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선 긋기·친윤 진영 공세 부담
安 상승세 꺾일 수 있다는 관측 나와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 안철수 후보가 난관에 부딪혔다.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의 표심을 흡수하며 상승세를 탄 상황에서 대통령실·'친윤' 진영과 갈등으로 고비를 맞았다. 향후 당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안 후보는 6일 예정됐던 공식 외부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독거노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배식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었다. 캠프 측은 "정국 구상을 위한 숨 고르기"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난 주말 사이 대통령실과 충돌 여파라는 분석도 더러 나왔다. 지난 5일 안 후보의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전언이 보도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안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윤안 연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만약 실망하셨다면 그건 제가 충분히 제 의사 반영이나 전달이 되도록 잘못한 것"이라고 몸을 숙였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선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경고가 나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 후보는 '간신배'니 '윤핵관'이라는 악의적 프레임 이런 걸 들먹이면서 선거 분위기 자체를 과열하고 혼탁하게 만드는 데 스스로 자제하시기를 바란다"며 "이런 게 도가 지나치면 저희도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분명히 경고드린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향한 친윤계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핵심 친윤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안 후보를 겨냥해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 사람. 잘된 일은 자신의 덕이고 잘못된 일은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라며 "작은 배 하나도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고 좌초시킨 사람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소위 '윤심'이 당권을 좌우할 요소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친윤 그룹의 공세, 대통령실과 불화는 안 후보에게 적잖은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전당대회 특성상 '조직력' 싸움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대통령실의 선 긋기는 안 후보에게 적잖은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당원 표심의 향배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후보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친윤의 지원을 받는 김기현 후보가 현재 1차 투표에서 끝낼 정도의 지지율이 아니기에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여당 원외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경고를 받은 안 후보가 중대 위기를 맞이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과 '비윤' 찍어내기 논란 등 영향으로 과연 '윤심'이 쏠렸다는 후보가 몰표를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CBS 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3∼5일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안 후보는 36.9%, 김 후보는 32.1%를 각각 기록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4.8% 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안이다. 국민의힘은 당원투표 100%로 방식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1차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가 결선투표를 한다.
'윤심'이 확인된 만큼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상승 흐름이 한풀 꺾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안 후보가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와 빗대서 '윤안 연대' 얘기한 것을 대통령실이 발끈한 것은, 윤 대통령이 안 후보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 달이나 남은 상황인 데다 당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더 가깝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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