 날 "전대 이후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2차 TV 토론회에서도 수위 높은 비방전이 계속되면서 컨벤션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역효과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 외에는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며 "임팩트 있는 대목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김 후보의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 후보가 이미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검증을 요청했다"며 "(토론회에서) 불법이 있었는지, 정치생명 등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선관위에서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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